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일의 인생한편 | 굿뉴스] 왜 ‘배드 뉴스’인가 : 정치적 이념과 구조적 폭력의 풍자

전국 입력 2025-10-24 12:39:17 수정 2025-10-24 12:39:17 이경선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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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현 감독, 영화 <굿뉴스>(2025)

심우일 선문대학교 K-언어문화기업학과 강사/영화평론가

변성현 감독의 신작 <굿뉴스>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이 작품은 1970년 일본에서 일어난 요도호 납치 사건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

요도호 납치 사건은 일본 항공 351편 보잉 727에 일본의 급진좌파 단체 적군파의 일원들이 잠입해 항공기를 납치하면서 벌어진 사건이다. 자본주의를 벗어나 혁명의 성지로 향한다는 신념으로 적군파의 일원들은 일본 항공편에 잠입해 평양으로 향했고 그들은 실제 북한으로 망명하였다. 

영화는 앞의 사건을 모티프로 하지만,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 더 나아가 북한이 보여주는 정치 체제의 모순과 그들이 내세우는 이념의 허구성이다. 물론 영화는 혁명을 이유로 항공기를 납치한 적군파라는 집단의 이념적 허약성을 보여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예컨대 급박한 위기에 처한 항공기 안의 상황과 달리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하품하는 군경의 모습은 적군파의 행위에 대한 감독의 평가를 담고 있다. 그들의 이념은 따분하고 허망한 것에 불과하다.

시작부터 영화는 ‘아무개’라는 인물의 내레이션을 통해 진실과 거짓이 어떻게 우리의 믿음에 절묘하게 뒤섞이는지 경고한다. 진실이란 알고 보면 거짓에 불과하다는 냉소적 관점 아래 영화는 요도호 납치 사건이 단순히 이념에 의한 항공기 납치 사건이 아니라 각국이 내세우는 이념 체제의 허약성을 드러내는 사건으로 의미를 재구성한다.

이처럼 정치적 블랙코미디로서 영화 <굿뉴스>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1964)를 떠올리게 한다.

큐브릭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미국과 소련의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 공군의 잭 리퍼 장군이 공산주의자들을 절멸시키기 위해 핵폭격기를 출격시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미국의 핵공격이 성공하면 소련의 대응으로 세계에 핵전쟁이 벌어지게 되는데, 이를 막고자 하는 미국과 소련의 정치인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다가 결국 소련에 핵폭탄이 떨어지고 더불어 전 인류의 절멸을 암시하며 영화는 끝난다. 

변성현 감독은 큐브릭의 냉소적 태도를 영화 내에서 계승하면서도, 그것을 현대적으로 변주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아무개’라는 익명의 인물을 등장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개는 영화 속에서 사건의 설계자이자 해설자로 기능한다.

이것은 브레히트가 말한 서사극적 효과를 주기 위한 것으로, 아무개는 스크린이라는 제4의 벽을 넘나들면서 눈앞에서 벌어지는 요도호 납치 사건과 관객의 거리를 매개하는 인물이다. 이러한 영화의 연출은 관객이 서사에 몰입하기보다 사건을 비판적으로 직시하도록 유도하는 소격효과를 발생시킨다.

이러한 소격효과를 통해 영화가 관객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바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유망한 개인을 희생시키는 이념 경쟁 체제의 구조적 폭력성으로 보인다. 영화는 공산주의에 반대하고, 세계의 평화를 지킨다는 미국이 국제법을 어기지 않기 위해 한국의 젊은이를 희생시키며, 또한 한국은 자국의 체제 안정성을 홍보하기 위해 이에 찬성한다.

또한 일본은 항공기 사건으로 입을 기업의 피해 때문에 자국민 보호조차 포기하는 무능을 보여준다. 이러한 냉소는 적군파의 일원들이 혁명의 성지라고 말하는 북한도 피하지 못한다. 그들은 러시아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번 사건을 이용할 계산만 할 뿐이다. 그 어떤 국가도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들의 목숨과 구조라는 대의에는 관심이 없다.

결국 영화의 타이틀인 ‘굿 뉴스’는 겉과 달리 뜯어보면 ‘배드 뉴스’인 것이다. 어떠한 경쟁적 이념 체제도 허상이며, 그 이념이라는 포장지를 뜯어보면, 국가가 지니고 있어야 할 최소한의 대의나 윤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 세계를 지탱하는 것은 각국의 체제 선전과 지도 체제의 정치적 이익뿐이다.

▲심우일 선문대학교 K-언어문화기업학과 강사 
·선문대학교 문학이후연구소 전임연구원
·롤링스톤 코리아 영화 부문 편집위원 활동 
·전주국제단편영화제 프로그래머 역임 
·TBN 전북교통방송 프로그램 ‘차차차’ 라디오 방송 활동
·웹진 <문화 다> 편집위원 역임 
·제3회 유럽단편영화제 섹션 ‘삶을 꿈꾸다 (DERAMERS)' 책임 강연 
·계간지 <한국희곡> 편집위원 역임 
 -연극인 인터뷰 <최치언, 정범철, 김광탁 작가> 및 연극 평론

‘인생한편’은 영화평론가 심우일이 매주 한 편의 영화 속에서 삶의 질문과 여운을 찾아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본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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