'기름 팔던 땅’이 달라졌다…주유소의 변신

경제·산업 입력 2025-08-02 08:00:04 수정 2025-08-02 08:00:04 오동건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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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에 폐업 주유소 속출, 15년새 2200곳 문 닫아
오피스텔 실버타운 등 주거시설로 개발 잇따라
기존 공간에 커피전문점 등 결합 新모델 실험도

[사진=뉴스1]


[서울경제TV=오동건 인턴기자]

"쉽지 않아요. 주유소 사장은 동네 부자란 말도 이젠 옛말이죠"

주유소가 영업난을 겪으며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과도한 가격 경쟁 탓에 국내 주유소 절반 이상은 영업이익률이 1%대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에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부지를 매각해 오피스텔이나 실버타운 등 주거시설로 개발하는 모양새다. 반면 일부 직영점과 자영업자들은 기존 공간에 커피전문점 등을 결합하며 새로운 사업 모델을 실험 중이다.



[사진=게티이미지]


◇ 친환경 차 확산·가격 경쟁…수익성 낮아진 주유소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 주유소 수는 1만772곳으로 집계됐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매년 10% 안팎의 증가세를 보이며, 2010년에는 1만3004곳까지 늘었다. 하지만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며, 15년 만에 2200곳 이상이 문을 닫았다.

주유소가 급감의 주된 원인은 경영난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주유소의 영업이익률은 1991년 17.8%, 2001년 11.5% 수준이었지만, 2023년에는 1.7%까지 감소했다. 

업계는 수익성 악화 배경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와 가격 경쟁 심화를 꼽는다. 올해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국내 신규 차량 84만5913대 중 친환경 차(전기·수소·하이브리드)는 38만9000대로 전체의 46%를 차지했으며, 전기차 신규 등록은 9만4630건에 달했다. 반면 내연기관차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5만 대 감소했으며, 경유 차량의 감소 폭이 특히 컸다. 

주유업계의 영업이익률 감소엔 실시간 유가정보 제공 플랫폼 '오피넷'도 한몫했다. 유가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되며, 업주들이 과도한 가격 경쟁에 나선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가격을 내리게 되며 출혈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사진=SK이노베이션]



◇ 실버타운·물류센터…다양해지는 주유소 부지 활용 방식

유류 소매업의 다소 어두운 전망과 낮아진 영업이익률에, 석유 판매업에 투자한 부동산 업계는 속속히 투자처 변경을 고려 중이다.  

수도권 도심에서는 주유소 부지가 실버타운,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로 개발되며 새로운 자산으로 조명 받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 회사가 외부에 매각한 주유소 28곳 중 주거 시설로 개발하기로 한 주유소만 13곳이다. 실제로 한 민간 기업은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인근 주유소를 매입했다. 병원을 쉽게 오갈 수 있다는 장점 덕에 실버타운으로 낙점받았다는 분석이다.

부지 재개발에 적극적인 법인 투자자와 달리, 개인 사업자나 정유사 직영점들은 다양한 겸업 모델을 시도 중이다. GS칼텍스는 국내 최초로 주유소를 활용한 스마트 물류 서비스를 선보였고, HD현대오일뱅크는 충주, 안성 등 일부 직영 주유소 앞에서 굴착기를 전시해 판매한 바 있다.

개인 사업자들은 생존을 위해 주유소와 타 서비스를 접목하는 방식으로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강원도 양양의 한 주유소는 루프탑에 커피전문점을 입점시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이곳은 커피를 마시러 '주유소에 들르는' 이색 명소로 자리잡았다.


◇ 실험은 이어지지만…입지·제도 등 구조적 제약도

이 같은 변화가 모든 주유소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업계에선 해당 분위기가 도심에 국한된다고 밝혔다. 유명한 마스턴투자운용 R&S(리서치&전략) 실장은 "서울처럼 수요가 뒷받침되는 지역은 용도 변경을 통한 개발이 가능하지만, 지방 주유소는 미분양과 공사비 부담 등으로 수지타산 맞추기가 쉽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제도적 요인도 한계로 지적된다. 주유소 업계는 지난해 11월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빌딩 1층에 설치하는 '옥내형 주유소’나 부지 면적 제한을 완화한 ‘소형 주유소’ 도입을 위한 규제 개선을 요청한 바 있다. 다만 후속 논의는 다소 제한적이라는 진단이다. 

국토부는 주유소의 용도 변경은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해당하는데, 해당 권한은 국토부가 아닌 지자체장에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1월 전국 지자체에 규제 완화 관련 공문을 전달한 바 있다"라며 “각 지자체가 기존 주유소의 용도 변경과 불합리한 규제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oh199820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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