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앞둔 ‘AI 기본법’…세계 최초 타이틀 뒤 업계 고민은
경제·산업
입력 2025-12-27 08:00:11
수정 2025-12-27 08:00:11
이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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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시행… 최소 규제 약속에도 불안 여전
AI 표기 의무화…스타트업 100곳 중 2곳만 대비
[서울경제TV=이수빈 기자] 인공지능(AI) 산업의 질서를 규정할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이 내년 1월 22일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한국은 이로써 전 세계 최초로 AI 단독 성문화 법률을 시행하는 국가가 된다.
하지만 시행일이 다가올수록 산업계, 특히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 현장에서는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규제 흐름 속에서 한국형 모델이 혁신의 발판이 될지, 새로운 진입 장벽이 될지를 두고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세계 최초의 포괄적 규제…‘최소 규제’ 원칙은 지켜질까
정부는 이번 AI 기본법이 유럽연합(EU)의 강력한 ‘위험 기반 규제’와 미국의 ‘자율 가이드라인’ 사이에서 균형을 잡은 혼합형 모델임을 강조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최근 개최한 설명회에서 규제를 최소화하고 다른 국가 대비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특히 시행 초기 최소 1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고 이를 연장할 가능성까지 공식화하며 업계의 심리적 부담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사업자가 스스로 ‘고영향 AI’ 여부를 판단해 정부에 확인을 요청하는 절차를 도입해 규제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고영향 AI는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 또는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영역에 한해 국가가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요구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개념이다. 고영향 AI로 지정되면 기업은 일반적인 AI 서비스보다 한층 강화된 신뢰성 및 안전성 확보 의무를 지게 된다.
하지만 법조계와 산업계 일부에서는 AI 기본법이라는 포괄적인 틀 아래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으로 세부 규제를 채워 넣는 방식 자체가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규제 범위가 명확히 획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령에 따라 언제든 의무가 가중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AI 딱지 붙이면 누가 보나” 고민 깊어진 콘텐츠 업계
업계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점은 ‘AI 생성물 고지 의무’다. 법안에 따르면 텍스트, 음성, 이미지, 영상 등을 AI로 제작할 경우 소비자에게 이를 사전 고지하거나 표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시 최대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패션 및 콘텐츠 분야 AI 기업들은 이러한 의무가 기술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영화의 CG나 사진 보정 단계에서 별도의 표기를 하지 않는 것과 비교해, AI 활용물에만 ‘AI 제작’ 낙인을 찍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음성 AI 스타트업의 경우, 위변조 방지를 위해 음성에 신호를 심는 ‘워터마킹’ 기술이 오히려 음질 저하를 유발해 상품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사 위기 스타트업…100곳 중 2곳만 준비 완료
더 큰 문제는 대응 역량의 격차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AI 스타트업 101개사 중 대응 계획을 수립한 곳은 단 2%에 불과했다. 초기 단계 기업의 절반 이상은 법안 내용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은 법무팀과 기술 대응 인력을 동원해 데이터 정제부터 투명성 확보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스타트업은 당장의 서비스 개발 인력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AI 기본법 준수를 위해 데이터를 처음부터 다시 구축하거나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검증하는 과정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규제를 유예해주는 것을 넘어, 영세 기업들이 법적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단계별 기술 지원과 법률 자문 패키지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규제 전쟁 속 한국의 현주소는
해외 주요국과의 규제 강도 비교도 기업들에겐 중요한 변수다. 지난해 AI법을 채택한 EU는 고위험 AI에 대해 엄격한 신고 체계를 도입했으나, 산업계 충격을 고려해 본격적인 적용 시점을 2027년으로 늦추며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미국은 연방 차원의 포괄적 규제 대신 뉴욕이나 캘리포니아 등 주 단위로 대형 개발사에 한정해 안전 계획을 요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국가 전체에 적용되는 기본법을 선제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전 세계의 시험대가 된 상황이다. 정부가 내세운 ‘혁신과 안전의 균형’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행령 확정 과정에서 업계가 제기한 ‘생성물 표기 범위의 구체화’와 ‘주체별 책임 소재 명확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q0000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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