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일의 인생한편 | 귀멸의 칼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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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5-09-19 23:21:41
수정 2025-09-19 23:21:41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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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토자키 하루오 감독의 영화 귀멸의 칼날 : 무한성편(2025)
최근 극장가를 살펴보면 일본 애니메이션의 기세가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스즈메의 문단속>(2023)이 500만 관객을 달성한 이후, 올해 개봉한 <귀멸의 칼날 : 무한성편>(2025)은 400만 관객을 넘어서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어 <체인소맨>(2025)의 개봉까지 예고되면서, 이제 극장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관람은 가족 단위의 특별한 이벤트에 머물렀다면, 오늘날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마니아 전용 장르’라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보편적 관람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OTT 플랫폼의 보급이 있다.
필자 역시 과거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강철의 연금술사>, <진격의 거인>, <원피스>, <귀멸의 칼날> 등 주요 작품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었다. 마니아만의 시장이었던 애니메이션 세계는 이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열린 시장이 되어가는 중이다.
화려한 검술 액션과 스토리로 관객에게 황홀한 경험을 선사한 전작과 달리 이번 무한성편은 조금 다른 길을 택하고 있다.
이번 편은 검술 액션보다 각 캐릭터의 드라마에 집중하고 있다. 무한성이라는 최종 결전의 무대에서 각 인물이 싸움에 임하는 이유와 사연이 차례로 드러난다. 그로 인해 플래시백 장면이 빈번히 등장하며, 현재와 과거가 교차한다.
덕분에 액션의 긴장감이 끊기는 듯한 아쉬움이 있지만, 대신 캐릭터의 내적 서사가 더욱 강조된다. 이를 긍정적으로 본다면 드라마와 액션의 균형으로 읽을 수 있고, 부정적으로 본다면 내러티브가 과도하게 설명적으로 흐르며 리듬이 느슨해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이해를 돕고, 동시에 마니아층에는 악인의 탄생 배경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균형을 추구한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아카자는 어린 시절 병든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돈을 훔쳤다가 사회로부터 낙인찍히고 결국 버려진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영화는 그가 왜 혈귀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돈을 훔칠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돈을 훔쳤다고 법의 이름으로 누군가를 처벌하는 행위는 도덕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 사회는 내부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능 감추고 있다는 작품의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영화의 관점에 따르면, 악은 개인의 본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무한성편은 단순한 판타지 액션을 넘어 악의 탄생을 사회 구조의 모순에서 찾는 사회파적 성찰을 품는다.
▲심우일 선문대학교 K-언어문화기업학과 강사
·선문대학교 문학이후연구소 전임연구원
·롤링스톤 코리아 영화 부문 편집위원 활동
·전주국제단편영화제 프로그래머 역임
·TBN 전북교통방송 프로그램 ‘차차차’ 라디오 방송 활동
·웹진 <문화 다> 편집위원 역임
·제3회 유럽단편영화제 섹션 ‘삶을 꿈꾸다 (DERAMERS)' 책임 강연
·계간지 <한국희곡> 편집위원 역임
-연극인 인터뷰 <최치언, 정범철, 김광탁 작가> 및 연극 평론
‘인생한편’은 영화평론가 심우일이 매주 한 편의 영화 속에서 삶의 질문과 여운을 찾아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본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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