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부동산] 사상 초유 4,000억 빌딩 소유권 바뀌나…재심 돌입
22일 ‘신탁재산 처분 금지’ 재심 첫 공판 열려
패소 당시 몰랐던 핵심 정황·증거 법원 인정
재심 시작…법원, 증거 입증 자료 제출 요청
법조계 “지난 재판 결과와 다를 수 있다”
[앵커]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 인근 4,000억원대 고가 빌딩에 대한 소유권을 놓고 시행사와 시공사간 재심이 지난 22일 시작됐습니다. 먼저 신탁사였던 한국자산신탁과의 첫 공판이 열렸는데요. 최종심에서 시행사가 패소한 판결이 뒤집힐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사건 취재하고 있는 부동산부 설석용 기자에게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설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앵커]
지난 22일 시행사인 시선RDI와 한국자산신탁의 첫 공판이 열렸는데요. 현장 다녀오셨죠. 내용 좀 전해주시죠.
[기자]
네, 지난 22일 재심이 시작됐습니다. 시선RDI는 두산중공업을 상대로 ‘우선 수익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과 한국자산신탁을 상대로 ‘신탁재산 처분 금지’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이 두 소송 모두 지난 2014년 시선RDI가 최종 패소한 소송인데요. 법원에 재심을 요청해 받아들여진 겁니다.
시선RID가 패소한 뒤 재판 과정에서 알아내지 못했던 확정적인 증거를 찾아내 법원에 제출했고, 법원은 그 증거가 상당 부분 인정이 됐고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재심이 열리게 된 겁니다.
22일 진행된 공판은 한국자산신탁과의 ‘신탁재산 처분 금지 소송’입니다. 한자신이 해당 건물을 공매 처분할 당시 상황을 다시 살피게 되는 건데요. 이날 법정에는 시선RDI 김대근 대표와 한자신 쪽에서는 담당 변호사 2명이 나왔습니다. 공판 첫 날이라서 각 측의 변론이 진행되진 않았는데요. 재판부는 재심을 요청한 시선RDI 측에 주장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준비해서 제출하라고 했고, 한자신 역시 관련 준비를 해오라고 했습니다. 다음 변론기일부터 사실상 공방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오는 3월 19일 오후 2시 서울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열리게 되는데요. 이 일정이 좀 의미가 있습니다. 두산중공업의 첫 공판이 원래 지난 13일이었는데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3월 17일로 연기된 상황입니다. 두산중공업이 이 건물의 실제 소유자이고, 이 사건의 핵심이기 때문에 두산중공업과의 공판이 먼저 진행되는 것이 흐름상 맞거든요. 두산중공업의 첫 공판날도 큰 공방이 오가지는 않겠지만 한자신과의 공판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3월 17일에 두산중공업과의 공판이 열린 뒤에 19일 한자신과 공판을 하게 되는 거니까 시선RDI 변호인단에서는 나름의 호재라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앵커]
두 개의 소송이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공판 순서도 중요하게 작용하겠네요. 일단 한자신과의 재심이 먼저 시작된 건데, 어떤 내용들이 다뤄집니까.
[기자]
네, 한자신과의 재심은 ‘신탁재산 처분 금지’ 소송입니다. 한자신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해당 건물에 대한 공매를 진행합니다. 당시 시선RID가 건물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처분 금지 소송을 냈던 건데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신탁법상 오피스나 상가 건물 같은 집합건물의 경우 등기를 이전할 때는 건물에 대한 등기 말소와 권리 이전을 동시에 신청해야만 등기국에서 처리가 됩니다. 건물 등기와 토지에 대한 대지권을 말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건물은 등기 말소와 권리 이전이 다른 날짜에 이뤄졌습니다. 따라서 건물의 소유권이 이전되면 안 되고, 거래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게 시선RDI 측 주장입니다.
그러니까 비정상적인 건물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거고요. 시선RDI 측은 이런 건물의 등기 상태만으로도 한자신은 분양 대리 업무를 해야 하는데 그 신탁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신탁 계약이 자동 해지된 거라는 주장도 펼치고 있습니다. 관련법상 이런 건물을 분양했다면 3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고 합니다.
또 등기법상 등기관은 이렇게 등기 말소와 권리 이전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은 경우 등기를 수리해서는 안 되는데, 등기를 수리한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이 등기를 수리한 등기관도 증인으로 참석할 가능성이 높고요.
해당 등기는 방금 설명 드린 관련법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수차례 기각됩니다. 등기국에서 수리를 해주지 않은 겁니다. 당시 이 건물에 대한 우선수익자가 누구냐를 놓고 시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자신은 두산중공업이 우선수익자라고 주장했고, 시선RID는 당연히 시행사이기 때문에 우선수익자임을 주장했습니다.
관련 보도를 통해 제가 여러 번 설명을 해드렸는데요. 건물 시공 당시 시선RDI는 1,200억원 가량의 채무를 갖고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두산중공업과의 갈등 등으로 분양을 못 하게 됐고, 채무만 고스란히 남게 됐습니다. 이때 두산중공업이 채무를 대위변제하고 우선수익자임을 주장하면서 사건이 커진 겁니다.
당시 외환은행에서 두산중공업의 대위변제를 인정해주는 확인서를 작성해줬고, 한자신 역시 두산중공업 측으로부터 각서를 받았습니다. 화면에 나오고 있나요. 보시면 신탁재산, 그러니까 이 건물을 처분하는데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두산중공업이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입니다.
정리하면 두산중공업이 대신 빚을 갚고 우선수익자임을 주장하면서 건물 소유권을 가져간 건데, 우선수익자가 맞느냐가 핵심인 겁니다.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두산중공업의 자격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먼저 이뤄지고, 그다음 중간 역할을 한 한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느냐를 따져야 하는 겁니다.
[앵커]
두산중공업의 지위에 대한 정리가 사실상 이번 재심의 핵심이라는 말씀인데요. 그래서 공판 일정이 중요한 거네요.
[기자]
네, 그래서 시선RDI와 두산중공업이 하는 소송 이름이 ‘우선 수익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입니다. 한자신과는 건물을 팔수도 없고 팔면 안 되는 데 왜 팔았냐는 걸 따지는 ‘신탁재산 처분 금지’ 소송이고요.
이번 재심이 시작되기 전 법원은 두산중공업과 한자신에게 질의답변서를 요청했었는데요. 두산중공업은 당초 공판 날짜인 1월 13일 하루 전인 지난 12일에 제출했고, 한자신은 그 이후인 14일에 질의답변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대한 늦게 제출한 겁니다.
[앵커]
시세가 4,000억원 정도 되는 강남 금싸라기 땅에 있는 고가 빌딩입니다. 이례적으로 소유권 이전 관련 재심이 열리고 있는 건데요. 법조계에서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기자]
재판 결과에 대한 전망을 하기는 아주 조심스러운 부분인데요. 초고가 빌딩이기 때문에 예민하기도 하고요. 일단 재심이 열렸기 때문에 지난 재판 결과와는 다를 거라는 전망은 가능합니다.
특히 여러 관련법에 어긋난 정황과 증거들이 당시 재판에서는 쓰이지 않았었기 때문에 이번 재판은 지난번과 분위기도 많이 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수의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과 얘기를 나눠봤는데요. 이례적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사용했습니다. 최종 판결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말을 아꼈지만 소유권 이전 소송은 최초 소유자 이후에 수십 차례 소유권이 이전됐다고 해도 소송 이후에 바로 되찾아 올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시선RDI가 소유권을 되찾아올 가능성도 있는 겁니다.
[앵커]
이례적으로 초고가 빌딩의 소유권 이전 관련 재심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두산중공업과 한국자산신탁을 상대로 두 건의 소송이 진행되는 건데, 그 중간에 얽혀있는 은행과 특수목적법인 회사 등 관련인들의 증인 참석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앞으로 재판 진행 상황을 계속 보도해드릴 예정입니다. 설 기자 추가 취재를 부탁합니다. 수고했습니다.
[기자]
네, 감사합니다. /joaquin@sedaily.com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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