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암호화폐 거래소·은행, 금융당국에 "특금법 완화" 읍소

증권·금융 입력 2021-06-30 20:05:38 수정 2021-06-30 20:05:38 정순영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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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바뀐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대부분의 암호화폐 거래소가 무더기로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이자 각종 소송과 헌법소원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암호화폐거래소의 실명계좌 발급 심사 과정에서 여러 위험 요인들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디데이를 앞둔 거래소들의 분위기는 어떤지 금융부 정순영 기자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9월 24일까지죠. 특금법 신고를 마치지 못하면 암호화폐 거래소들 사이에서 헌법소원이나 소송 제기를 검토하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개정된 특금법과 시행령은 암호화폐 거래소들에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했는데요.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계좌를 받았다는 확인서 등을 9월 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에 제출하고 신고 절차를 마쳐야만 영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가 '특금법 신고'를 통해 거래소 구조조정과 함께 실질적 검증 책임을 시중은행이 떠안도록 체계를 잡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향후 자금세탁 사고 연루 가능성 등에 큰 부담을 느끼는 은행은 거래소 검증 작업을 최대한 회피하고 있고, 케이뱅크, NH농협은행, 신한은행만 현재 실명계좌 제휴 관계인 업비트, 빗썸·코인원, 코빗에 대해 '자금세탁 위험평가'를 시작한 상황입니다. 

지난 3일 금융당국과 20개 거래소의 첫 간담회에서 거래소들도 "실명계좌 발급을 신청하려고 해도 은행들이 잘 만나주지도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거래소가 거론하고 있는 헌법소원은 정부, 금융당국의 '부작위'에 대한 것인데요. 

금융당국에 검증 책임이 있다면 직접 기준을 정하고 거래소를 걸러내야 하는데, 은행이 발급하는 실명계좌를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끼워 넣으면서 기형적인 검증 구조를 만들고 할 일을 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앵커]

지난해부터 펀드 사태로 몸살을 앓았던 은행들은 이번 특금법 개정과 관련해서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 텐데요. '현미경 심사'를 벌이느라 요즘 한참 분주하다고요.


[기자]

은행연합회가 지난 4월 마련한 '가상자산 사업자 위험평가 방법론' 가이드라인에 따라 은행들은 거래소에 현미경 심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 가이드라인은 당국이 필수적 평가요소, 절차 등 최소한의 지침도 주지 않자, 은행연합회와 은행들이 외부 컨설팅 용역을 받아 '공통 평가 지침'으로 마련한 것인데요. 

가상자산사업자 자금세탁방지 위험 평가를 위한 체크리스트가 예시로 제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규정·지침 관리 여부, 전사위험평가 절차 수립 및 수행 여부, 내부보고 체계, 담당인력 숫자 경험 등을 따져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실명계좌 발급을 하지 않기로 한 대다수 시중은행들은 자금세탁 범죄 등에 연루되면 은행과 금융지주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4대 암호화폐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한 은행도 자금세탁방지 관련 조직·체계 등의 보완을 기존 계약 거래소에 요구하며 면밀한 검증을 벌이고 있는 상탭니다. 

특히 최종 승인권자 등 현황을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거래소에 '신규 코인 상장 심사, 기존 코인의 상장유지 심사 관련 매뉴얼과 수행 이력'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암호화폐 발행 주체인 코인 재단이 가격과 배분, 공시를 마음대로 정하고, 개별 거래소가 제각기 다른 기준으로 최소한의 검증만 할 수 있게 돼 있는 등 '코인 상장 심사'가 허술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습니다.


[앵커]

헌법소원과 소송에 앞서서 암호화폐 상장폐지 등과 맞물려서 이미 거래소와 발행 주체인 재단 사이에서 '줄소송' 조짐이 보이고 있죠.


[기자]

암호화폐에 대한 법과 규정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거래소, 암호화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추진되다 보니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분위깁니다. 

업비트는 지난 18일 24개 암호화폐를 무더기로 상장 폐지했는데, 이 중 하나인 '피카' 코인의 발행주체 피카프로젝트는 암호화폐를 업비트에 상장할 당시 업비트가 '상장 피'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소송과 상장폐지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 등을 예고했습니다. 

또 빗썸에서도 상장폐지가 결정된 드래곤베인 재단이 상장폐지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고, 상장폐지 결정 무효확인 소송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향후 암호화폐 재단과 마찬가지로 거래소들도 역시 급격한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정부와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은행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는데 금융위원회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자금세탁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은행에는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 기준'을 제시할지 고심 중이라고요.


[기자]

금융당국은 7월 중으로 면책기준을 마련해 달라는 은행들의 의견에 대한 비조치의견서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은행연합회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자금세탁 문제가 생기더라도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심사 과정에서 은행에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으면 은행에는 책임을 묻지 말아 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금융위에 냈습니다. 

비조치의견서는 금융회사 등이 수행하려는 행위에 대해 금융당국이 향후 제재 등의 조치 여부를 회신하는 문서로, 비조치·조치·기타의 형태로 답변해 법적 불확실성을 줄여줍니다. 

만약 금융당국이 비조치 의견을 낸다고 하더라도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해도 된다'는 식의 구체적인 항목 기준은 제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 여부는 개별 은행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이고, 당국이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게 금융위의 일관된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금융위에 역할을 주문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또 은행의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하더라도, 정부의 신고 심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금융당국에 제안하고 있다고요. 당국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아직 실명계좌가 없더라도 그에 준하는 안정적인 사업체계를 갖춘 것이 확인되면, 일단 정부의 심사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 거래소들의 입장입니다. 

은행 실명계좌 발급은 당국 심사에 통과된 후에 이뤄져도 늦지 않다는 건데요. 

무엇보다 거래소들은 은행 실명계좌 발급을 받아야 정부 신고 심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불합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명계좌 외에도 사업자의 다양한 요소를 심사받을 수 있는데, 그 기회마저 박탈하고 있다는 이유입니다. 

반면 금융당국은 실명계좌 없이 신고 심사를 받도록 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신고를 위해서는 특금법 시행령에 따라 실명계좌 발급,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임원의 범죄사실 없을 것 등 세 가지 기준 절차를 무조건 갖춰야 한다는 겁니다. 

당국은 정부의 신고 심사를 먼저 받게 해달라는 건 전제 순서를 바꾼 것이라며 불허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앵커]

암호화폐 규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제 세계적인 추세라고 볼 수 있을 텐데요. 각국의 규제와 단속도 본격화하고 있죠.


[기자]

영국 금융행위감독청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영국법인 '유한회사 바이낸스마켓'에 동의를 받기 전엔 어떤 규제대상 업무도 하지 말라고 명령했습니다. 

또 독일 금융감독청은 바이낸스가 테슬라 등의 주식과 연계된 토큰을 발행하면서 투자설명서를 발행하지 않는 등 유럽연합 증권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어 벌금을 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국 법무부와 국세청도 자금세탁과 탈세 등의 혐의로 바이낸스를 조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미 재무부는 1만달러 이상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기업은 반드시 국세청에 신고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국세청은 세금추징을 위해 암호화폐를 압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암호화폐를 강력히 단속하는 중국은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를 타격하겠다"라고 선언한 이후 비트코인 채굴이 활발하던 대부분 지역에서 채굴할 수 없어졌습니다. 

이처럼 각국이 암호화폐 규제에 나선 것은 사용 가치가 없는 암호화폐에 현금이 쏠렸기 때문입니다. 

버블 붕괴가 오면 전체 금융 체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중국을 중심으로 각국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에 속도를 내면서 잠재적 경쟁자인 암호화폐 때리기를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암호화폐 규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지만 각종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된 피해자들의 금융당국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큽니다. 당장은 큰 혼란이 오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시장이 안정돼서 안전하게 거래를 할 수 있는 시점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잘 들었습니다./binia9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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