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부동산] 다주택자 마음 돌릴까…“집 판다”vs“버틴다”
12·16 부동산 대책 기습발표…다주택자 타깃
“매수 문의는 뚝…다주택자 집 내놓을지 고민”
실제 주택 매물 나오려면 수개월 지나야 할 듯
[앵커]
역대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되는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 이번 대책을 요약하면 “은행 대출 조이고, 보유세 더 걷을 테니 집을 여러 채 보유한 집주인들은 이를 시장에 내놓아라”.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는 데요. 실제 부동산 시장에 다주택자들이 쥐고 있는 주택들이 매물로 나올 것인지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부동산팀 이아라, 유민호기자와 이야기 더 나눠보겠습니다. 두 분 어서 오세요.
[이아라기자] [유민호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다주택자들이 집을 판다 안 판다, 우리가 예측할 수는 없어요. 이건 부동산 전문가들도 말이 갈리기 때문에. 하지만 우리는 양쪽 입장 모두가 궁금합니다. 정부가 12·16 대책 발표로 이미 패를 던졌는데, 시장 반응은 어떻게 나오는지 그리고 결과는 어떨지 관심이 모입니다. 그래서 오늘 두 기자와 함께 양쪽 입장 모두 짚어보려고 합니다.
우선 유기자. 이번 대책이 정부가 갑자기 발표하기도 했지만, 또 가장 강력하단 평가란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어떤 이유에섭니까?
[유민호기자]
네. 기습 발표에다가 대출과 세제 여기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까지 한 바구니에 담겨 있어서 시장에서도 놀랐단 반응입니다.
여러 대책 중에서 가장 강력한 규제로 꼽히는 것은 시가 15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을 사들일 때는 주택담보대출을 한 푼도 해주 않는 겁니다. 강남권과 마포, 용산 등 마·용·성 지역에 대출을 무리하게 받아서 투자하는 수요를 잡겠단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대책 나오자마자 위헌 논란까지 벌어진 것을 보면 시장이 받아들이는 충격이 그만큼 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보유세를 역대 최고로 올리는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앵커]
실제 이번 주 현장 다니면서 이야기들 들어봤잖아요? 분위기 좀 전해주시죠.
[유민호기자]
네. 16일(월) 오전에 대책이 나오고 난 뒤 다음 날까진 잠잠했지만, 이틀 정도 지나자 중개업소에 문의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이번 대책의 타깃이 된 강남권 일대는 아파트 사겠단 문의는 뚝 끊겼고, 집을 2~3채 보유한 다주택자들의 문의가 이어졌단 현장 목소립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김진우 / 서초구 인근 공인중개사 (대광 공인)
“집을 사겠단 문의는 완전히 끊겼고 2주택이나 3주택을 가진 분들이 파는 것에 대해서 앞으로 양도세라든지 종부세 등에 관심을 갖고 문의들을 해요.”
무리하게 대출 당겨서 15억, 20억씩 하는 아파트를 사들인 집주인들이 이번 대책으로 부담을 많이 느낀다는 겁니다. 일부 언론에서 9억원 넘는 아파트의 대출 규제를 강화한 것을 두고 ‘20·30대 사다리 걷어찬 것’ 아니냔 비판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사석에서 만난 한 부동산시장 애널리스트는 “9억원 넘는 집을 사는데 20·30대가 금융권에서 얼마나 대출을 받을 수 있겠느냐. 부모들의 도움이 절대적인 상황”이라며 이 같은 지적은 무리수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번엔 이기자에게 질문을 드려볼게요. 대책이 아주 강력한 건 알겠는데, 현실은 어떤가요. 발표 후 다주택자들이 집을 빨리 정리할까요.
[이아라기자]
네. 각자 계산기를 두드리는 중이지만, 금방 실행에 옮기지는 않는 모양새입니다.
정부가 12·16 발표를 워낙 갑작스럽게 한 데다, 10억 30억 하는 아파트 처분 결정을 하루 이틀 만에 할 수 없는 게 당연하죠. 오늘로 대책이 나온 지 5일이 됐는데요.
앞서 유 기자가 설명했듯, 현장에 가보니 집을 가지신 분들이 “이거 어떻게 해야 되냐”는 문의는 많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매매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강남 모 아파트에 5,000만원 내려간 매물이 등장했다” 이런 기사도 있는데요. 이건 호가가 떨어졌다는 겁니다. 거칠게 표현해서, 집주인이 “규제다 뭐다 말도 많은데 괜히 욕심내서 비싸게 내놨다가 안 팔릴 수도 있으니 가격을 좀 내려서 내놓자” 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발표 후 호가 조정은 바로 있을 수 있습니다. 정확히 해야 하는 게, ‘호가’와 ‘실거래가’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겁니다. 호가는 말 그대로 ‘부르는 값’이죠. 예를 들어 시장에서 A라는 집이 1억원의 평가를 받고 있어도, 집을 팔려는 사람이 욕심내서 “난 이 집이 교통 호재도 있고, 학군도 좋다고 생각하고, 생활편의시설도 좋으니 2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라고 해서, 2억원으로 호가를 부르는 건 자유죠.
그러나 그 값에 집을 사려는 사람이 있어야 2억원에 팔 수 있기 때문에, 집의 가치는 시장의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이기자 설명대로면 결국 심리 영향이 크다는 건데, 며칠 전 12·16 대책이 나오고 호가는 바로 좀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이게 실거래가 조정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기자]
한 다주택자의 사례를 설명 드릴게요. 둔촌프라자아파트 전용 109㎡를 매물이 나왔습니다. 매도자는 8억8,000만원을 불렀고, 매수자가 나타나서 1,000만원 깎아서 8억7,000만원에 사겠다고 제안을 했습니다. 매도자가 약간 고민을 하다가 “계약하겠다”고 가계약금을 보내라고 계좌를 줬습니다. 그런데 돌연 매수자가 계약을 안 하겠다고 마음을 돌렸습니다. 매도자도 내놓았던 매물을 아예 빼버렸습니다.
매도자는 “올해 종부세 75만원 냈는데, 최근 몇 달 동안 1억이 올랐다”면서 “내년 신축인 둔촌주공 평당 분양가를 생각해보면 지금 아파트가 반값밖에 안 되는데 더 오를 거라고 본다. 가격 깎아가면서 급하게 집 팔 생각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규제 발표가 있었던 이번 주에 일어난 일인데요. 이왕이면 더 싸게 사고 싶은 매수자와 이왕이면 비싸게 팔고 싶은 매도자의 심리가 대책 발표 후 더 충돌하는 겁니다. 호가는 조정받지만 실거래로 바로바로 이어지진 못하는 거죠.
결국 “이렇게 해도 안 잡히면 더 무서운 대책 하겠다”는 정부와 “어디까지 하나 보자, 세금보다 집값 올라서 번 돈이 더 많다”는 주택 보유자들의 눈치 싸움인데요.
이미 집을 가지고 있는 주택 보유자 입장에서는 내야 할 세금이 오른 집값보다 많아지지 않는 이상, 혹은 집값이 폭락하지 않는 이상 쉽게 집을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다주택자 규제가 더 심해지면, 1주택으로 정리할 수는 있겠죠. 그러나 이 다주택자들은 집값이 가장 적게 오른 순으로 집을 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잡고 싶었던 강남 집값은 쉽게 떨어지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 수도권, 서울 그중에서 강남 순이 되겠죠. 애초 정부가 잡고 싶었던 강남 집값을 잡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앵커]
두 분.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이아라기자] [유민호기자]
네. 감사합니다. /ara@sedaily.com, you@sedaily.com
[영상편집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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