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오르면 옵션은 214% 올라요”…토스證의 아주 위험한 '쉬운 금융'
경제·산업
입력 2025-12-27 08:00:04
수정 2025-12-27 08:00:04
오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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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증권, 어닝콜 실시간 번역 AI 인기…누적 이용자 120만명 돌파
“주식천재 따라사기·커뮤니티에 자랑하기”..."과하다" 지적 잇따라
금융감독원 현장조사 착수…금융당국도 '주시 중'
[서울경제TV=오동건 인턴기자]
“삼성전자가 오를지, 내릴지 맞혀보세요"
토스증권에 들어가면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는 이벤트 문구다. 올라갈지 내려갈지 선택만 해도 주식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 투자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간편한 UI와 ‘쉬운 금융’을 앞세운 토스증권은 해외주식 시장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우며 월 거래대금 30조원을 넘는 증권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플랫폼 곳곳에 배치된 이벤트와 문구, 고위험 파생상품 노출 방식은 투자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와 함께 ‘투기 유도’ 논란을 동시에 불러왔다. 토스의 슬로건, '쉬운 금융'이 초보 투자자를 위험에 빠트리는 건 아닌지,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토스증권, 해외주식 거래 급증…성장 배경은 ‘간편한 UI’
토스증권은 투자자의 이용 편의성을 앞세운 서비스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AI 기반 해외기업 어닝콜 실시간 번역 서비스의 누적 이용자 수가 12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어닝콜 청취 중 국문 번역과 발표자들의 실시간 음성을 영어 스크립트로 제공해 몰입도와 편의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업계는 이같은 서비스가 토스가 강조해온 '쉬운 금융'의 연장선에 있다고 평가한다. 토스는 하나의 앱에서 뱅킹·결제·증권 등을 처리하는 ‘슈퍼앱’ 전략으로 접근성을 높였고, 토스증권은 초보 투자자 눈높이에 맞춘 MTS를 강점으로 내세워 왔다.
한 증권 전문가는 "친숙한 브랜드 로고와 직관적 인터페이스, 소수점 거래 등으로 해외주식 진입 문턱을 낮춘 것이 성장의 동력이 됐다"라며 "토스증권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투자에 대한 관심을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됐다"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전략은 빠른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졌다. 토스증권은 2021년 12월 해외주식 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뒤 거래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2022년 말 외화증권 거래대금 기준 약 7.37%로 진입했고, 2023년에는 12.13%까지 확대됐다.
2024년 11월에는 월간 해외주식 거래대금 30조원을 돌파하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고, 현재까지 거래대금 30조원대를 유지하며 1~2위를 오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토스가 없었다면, 현재 금융 앱 인터페이스 대부분이 과거 수준에 머물렀을 것”이라며 “모바일 금융 서비스 편의성을 높이는 데 토스가 공헌했다는 점을 부정하는 금융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스, 수십개 이벤트 운영…투자 판단 흐릴 '우려' 제기돼
그러나 투자자 사이에선 토스증권의 플랫폼 유입을 유도하는 마케팅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토스증권 MTS에는 ‘더 많은 주식을 찾고 싶다면’이라는 별도 영역이 마련돼 있으며, 이 안에 ‘주식천재 따라사기’와 같은 기능이 포함돼 있다. 개별 투자자의 판단보다는 성공한 투자자의 포트폴리오를 확인할 수 있지만, 글귀가 다소 자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익이 발생한 경우 화면에 ‘수익을 축하해요’라는 문구와 함께 ‘커뮤니티에 자랑하기’ 등의 문구가 노출된다. 한 익명의 투자자는 "투자 행위를 재테크가 아닌 가벼운 참여형 콘텐츠로 인식하게 만들까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앞서 토스증권은 간편한 UI와 쉬운 설명을 강점으로 10~20대 초보 투자자를 대거 유입시켰다. 토스증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전체 이용자 중 3명 중 1명이 10~20대다. 이 같은 이용자 구성에서 이벤트 중심의 화면 설계가 투자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두고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오를지 내릴지 맞춰보세요"…토스증권, 옵션 홍보 문구 논란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우려섞인 시선을 받는 건 바로 토스에서 새로 도입한 '옵션 서비스'다. 토스증권은 이달 3일 일부 사전 신청자를 대상으로 해외주식 옵션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해당 서비스는 지난 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장내파생상품 투자중개업 인가를 받은 이후 처음 선보이는 파생상품이다.
그러나 서비스 출시와 함께 노출된 홍보 문구와 화면 구성은 논란을 불러왔다. 토스증권은 MTS에서 “엔비디아가 5% 오르면 옵션 가격은 214% 오른다"와 같은 문구를 사용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옵션이 고위험 파생상품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익률과 오락성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토스증권은 초보투자자 유입 기반이 강한데, 이런 고객층을 상대로 고난도 파생상품을 게임처럼 소개하는 건 위험하다"며 "옵션과 같은 고위험 상품의 진입 장벽을 낮춘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신규 투자자 확보를 위한 마케팅 성격이 짙다"고 했다.
일부 이용자들은 파생상품이 주식 종목 정보와 동일한 흐름에 배치돼 주식처럼 보이게 한다고 비판했다. 한 토스증권 사용자는 “친절한 UI를 무기로 삼은 토스라도 옵션을 홀짝게임처럼 소개하는 것은 과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스증권은 “투자 위험과 옵션의 주요 특징을 MTS 화면상 상세히 안내하고 있으며, 원금을 초과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매도 포지션은 지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현장검사 착수…토스 "업계 관행일 뿐"
금융당국은 그간 토스증권의 서비스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토스증권에 대해 서비스 명칭 변경 조치를 내렸다. 미수거래 서비스를 ‘외상구매’로 표현한 것이 투자자에게 거래 구조와 위험을 오인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어려운 금융 용어를 쉽게 풀어 투자 접근성을 높였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증권 미수거래라는 특수한 신용거래를 단순화해 ‘빚투’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게 만들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미수거래는 투자자가 주식 매수 시 위탁증거금(매수금의 30% 이상)만 납부하고, 나머지 금액을 증권사에 빌려 거래하는 방식으로, 손실이 확대될 경우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원·달러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금융당국의 경계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의 해외투자 영업 실태 점검을 진행한 뒤, 해외투자 영업이 특히 활발했던 키움증권과 토스증권 2곳에 대해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8일 과장 광고나 투자 위험에 대한 불충분한 설명 등 위법·부당 행위가 발견될 경우 엄정 조치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토스 관계자는 “업계 관행처럼 진행되는 검사에 가깝다”라며 “성실히 검사에 임하고 있으며, 공식 입장은 검사가 종료된 이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oh199820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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