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 2017년 셀트리온 ‘숏스퀴즈’ 재현될까?
[서울경제TV=배요한기자] 에이치엘비가 항암신약 리보세라닙 기대감에 주가가 연일 급등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포지션과 주가 움직임이 지난 2017년 셀트리온 ‘숏스퀴즈’ 상황에 비추어 보면 상당히 많은 유사점이 나타나고 있어, 관련 사례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vs 에이치엘비 ‘항암신약’ =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블록버스터 약물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로 2016년 4월 미국 FDA 판매승인을 받아 국내를 대표하는 바이오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허쥬마, 트룩시마 등 바이오시밀러 3종을 출시하고 신약개발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항암신약 리보세라닙 글로벌 임상 3상을 성공하고 미국 FDA 신약허가 승인 절차를 위한 첫 단계로서 pre NDA 미팅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리보세라닙은 국제 종양 관련 양대 학회인 ASCO(미국 종양임상학회)와 ESMO(유럽 종양학회)에서 임상결과가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됨으로써 항암신약으로서의 가능성을 높였다.
이같은 이유로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의 첫 길을 걸었다면, 항암신약의 첫길은 에이치엘비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리보세라닙은 중국에서 2014년 시판 이후 중국내 판권을 보유한 항서제약을 아시아 최대 항암제약사로 성장시킨 블럭버스터 약물로 평가받고 있어 기대감을 뒷받침하고 있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산업에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처럼 다년간의 글로벌 임상경험이 있는 기업이 늘어간다는 것은 산업 전체로 보면 큰 자산”이라며 “셀트리온에 이어 에이치엘비가 글로벌 신약분야에서 성공한다면 신약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K바이오 산업 전체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2017년 셀트리온 ‘숏스퀴즈’ 기대감 = 과거 셀트리온은 실적 악화와 허위 매출 등의 루머를 동반한 공매도로 몸살을 앓았던 전례가 있다. 지난 2012년에는 금융당국에 불법 공매도 세력의 주가조작을 밝혀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셀트리온은 서정진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공매도 금지기간을 제외한 432거래일 중 412일간 공매도에 시달렸다고 호소하며, 회사를 글로벌 제약사에 매각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공매도 투자자들의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성공을 계기로 셀트리온의 주가는 지난 2017년 8만원대에서 2018년 3월 37만대까지 4배 넘게 폭등해 공매도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외국인 공매도투자자들은 선제적으로 숏포지션을 청산하기 시작했고, 이는 다른 공매도 투자자들의 숏커버링을 촉발시켰다. 이 기간 동안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고는 2017년 5월 12일 1330만7,278주에서 2018년 1월 18일 572만4,844주까지 줄어들어 약 57% 가까이 감소했다. 공매도 잔고 감소가 주가의 급격한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셀트리온의 특정기간 공매도와 주가 움직임을 살펴보면 2017년 12월 14일부터 2018년 1월 15일까지 단 19일만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약 301만주의 셀트리온 주식을 사들이면서 20만9,500원이었던 주가가 35만원까지 단기간 급등하는 ‘숏스퀴즈’가 발생했다. 셀트리온은 2017년 4월 공매잔고 비율이 11.11%까지 치솟으면서 코스닥시장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가 거래소 이전 확정 후인 2017년 12월 22일 공매도 잔고 비율은 6.57%까지 떨어졌다.
최근 에이치엘비는 외국인 공매도 투자자의 숏커버링 물량 약 100만주가 출회 된 가운데 주가가 큰 폭으로 올라 과거 셀트리온의 숏스퀴즈 재현을 알리는 징후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에이치엘비는 리보세라닙 글로벌 임상이 키트루다, 옵디보와 함께 ‘Best of ESMO 2019’에 선정되고, 자회사 엘리바와의 합병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6만대에서 12만 초반까지 2배 이상 급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잔고 비율은 리보세라닙 글로벌임상 성공 발표와 ‘Best of ESMO 2019’ 선정을 기점으로 외국인 공매도투자자의 숏커버링이 들어오며 12.6%까지 줄었다. 하지만 주가가 연일 급등세를 기록하자 공매도 잔고는 또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잔고는 517만주를 기록해 며칠 사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약 605만주 대비해서는 90만주 가까이 줄어든 수치지만 공매도 잔고는 전체 주식수의 13%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코스닥 시장 내 공매도 잔고 비율은 1위(15.4%, 1일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공매도 투자자 중심으로 한 약 100만주의 숏포지션을 단기간에 청산하는 1차 숏커버링이 있었다”면서 “에이치엘비의 NDA 절차가 일정대로 원만히 진행된다면, 2017년 셀트리온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소액주주 vs 공매도 투자자 = 셀트리온 주주들과 에이치엘비 주주들의 적극적인 주주연대를 통한 움직임도 흡사하다. 공매도의 집중공격을 받을 당시 셀트리온 주주들은 공매도 세력에 맞서 주식대여 거부와 대차해지, 대차권유 증권사의 불매운동을 통해 집단행동에 나선 바 있다. 또한 셀트리온은 공매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소액주주들의 힘으로 임시주주총회를 소집, 51% 찬성율로 코스피 이전에 성공했다.
에이치엘비 소액주주들도 주식게시판, 주주카페 등에서 결집하면서 대차해지 운동과 공매척결 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차권유 증권사를 언급하며 불매운동도 거론하고 있다. 에이치엘비 한 주주는 “에이치엘비의 대차주식에 대한 금리를 15%로 제안받았으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최근 주주연대를 통해 대차거부 및 해지운동이 전개되면서 에이치엘비 주식 대차 금리는 25%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리보세라닙은 2018년 기준 글로벌 매출 탑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블록버스터 항암제 키트루다, 옵디보와 함께 ‘Best of ESMO 2019’에 선정됐다”며 “2020년 리보세라닙을 시작으로 향후 5년 내 5개의 항암제를 출시하는 글로벌 제약사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전했다.
/b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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