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조 국민성장펀드…성장판인가, 또 다른 관제펀드인가
금융·증권
입력 2025-10-11 08:24:53
수정 2025-10-11 08:24:53
이연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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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50조 국민성장펀드 시동
연내 1호 펀드 출범 목표…속도전 예고
우리금융 80조 출자 선언으로 분위기 흔들어
금융지주들 “참여는 불가피, 규모가 관건”
관제펀드 전철 우려 여전
세제 혜택·규제 완화 병행 필요
“정부는 돈보다 시장 시스템 설계해야”
[서울경제TV = 이연아 기자] 정부가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조성에 나서며 한국 경제의 성장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했다. 지난 1일 정부와 금융권, 산업계가 참여한 첫 합동 간담회를 시작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첨단산업, 반도체, 인공지능,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등 전략산업에 장기 자금을 공급해 민간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통해 한국판 성장금융의 전환점을 만들겠다고 강조하지만, 금융권은 관제펀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보고 있다.
◇ 권대영 부위원장 “경제 명운 걸린 일”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합동 간담회에는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 문신학 산업부 차관을 비롯해 국내외 주요 금융회사 부행장과 첨단전략산업 관계자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 기업에는 SK이노베이션, 삼성바이오로직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리벨리온, 퓨리오사, LG유플러스, HD현대로보틱스, KT 등이 포함됐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위기와 전환점마다 정부의 전략적 개입과 국민·기업의 노력으로 경제를 발전시켜 왔다”며 “후발국의 추격과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으로 다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만큼, 첨단산업 중심으로 경제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성장펀드는 향후 20년을 이끌 신성장 전략과 메가 프로젝트를 마련해 경제 재도약의 중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리 경제와 금융의 명운이 걸린 만큼 정부와 금융·산업계의 역량을 총동원해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연내 1호 펀드 출범을 목표로 자금 운용 체계를 조속히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일본 등 주요국도 정부 주도의 산업펀드를 통해 미래 전략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며 “관제 논란보다 글로벌 트렌드에 맞춘 전략적 투자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혁신기업을 육성하고 IPO 시장을 활성화해 자금이 다시 시장으로 순환하는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 우리금융 80조 출자 선언으로 분위기 흔들어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곳은 우리금융그룹이다. 우리금융은 최대 80조원 규모의 참여 계획을 밝히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내부에서는 “국가적 프로젝트에 적극 기여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정부가 원하는 투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제는 ‘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내놓느냐’의 문제로 바뀌었다”며 “우리금융의 80조원 발표가 암묵적 기준선이 됐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참여 자체는 불가피하되, 규모 조절이 관건이라는 분위기다.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할 수 없지만 과도한 출자는 주주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BIS비율, ROE 목표 등 내부 재무지표를 기준으로 출자 규모를 검토 중이다. 업계는 이달 안으로 대부분의 지주가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부가 운용사와 투자처를 과도하게 통제하면 민간 자율성이 형식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 관제펀드 전철 우려 여전
국민성장펀드는 명분상 민간 중심의 생산적 금융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정부 주도의 자금 배분이라는 점에서 관제펀드 논란이 이어진다. 과거 뉴딜펀드, 통일펀드, 녹색성장펀드 등 대부분의 정부 주도 펀드가 성과 부진과 책임 공백으로 끝난 전례도 부담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운용사 선정과 투자 심사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결국 책임 없는 펀드가 될 수 있다”며 “자금 조성보다 운용 독립성과 성과 평가체계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뉴딜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했지만 실질 운용액은 목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수익률도 기대에 미달했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펀드 역시 정치적 구호 속에 추진됐으나 정책 동력 약화와 시장 외면으로 사라졌다. 정권 교체마다 일관성 없는 정책 구조가 반복되며 신뢰를 잃은 점은 이번에도 피해야 할 대목이다.
고금리 환경과 자본규제 강화 속에서 민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세제 인센티브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국민성장펀드의 성공 여부가 자금 규모가 아니라 시스템의 투명성과 운영의 독립성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민간이 실제로 움직이려면 리스크 대비 수익 구조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금융권 관계자는 “출자보다 운용, 운용보다 회수 구조가 중요하다”며 “정부가 손익 구조를 투명하게 만들어야 민간 자금이 자발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정부 주도의 성장금융은 필요하지만 자율성과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시장 신뢰를 잃는다”며 “정부는 돈을 모으는 데 그치지 말고 시장 시스템을 만드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ya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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