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잇따른 '노조 편향' 판결…"기업 부담 가중"

경제·산업 입력 2025-02-10 14:39:21 수정 2025-02-10 14:39:21 이혜란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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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IB]
[서울경제TV=이혜란기자] 최근 법원이 노사관계 관련 소송에서 연이어 노조 측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면서, 경영계에서는 판결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원은 최근 불법 파업으로 생산라인이 멈췄음에도 노조 측이 고정비용 및 매출 감소 등 회사 측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경영계가 고심에 빠졌다.

1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부산고등법원 민사6부(재판장 박운삼)는 최근 현대자동차가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현대차 측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가 2012년 8월 사내하청 비정규직 근로자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울산공장 의장라인 등을 불법으로 멈춰 세웠으나, 해당 기간 초래된 매출 감소 및 고정비용 손실 등 회사 측 손해에 대해 배상 책임이 없다고 본 것이다.

앞서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현대차 측의 일부 승소를 판결했으나 대법원은 2023년 6월 손해배상액을 재산정하라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바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노조 측 손을 들어준 부산고법의 이번 판결은 민사소송법의 기본 원칙인 '입증책임의 원칙'을 외면했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노조 측 책임을 인정한 1심 및 2심 판단과 달리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파업 후 추가 생산을 통해 부족 생산량이 만회됐다'는 노조 측의 일방적 주장을 수용했다.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파업 후 추가 생산으로 부족분이 만회되었는지 여부를 노조 측이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노조는 재판 내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로 생산하지 못한 부족 생산량을 만회하기 위한 추가 생산 역시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불법 파업 종료 후 상당 기간 내 추가 생산을 통해 부족분이 만회되었는지 여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와도 배치된다.

이번 판결을 두고 업계에서는 법원이 증거 및 사실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채증법칙’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재판부는 2012년 8월에는 당초 계획보다 생산량이 1만 2700대가 적지만, 연간 계획 생산량 기준 3300대가 더 생산됐다며 파업 이후 추가 생산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매년 초 세우는 ‘계획 생산량’은 미확정 단순 목표치에 불과하며, 시장 상황에 따라 매월 탄력적으로 운영되는 실제 ‘운영계획’ 상으로는 2012년 연간 목표 대비 1만 6150대가 적게 생산됐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불법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이 모두 만회됐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현대차의 생산방식을 두고서도 재판부는 고객이 원하는 차종과 사양을 정하면, 그에 맞는 차량을 생산하는 ‘주문생산방식’이라고 판단했다. 일시적 생산 지연에도 고객이 곧바로 매매계약을 취소하지 않을 개연성이 높고, 따라서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취지다.

반면, 자동차 업계는 고객 주문이 없더라도 일정 물량 이상의 재고를 확보해두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차 역시 고객 주문 물량 외에도 다양한 옵션의 차종을 미리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불법 쟁의행위에 따른 조업 중단 시 생산 및 판매 차질이 불가피하고 설명한다.

현대차는 재판 과정에서 주문생산방식으로 차량을 생산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를 제했고, 노조 측 증인 역시 인정했지만 마찬가지로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은 법리를 오해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해가며 생산시설 점거와 같은 불법 쟁의행위에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며 “향후 다양한 불법 변칙 쟁의행위를 조장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에 앞서 이뤄진 대법원 통상임금 판례 변경에 따른 후폭풍도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을 정하는 기준에서 고정성을 폐기했다. 소정근로 제공에 대한 대가로 지급받는 정기성과 일률성이 있는 임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하면서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했다. 일한 대가로 조건 없이 지급되는 ‘고정성’이 있어야 통상임금이라는 2013년 판례를 11년만에 뒤집은 것이다.

이에 기업은 인건비 증가 부담요인에 직면하게 됐다. 대법원은 판결 당시 소급적용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일부 대기업 노조는 과거 소급분까지 청구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해외에서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경쟁심화 등으로 힘겨워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저성장 속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사법부의 노사관계 관련 최근 판결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놓인 기업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ran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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