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속 달리는 말…말에서 탄생한 럭셔리 브랜드 이야기
경제·산업
입력 2025-08-07 14:42:47
수정 2025-08-07 14:42:47
이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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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구찌·랄프로렌…승마 문화가 만든 아이콘

[서울경제TV=이채우 인턴기자] 말은 인류 역사에서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권력과 우아함, 속도와 자유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고대 그리스의 전차 경주에서부터 중세 기사들의 위엄 있는 기마행렬, 그리고 근세 유럽 귀족들의 사냥과 승마까지, 말은 언제나 지배층의 권위와 세련된 취향을 대변해왔다. 특히 19세기 유럽에서 승마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상류사회의 필수 교양이자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이었다.
이러한 역사적 상징성은 현대 패션계에서도 여전히 강력한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했는데, 에르메스, 구찌, 랄프 로렌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모두 말과 승마 문화에서 출발하거나 그 정신을 계승하여 오늘날 럭셔리 산업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돈이 있어도 쉽게 살 수 없다는 버킨백과 켈리백으로 유명한 에르메스는 말과의 인연에서 시작된 브랜드다. 1837년, 마차가 파리 거리를 누비던 시대에 티에리 에르메스(Thierry Hermes)는 마들렌 광장 근처 바스 뒤 랑파르에 작은 마구점을 열었다. 안장과 마구류를 전문으로 하는 이 작은 공방은 철저한 수공예 방식을 고수했다.
시간이 흐르며 가죽 가방, 스카프, 의류로 영역을 확장했지만 브랜드의 DNA에는 여전히 말의 정신이 깊이 새겨져 있다. 시그니처 '카레(Carre)' 실크 스카프에 말과 기수, 마구를 주제로 한 디자인이 끊임없이 등장하며, 매장 곳곳에서 말 조형물과 안장 형태의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다.

1921년 피렌체에서 구찌오 구찌(Guccio Gucci)가 설립한 이 브랜드의 창립자는 젊은 시절 런던 사보이 호텔에서 근무하며 영국 상류층의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탈리아로 돌아온 그는 모던한 기술과 최상급 소재로 제작한 승마용 가죽 제품을 선보이며 귀족 사회에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점차 핸드백과 일반 가죽 제품으로 영역을 넓히며 명성을 쌓아갔다.
이 과정에서 그는 구찌의 불후의 심벌이 된 디자인 요소들을 창조했다. 말 안장을 고정하는 스트랩에서 영감을 얻은 그린-레드-그린 웹 스트라이프와, 홀스빗(말 재갈) 장식이 바로 그것이다. 다양한 승마 관련 요소를 디자인에 접목시킨 아이디어는 현재까지도 구찌의 가치를 증명하는 핵심 심벌로 기능하고 있다.

랄프 로렌(Ralph Lauren)은 말과 가장 직관적으로 연결된 브랜드다. 1967년 창립 당시부터 '폴로(Polo)'라는 명칭을 전면에 내세웠으며, 브랜드 로고에는 말을 탄 폴로 선수가 말렛을 든 모습이 역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1970년대 출시된 폴로 셔츠는 이러한 철학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좌측 가슴의 말 탄 폴로 선수 로고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누구나 동경하는 '말 위의 귀족' 정신을 일상복에 담아낸 혁신이었다. 오늘날까지도 랄프 로렌의 모든 제품에서 말의 정신인 자유로움, 우아함, 그리고 끝없는 도전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 외에도 수많은 명품 브랜드가 마구용품 전문점에서 출발했거나 말 관련 상징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채택했다. 당시 승마용품이 귀족층의 전유물이었던 만큼, 명품 브랜드들이 말에서 영감을 받은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실제로 승마는 유럽과 미국 상류층 문화의 핵심 요소였고, 이를 뿌리로 하는 브랜드들은 시대가 변해도 흔들리지 않는 클래식함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말에서 시작된 명품 브랜드들의 DNA는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증명해왔다. 현대 소비자들이 이들 브랜드를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히 제품의 완성도 때문만이 아니라 브랜드가 가진 럭셔리의 본질 때문일 것이다. 말은 경마장이나 목장을 넘어 명품 매장과 런웨이에서도 달리며, 여전히 우리에게 진정한 럭셔리가 무엇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dlcodn122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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