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하 전남대병원 센터장 "저출산·산부인과 감소 해결 시급"
16년간 세금 280조 쏟아붓고도 출산율 0.78명 역대 최저
신생아·산부인과 감소 지속…지방소멸·국가소멸 멀지않아
김윤하 고위험 산모·신생아 치료센터장 "국가 지원 선결"
[광주=김준원 기자]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인구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자수는 1970년 통계작성 이후 역대 최저인 24만 9,000명, 사망자수는 37만 2,800명으로 자연감소폭이 12만 3,8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 가능한 여성의 나이인 15~49세를 기준으로 여성 한 명이 평생동안 낳을 수 있는 자녀 수를 가리키는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OECD 국가 중 꼴찌이자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출생아 수 및 합계출산율 추이. [자료=통계청]
모의 연령별 출산율 및 주요 연령층 출산율 추이. [자료=통계청]
고령화는 지속되고 저출산이 낮아지면 인구도 줄지만 향후 경제활동인구가 부담할 사회적 비용 증가와 국민연금 고갈 등에 따른 세금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 4대 의무인 징병제 유지도 역시 어렵게 한다.
정부는 그간 16년 동안 약 280조원의 세금을 쏟아붓고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인구 감소의 원인은 뭘까? 산부인과 지원 전문의는 왜 감소하고 산부인과병원 폐쇄는 왜 늘까?
이에 대해 김윤하 전남대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장’은 저출산 문제, 산부인과 지원 전문의 및 산부인과 병원 감소에 대해 그 원인과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김윤하 통합치료센터장은 현재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산부인과 교수이면서 전남대 의대 개교 80주년 기념사업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다. 또 전남대병원장 직무대행, 대한산부인과학회 TFT 위원장, 대한모체태아의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1985년 2월 의사면허를 취득한 후 38년 동안 오직 산모와 태아, 출산을 위한 열정으로 지내왔다.
김 센터장은 가장 먼저 “비혼 현상을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 중 무엇보다 결혼적령기의 남녀가 결혼해 자식을 낳아 기를 수 있는 경제적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며 “높은 집 값과 사교육비를 낮추고 불안정한 고용상황을 개선하며, 임금을 현실화시키는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여성의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고, 출산휴가와 보육휴가에 대한 보장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또 “저출산 해결방안 중 또 하나는 바로 맞벌이 부부를 위한 지원인데, 해결방안의 핵심은 바로 여성에게 있기 때문에 출산을 하면 자연스레 일과 가정 중 하나를 택할 수 밖에 없는 사회분위기를 해결해줘야 하며, 경제적 안정을 위한 다양한 지원과 세제 혜택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윤하 센터장이 지난달 10일 '제18회 임산부의 날'을 맞아 지난 1년 동안 노력해 준 의료진들에게 상장과 선물을 전달하고, 입원중인 임산부들에게도 선물을 전달했다. [사진=전남대병원]
김 센터장은 의료적인 부분에서 풀어야 할 숙제도 제시했다.
우선 우리나라는 출산 관련 의료소송이 급증하고 있어 분만 인프라 붕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산부인과 영역에서 유독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민감한 이유는 평소 건강하게 멀쩡한 임신부와 태아가 분만하다가 죽거나 아기가 잘못되면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질환이 양수색전증, 폐색전증, 태변흡입증후군, 뇌성마비 등이 있다.
특히 뇌성마비는 대부분 산전 원인에 의하고 분만과정과 연관은 10% 미만으로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생아에게 뇌성마비가 발생하면 산부인과 의사에게 책임을 지우는게 빈번하다. 지난 7월 28일 Medical Times 보도에 따르면, 뇌성마비 신생아 사건으로 분만을 담당한 의사에게 12억 원의 배상 판결이 내려지면서 산부인과 의사들의 위축이 심각하다.
이는 산부인과 의사와 병원의 잘못으로 인한 책임이 미미한 바,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국가가 손해배상 해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분만을 담당하는 전문의 감소와 산부인과 병원과 의원 수 감소를 꼽을 수 있다. 산부인과 전공의들이 나날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산부인과 전문의들마저도 분만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가슴아픈 현실이다. 해마다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는 줄고 산부인과이지만 분만 보다는 산전 검사만을 시행하거나 피부미용·비만 클리닉만을 운용하는 곳이 많아지는 추세다.
셋째는 저평가된 분만수가 등으로 인한 병·의원의 경영 악화다. 분만실 특성상 365일 24시간을 응급상황에 노출돼 있는 상태로 근무여건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응급실과 달리 응급 의료 수가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일본 등 외국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분만료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대폭적인 의료 수가 인상을 하거나, 의료보험 내에서 해결할 수 없으면 다른 재원을 개발해야 한다. 모자보건 관련 복권 발행이나 담배·주류에 모자보건 세금을 부가하는 방법 등도 모색해야 한다.
넷째는 산부인과 의사의 고령화 및 전문의 성비 불균형이다. 우리나라 산부인과 전문의 중 연령 50세 이상이 절반을 넘고 있다. 최근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 중 남성의 비율은 10~15% 미만이다. 이로 인해 분만 취약지 발생, 분만 취약지 모성 사망의 증가, 분만 가능한 종합병원 감소 등의 문제점이 발생되고 있다.
출산환경은 산모의 고령화, 다태임신의 증가, 조산·임신중독증 등 고위험 임산부 증가가 뚜렷한 만큼 이들을 안전하게 분만할 수 있도록 인력과 시설이 요구된다. 고위험 임산부 진료에 관한 수가 대폭 증가하고 있어 권역별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에 대한 인적, 재정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김 센터장은 “출산하는데 자유로울 수 있도록 경제·사회적 부담을 줄여주고, 분만 인프라 붕괴상태에 직면한 산부인과 의료체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하면서 “정부가 의료 사고, 인적·시설적 위험요인을 해결해 안전한 분만이 이뤄짐과 동시에 저출산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깊이있는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윤하 센터장(산부인과 교수)은 지난 2월에 임산부를 위한 의학지침서 '아침에 읽는 임산부를 위한 건강이야기' 네번째를 발간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17년 첫 발행 이후 2019년, 2021년에 이어 네 번째 저서다. [사진=산부인과학교실]
한편, 김윤하 센터장(산부인과 교수)은 지난 2월에 임산부를 위한 의학지침서 '아침에 읽는 임산부를 위한 건강이야기' 네번째를 발간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17년 첫 발행 이후 2019년, 2021년에 이어 네 번째로 발간한 이 책은 임신준비 및 산전관리, 임신 중 건강 및 약물관리, 기형아 검사, 고위험 임신, 분만 등 10개의 단원으로 나눠 소개된 바 있다. /kimnew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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