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이 멈춘다①] "이 값으론 못해"…공사비 갈등 확산
자잿값 상승에 '건설사-하도급사' 간 갈등
철근 가격, 톤당 100만원 돌파…1년새 두배↑
건설업계 "마진율 급락…계약 조정도 쉽지 않아"
건설현장 셧다운…윤석열 정부 공급계획 차질 우려
국토부, 오는 6월 기본형 건축비 추가 인상 결정
[서울경제TV=이지영기자]
[앵커]
윤석열정부 출범으로 부동산 시장에선 공급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새 정부는 과도한 규제와 비합리적인 세제를 손보는 동시에 공급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는데요.
하지만 정작 집을 짓는 건설현장에선 자잿값 급등과 규제 리스크 등의 영향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주택 공급 로드맵 이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시장의 불안감도 공존하고 있는데요.
서울경제TV는 원활한 주택공급을 가로막는 건설현장 셧다운 리스크를 요인별로 짚어보고자 합니다. 첫번째 순서, 이지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건설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자잿값이 급격히 치솟으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지 곳곳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이 커진 탓입니다.
건설사는 자잿값 인상분을 공사비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하고, 조합원들은 부담금 인상을 걱정하며 서로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서울 은평구에 있는 대조 1구역의 경우 이런 갈등 탓에 공사를 시작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브릿지]
"현재 철거를 모두 마친 상태지만, 공사비 갈등으로 착공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비용 갈등은 원도급사인 건설사와 하도급 업체 사이에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당장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운 하도급 업체들은 공사대금을 올려달라며 일부 건설현장에서 작업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부산·울산·경남 철근·콘크리트 연합회는 지난 6일부터 어제까지 공사를 중단했고, 부산·경남지역 레미콘 노동자들도 어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건설 현장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중단됐습니다.
또 전국 철근·콘크리트연합회 중 규모가 가장 큰 서울·경기·인천 연합회는 내일(11일) 대표자 회의를 열어 자재비 증액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계획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인터뷰] 김학노 철콘연합회(서울·경기·인천) 대표
"원청 업체에서 자재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기 지연으로 인한 손실이 5~10%가까이 되고요, 또 자재비 인상으로 인해서 50%~100%이상의 원가 부담이 있기 때문에 경영난의 어려움이 있다,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비용 문제로 인한 현장 셧다운 리스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건설 공사의 뼈대를 세우는 재료인 철근, 콘크리트, 시멘트 등 자잿값 상승세는 좀처럼 꺾일 조짐이 보이질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톤당 50~60만 원에서 거래되던 철근 가격은 최근 100만 원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레미콘 단가도 ㎥당 7만1,000원에서 8만300원으로 약 13% 급등했고, 원재료인 시멘트 가격도 15% 이상 상승했습니다.
시멘트 제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유연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러시아산 공급이 막히며 재고량마저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앞으로도 자잿값 부담이 줄긴 커녕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하도급 업체들의 반발은 더 거세질 수 있습니다.
[싱크] 전문건설협회 관계자
"이런 하도급체들의 손실 보전을 위해서 하도급 대금 조정이 없을 경우에는 공사 중단, 공기지연, 부실시공은 물론이고 업체들 같은 경우에 줄도산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건설현장을 살리고 건설업계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발주자부터 원도급자까지 하도급대금을 조정하는데 적극적으로 협조를 하는 상생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건설사들도 사업이 진행돼야 하는 만큼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고려하고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습니다.
자잿값이 두 자릿수로 뛰어오르는 상황은 건설사 입장에서도 사실상 불가항력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인건비, 운송비 등까지 한꺼번에 올라 마진율이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현장마다 조합과 공사비 갈등이 거듭되고 있어 계약을 마음대로 조정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싱크] 건설업계 관계자
"건설업계에서도 이미 원가율 자체가 높은 산업을 하는데 거기에 원자재 가격이 갑자기 높은 비율로 상승을 하면 이미 10% 안팎으로 가져가고 있는 수익률에 큰 타격을 입으니까 마음대로 수익률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다음에 시행사라든지 사업주 쪽에 계약 변경, 자재비 상승분에 대한 계약 변경 청구 신청을 해야 하는데 그런 구조가 복잡할수록 계약변경을 쉽게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부분이죠."
이렇듯 치솟는 자잿값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공사현장이 멈춰 설 경우, 250만 호를 공약한 윤석열 정부의 주택 공급 로드맵도 이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인터뷰] 두성규 전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반적으로 시장에 있어서 현장들이 원자재 가격의 상승, 조달의 어려움, 건설인력의 인건비 부분에 대한 상승 등으로 인해서 공급이 원활하게 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전반적으로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공급자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공사를 미루려는 움직임은 이미 숫자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2월 전국에서 착공된 주택은 4만4,352채로 지난해 같은 달(7만288채)과 비교해 36.9% 감소했습니다.
공사가 시작되면 적자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어 착공을 미루는 업체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됩니다.
주택공급 차질 우려가 커짐에 따라 정부는 오는 6월 기본형 건축비 추가 인상을 결정할 계획입니다.
국토교통부는 매년 3월과 9월 기본형건축비를 정기 고시하는데, 이번엔 수시 고시를 통해 기본형건축비를 다시 조정하겠다는 겁니다.
원가 변동분을 반영해 공급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함입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이미 지난 3월에도 건설 자잿값이 급등한 상황을 고려해 분양가 산정의 바탕이 되는 공동주택의 기본형 건축비를 지난해 9월 대비 2.64% 올린 바 있습니다.
분양가 상승 우려가 있지만, 공사 중단 사태가 확산할 경우 신규 공급이 급감해 오히려 주거 불안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두성규 전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공급부분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함으로써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주는 것이 무엇보다 대단히 중요할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실제 3기 신도시의 건설이라든지 서울 도심에 있어서 재건축 사업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진행은 되고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실질적으로 잘 진행되고 있는지 현장에서 확인도 필요할 것으로 보여지고요…"
공사가 중단되면 조합이든 시공사든 피해가 불가피합니다. 그럼에도 원자재 등 최근 물가급등은 아파트를 짓는 이해관계 모두를 ‘공사 중단’이란 막다른 길로 내몰고 있습니다.
갈등 중재와 원자재 수급 루트 확보 등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입니다.
서울경제TV 이지영입니다. /easy@sedaily.com
[영상취재: 김서진, 허재호]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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