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금융 변곡점…생활금융 플랫폼 구축”
[서울경제TV=정순영 기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4일 신년사에서 “변곡의 기로에서 서서히 몰락하는 길 대신, 생존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기존 방식의 답습이 아닌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추진 전략으로 ▲플랫폼 금융 ▲글로벌 금융 ▲사회가치 금융을 꼽으며 “사용자들이 몰리면 몰릴수록 사용자가 계속 늘어나는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먼저 선점하는 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구조가 형성돼 기하급수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며 “플랫폼 사업자의 상품 공급자로 전락하기 전에 다양한 생활 플랫폼과 제휴해 손님들이 머물고 혜택을 누리는, 하나금융이 주도하는 생활금융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주요 선진 금융회사들은 글로벌 비중이 50%에 육박하나 하나금융은 20% 초반 수준으로,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 기회를 잡아야 한다”며 “상품, 프로세스, 시스템, 인재채용 등 모든 업무영역에서 글로벌을 지향하는 운영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래는 신년사 전문.
사랑하는 하나가족 여러분!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하나가족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해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연초부터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인해, 일년내내 어수선함과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경기상황은 나날이 악화됐으며,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은 극대화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염의 위험속에서도 손님을 위한 금융서비스 제공에 흔들림 없었던 하나가족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하나금융그룹의 성장은 2020년에도 지속될 수 있었습니다. 하나가족 모두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그룹 창립 이래 최고의 실적을 또다시 경신하였으며, 전부문의 고른 성장속에서 그룹 수익기여도의 30%를 초과 달성한 비은행 부문의 약진과 글로벌 부문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안정적인 수익 포트폴리오를 마련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하나손해보험을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해 금융의 모든 사업영역 구축을 완료하여 종합금융그룹의 면모를 과시하였습니다.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 해변에 파도가 칠 때는 일렁이는 물결과 하얀 거품으로 그 존재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쓰나미는 다릅니다. 수평선 자체가 높아져서 거대한 물결이 밀려오기 때문에, 원거리에선 그 움직임 자체가 잘 구분되지 않고,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점에는 이미 위험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변화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습니다.
업권의 붕괴로 인한 다수의 경쟁자 등장, 국내시장의 포화와 규제의 심화, 저금리 기조의 지속은 이자이익 기반 성장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핀테크를 넘어 빅테크 업체의 금융업에 대한 공세는 이미 우리 일상생활에 깊이 침투하였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도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국내 발전회사에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하는 석탄발전 투자의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것으로, 해외 연기금, 기관투자자들이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와 관련, 기업의 경영 변화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ESG 이슈는 단순한 요청이나 자율적인 이행수준을 넘어, 이제 글로벌 스탠다드로서 급속도로 제도화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과거에 겪어보지 못한 많은 변화들이 동시에, 매우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일상적인 변화가 아닌, 기업의 생과 사가 결정되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변곡점에 도달해 있습니다. 변곡의 기로에서 서서히 몰락하는 길 대신, 생존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기존 방식의 답습이 아닌 새로운 전략이 필요합니다.
첫번째, '플랫폼 금융'입니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손님 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플랫폼 금융'은 이를 위한 최적의 도구 입니다. 플랫폼은 다수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나는 시장과 같은 공간으로, 연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됩니다. 사용자들이 몰리면 몰릴수록 사용자가 계속 늘어나는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먼저 선점하는 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구조가 형성돼 기하급수적인 성장이 가능해집니다.
뿐만 아니라, 손님은 플랫폼 내에서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경험하게 되고, 이는 업권의 경계를 무너뜨려 사업간 융합을 촉진시켜, 플랫폼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됩니다. 우리가 플랫폼 사업자의 상품 공급자로 전락하기 전에, 다양한 생활 플랫폼과 제휴하여 손님들이 머물고 혜택을 누리는, 하나금융그룹이 주도하는 '생활금융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두번째, '글로벌 금융'입니다. 국내 금융시장의 저성장 기조, 협소한 시장규모로 인해 우리의 미래는 글로벌에서 찾아야 합니다. 주요 선진 금융회사들은 글로벌 비중이 50%에 육박하나 하나금융그룹은 20%초반 수준으로,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의 기회를 잡아 비중을 늘려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접근방식에서부터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디지털시대에는 더이상 국경은 무의미합니다. 국내 중심의 마인드에서 벗어나, 사업구상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시장을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고, 모든 것을 글로벌 마인드에 기반하여 시작해야합니다. 상품, 프로세스, 시스템, 인재채용 등 모든 업무영역에서 글로벌을 지향하는 운영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회가치 금융'입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가 과거에는 벌어들인 이익 중에 일부를 착하게 쓰면 칭찬 받았으나, 이제는 착하게 벌어야 한다는 단계를 넘어, 착하게 버는 과정을 공개하도록 요구받고 있습니다. 경영 전반의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에 관한 비재무적인 요인을 계량화하여 투명하게 공개, 관리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하나금융그룹 또한 ESG 중심의 경영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하고, 국제 금융질서 변화에 부합하는 ESG 전략 체계를 구축하여 지속 가능한 성장기회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전략으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협업이 중요합니다. 서로를 위한 희생과 헌신, 절실함이 바탕이 돼, 우리 안의 사일로(Silo)를 허물고, 회사내 부서간의 협업, 나아가 그룹사간의 협업, 필요하다면 경쟁자를 포함한 외부와의 협업도 이끌어내야 합니다.
보다 효율적인 협업을 위해서는 조직, 인사, 일하는 방식, 기업문화 등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여러 분야의 혁신적인 변화도 필요합니다. 영어 닉네임 사용은 수평적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었습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말처럼, 우리 모두 안된다는 생각보다 작은 시작이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적극적인 태도와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올 한해는 금융의 변곡점, 그 정점에 서게 될 것입니다. 변곡의 기로에서, 우리가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10년뒤 우리의 모습 또한 극명하게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수십년간 이어져온 훌륭한 선배들의 자랑스런 유산과 지금까지 일궈낸 값진 성과들이 있습니다. 여기에, Humanity와 Trust에 기반한 '플랫폼 금융', '글로벌 금융', '사회가치 금융'이 더해진다면, 변곡점을 넘어서 '함께 성장하며 행복을 나누는 금융'을 반드시 이뤄낼 것입니다.
2021년이 하나금융그룹의 NEXT 2030, 대한민국 최고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다함께 나아갑시다. 하나가족 여러분! 사랑합니다./binia9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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