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늑장’ 은행 제재심에 펀드 피해자들 청와대로…“강력 제재로 경종”
[앵커]
환매가 중단된 사모펀드를 판매한 은행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를 앞두고 은행권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말부터 라임 펀드와 디스커버리 펀드 등 사모펀드를 판매한 은행들에 대한 제재 절차에 돌입할 예정인데요. CEO들의 제재 여부와 연임 가능성 등을 놓고 여러 추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은행권 분위기는 어떤지 정순영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앵커]
금감원의 은행 제재심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아직까지는 정확한 일정이 나오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기업은행이 가장 먼저 심의를 받게 되죠. 대략 언제쯤 결과가 나올까요.
[기자]
금감원의 펀드 사태 판매 은행들의 첫 제재심 대상은 IBK기업은행입니다. 오는 28일 라임펀드와 디스커버리 펀드를 판매한 기업은행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인데요. 기업은행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 디스커버리 펀드를 6,792억 원 가량 판매했지만 미국 운용사가 채권 회수에 실패했고 914억 원의 환매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또 294억 원 상당의 라임 펀드도 판매한 바 있습니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라임 펀드를 판매한 우리·신한·산업·부산·하나·부산·경남은행 등에 대한 제재심을 3월 내로 시작한다는 방침입니다. 은행권에서는 여러 가능성들을 놓고 긴장감이 흐르고 있는데요. 이 일정도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말 예정이었던 제재심 절차가 늦춰진 것입니다. 상급기관인 금융위의 최종 제재심까지 마치려면 적어도 2분기는 돼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앵커]
금감원 제재심 절차에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을 전망인데요. 은행사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 제재 수위일 거에요.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요.
[기자]
금감원은 지난해 말 라임펀드를 판매한 신한금융투자·KB증권·대신증권 등에 대해 업무 일부정지, 과태료, 임직원 중징계 등을 의결했었습니다.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와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에게 '직무정지', 박정림 KB증권 대표에게 '문책경고'의 중징계, 김성현 KB증권 대표·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에게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를 내렸습니다. 은행들은 아무래도 제재심 결과에 대한 예측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선 증권사 제재심 결과로 볼 때 은행권에 대한 징계 수위도 중징계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다만 금융사들의 투자자 피해 구제 노력에 제재 수위도 조정될 가능성이 있어 기업은행을 비롯한 펀드 판매 은행들은 피해액의 50%를 선지급하거나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의 구제책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는 제스쳐를 금감원에 어필해오고 있습니다.
[앵커]
펀드 판매 은행들의 기관제재는 당연한 것이겠지만 CEO에게도 과연 책임을 물을 것인가도 관심이에요. 펀드 사태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은행 수장들이 사면초가에 몰린 모습인데 어떻게 될까요.
[기자]
일단 먼저 금감원이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책임을 물어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특히 라임 펀드 ‘무역금융펀드’는 가짜 채권을 만든 사실이 미국 금융당국에 적발됐고, 일부 금융회사가 이 사실을 알고도 계속 판매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라임 펀드를 가장 많이 판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은행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힌 것을 금융지주사가 관리·감독 책임을 소홀히 한 것으로 보고 조 회장에 대한 징계를 포함한 제재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은행이 판 라임 펀드는 6,000억원이 넘습니다. 또 라임과 디스커버리 펀드를 판매했을 당시 재직한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도 징계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감원은 사모펀드 판매 과정에서 내부통제 기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불완전판매가 발생했고 그 책임에 금융사 CEO에게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는데요. 오는 5월 3년 임기를 마치는 윤석헌 금감원장은 임기 마지막까지 관리·감독하지 못한 최고경영진에게 강한 제재를 가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습니다.
[앵커]
판매 금액과 증권사 징계 결과를 봤을 때 중징계가 불가피해 보인다는 얘긴데요. 제재심을 앞둔 은행장 가운데 연임을 앞둔 사람들도 있어요. 아무래도 이번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CEO나 은행장이 이번 제재심에서 금감원으로부터 직무정지와 문책경고를 받을 경우 향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에 연임에 제동이 걸리게 되는데요. 이럴 경우 지난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처럼 향후 금융당국과의 소송전을 벌여 시간을 끌고 주총을 통해 연임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 상급기관인 금융위의 최종 제재심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어 연임을 앞둔 수장들의 은행들은 서둘러 주총을 준비할 것이란 전망을 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채용비리와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도 불구하고 국내 4대 금융지주인 신한·KB금융·하나·우리금융지주회장이 연임은 물론이고 재연임에도 성공해 최고책임자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거센 비판이 제기된 바 있어 올해는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BNK금융지주의 경우 부산은행은 라임펀드를 527억 원, 경남은행은 276억 원을 판매했는데요. 두 은행은 지난해 타 지방은행 대비 실적 감소폭이 큰데다 라임 이슈까지 겹쳐 빈대인·황윤철 은행장의 무난한 연임을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물론 코로나 이슈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할 가능성도 없지 않은데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다음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각각 열고 차기 행장 인선 작업에 들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고객들의 피해와는 상관없이 CEO들의 연임이 계속되는 상황이 참 아이러니한데요. 피해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번 제재심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대책위원회와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오늘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모펀드 판매사들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피해구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이들은 “금감원은 제재 결과와 재판을 통해 계약취소 근거가 명확히 나왔음에도 여전히 ‘계약취소’ 결정을 내리지 않는 등 늦장을 부리고 있다”면서 “판매사들의 사기 행위가 명백하게 밝혀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결정을 내리지 않는 금감원 탓에 피해자들은 하염없이 금감원의 결정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성토했습니다. 특히 “금감원은 옵티머스펀드에 대해서만 계약취소 가능 여부에 대한 법률검토를 진행하고 있고, 이마저도 금감원 내부적으로 ‘불완전판매로 잠정 결론짓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면서 “의미 있는 노력 없이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판매사들에 대해 ‘계약취소 결정’이 시급한 실정이지만, 금감원의 소극적인 해결 행태는 사기 행위에 면죄부를 부여하고 제2의 사모펀드 사태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피해자들은 옵티머스 뿐만 아니라 라임·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등 나머지 사모펀드에 대해서도 계약취소 가능 여부에 대한 법률 검토, 판매사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통해 금융권에 경각심을 주어 제2의 사모펀드 사태를 방지, 신속한 피해 구제를 통해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하도록 적극적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면서 청와대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앵커]
피해자들이 금감원을 믿을 수 없다면서 청와대로 향한 거네요. 진정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습니까.
[기자]
이날 피해자들이 제출한 진정서에는 금감원은 옵티머스 펀드뿐만 아니라 나머지 라임 펀드,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등 형법상 사기 또는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가 짙은 각 사모펀드에 대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여부에 관하여 적극적인 법률 검토를 해야 하며, 판매 금융기관에 대하여 이번 사모펀드 사태를 촉발한 책임에 부합하는 강력한 제재를 결정해야 하고, 피해자들을 신속하게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집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또 이들은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가 어려운 사모펀드의 경우에도 내부통제 부실과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은 각 판매 금융기관에 있는바, 피해자의 개별적 조건에 따라 배상비율을 차감하는 방식의 분쟁조정 및 자율조정을 지양하고 피해 회복을 최우선하여 각 사모펀드별로 동일한 배상비율을 정하여 일괄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도 진정서에 담았습니다.
[앵커]
올해 금융권 수장들의 신년사를 살펴보면 디지털 금융을 선도하겠다는 내용 외에 고객과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 또는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금융이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똑같이 들어 있었습니다. 고객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은행이 되고 싶다면 먼저 CEO가 나서서 고객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세부터 보여야하지 않을까요. 이번 제재심 결과를 받아들이는 은행들의 자세를 눈여겨 봐야겠습니다. /binia9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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