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이드칼럼] 나에게 맞는 '비거니즘'(채식주의) 찾아야
[편집자주 :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문화·산업적 가치를 조명하는 '서울메이드 칼럼'을 연재합니다. 학계, 산업계 등 각계 전문가들이 필진으로 참여합니다. '서울메이드'(SEOUL MADE)는 서울의 문화, 제조 등의 융복합적 가치를 아우르는 통합 브랜드입니다]
황영희·한국비건인증원 대표
채식주의는 어제오늘의 화두가 아니건만, ‘비거니즘’(Veganism·채식주의)이 최근 들어 부쩍 전 세계 젊은이 사이에 부상하고 있다. 그 이유는 도덕과 가치관 때문일까, 아니면 실질적인 ‘건강’ 때문일까? 비거니즘은 수시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치열한 트렌드의 전장에서 살아남아 미래를 함께할 삶의 방식 중 하나가 될 수 있을까?
먼저 비건(Vegan)에 대한 담론을 논하기 전에, 좋은 음식이란 어떤 것인지 묻고 싶다. ‘먹는 것’, ‘먹는 행위’는 지극히 주관적이며, 사회적 행위이고, 감정적이며, 개인의 가치관이 반영돼 있다. 그렇게 각자가 생각하는 건강과 음식에 대한 가치관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좋다고 여기는 식생활이 있다. 적게 먹는 소식小食부터 식물성 식이 위주의 지중해식 식단,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것을 우리 방식으로 섭취하는 전통 한식까지 그러한 예는 많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식단, 이를 넘어선 가치관이 있다. 바로 비거니즘이다.
◆ 다 같은 채식주의가 아니다
가치관인 만큼 최근 들어 개개인의 가치관에 기반한 다양한 비거니즘과 식물성 식단이 소개되고 있지만, 간단하게 식물성 식단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식물성 식이를 기반으로 어떠한 동물성 식품군을 추가로 섭취하는가를 기준으로 ‘베지테리언(vegetarian)’을 나눌 수 있다. 베지테리언은 우유나 난류처럼 동물을 희생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식품은 허용하는 것이다. 비건이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하던 가치관이고, 이전에는 종교적 의미가 상당했으며, 불교 역사보다 더 오래된 가치관이다. 난류를 허용하는 가치관을 ‘오보베지테리언(ovo-vegetarian)’이라고 하며, 유제품을 허용하는 가치관을 ‘락토베지테리언(lacto-vegetarian)’이라고 한다. 난류와 유제품을 모두 허용하는 경우 ‘락토-오보베지테리언(lacto-ovo vegetarian)’이라고 하며, 해산물을 허용하는 ‘페스코베지테리언(pesco vegetarian)’, 닭과 같은 백색육을 허용하는 ‘폴로베지테리언(pollo vegetarian)’, 종종 베지테리언을 실시하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flexible vegetarian)’도 있다. 최근에는 비슷한 의미로 때때로 채식을 실천하는 ‘간헐적 채식주의자’와 육류 소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리듀스테리언(reducetarian)’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과일을 주로 섭취하는 ‘프루테리언(fruitarian)’은 비건보다도 더 엄격한 식이를 하는 사람들이다. 제철 식물의 잎, 뿌리, 껍질 등 모든 부분을 섭취하는 ‘마크로바이오틱(macrobiotic)’은 식물을 온전히 섭취하기 때문에 섬유소가 풍부한 식생활을 할 뿐 아니라 버려지는 음식물의 양을 줄이는 데에도 일조할 수 있는 식생활이다. 식물성 식재료를 조리할 때 효소를 파괴하지 않는 온도까지만 가열하는 ‘로푸드(raw food)’도 급부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로푸드를 먹어보고 만들어본 적이 있지만, 장단점에 대한 효과가 극명해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일단 식물에 존재하는 효소를 기능이 활성화된 상태로 흡수할 수 있다. 흡수된 효소는 우리 몸에서 효소가 과다하게 생산되는 것을 방지하며, 우리의 효소 대신 생체 내 효소 작용을 수행한다. 대신 소화기관이 예민한 사람은 로푸드와 화식(火食)을 병행하면 급격한 효소량 변화로 인해 소화불량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또 로푸드와 비슷하게 복잡한 식품 가공 과정과 식품첨가물 섭취를 지양하는 ‘자연식물식’ 식이가 있다. 그리고 고지방-저탄수화물 식이인 키토식에 채식을 더한 키토채식도 떠오르고 있다. 좋은 식물성 지방을 많이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동물성 지방을 다량 섭취하는 키토식으로 부작용을 겪으신 분들에게 추천한다.
◆ 나에게 맞는 '비건' 찾아야
그렇다면 왜 고대부터 존재해온 채식주의가 비거니즘이라는 이름으로 최근 급부상하는 걸까? 세계적으로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동물 윤리, 두 번째는 환경보호, 마지막으로는 건강을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어떤 식물성 식이를 해야 할까?
위에서 언급한 식이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비거니즘’이 정답일까? 내가 생각하는 정답은 ‘하고 싶은 대로 하되,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을 실천하면 된다’는 것이다. 비거니즘의 장점은 분명 있다. 그러나 갑자기 무리하게 식이를 변경하거나 자신에게 맞지 않는 방법으로 할 필요는 없다. 플렉시테리언을 추구하면서 점점 육류 섭취량을 줄일 수도 있으며, 주말에 집에서 나만의 비건 식단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매일 근무 강도가 높고 출장이 잦은 직장인이 집에서 자연식물식을 준비하거나,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극단적인 프루테리언을 실시하면 생활과 신체 모두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채식은 실천하기 어렵다’고 느낄 수 있다.
먹을 것은 날로 다양하고 많아져 새로운 먹거리가 속속 등장한다. 식품 산업이 발전하며 공급이 늘어난 만큼 상업적으로도 수요를 장려하는 문화가 성행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산업이 발전한 만큼 다양한 고품질 식품을 빠르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이득을 누리고 있다. 쇠고기를 보거나 가죽 재킷을 보면서 소의 동그란 눈과 따뜻한 콧김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어찌 되었든 결국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선택은 소비자의 몫에 달려 있다고 본다. 다만, 비거니즘 식품을 포함한 어떤 식품이건 소비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다양한 관점의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식품은 죄가 없지만, 주변 환경과 심리 상태는 식이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먹는 것으로 상처받고 먹는 것으로 치유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신 자기 몸에 맞는 정보를 찾고, 올바른 식이 가치관을 정립해 똑똑하게 먹고 건강해져서 상처받을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가 건강한 가치관을 지닌 다양한 사람이 협력하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축산물은 한정되어 있어서 인류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또 요즘은 자신만의 가치관을 갖고 식품에 비용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아직 비거니즘이 대중화되지는 않았지만, 그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사람의 인식이 변하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비거니즘이 유럽에서 전파된 문화이기 때문에 이제야 인식하기 시작했을 뿐, 우리나라는 전통 한식과 사찰 음식 문화와 결합해 매우 다양한 종류의 채식 메뉴가 생길 것이라 믿는다. 또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이다. 최근 비건 인구가 증가하면서 사회적으로도 비건을 위한 식품이나 식이에 대한 구비 의무를 요구하고 있다. 모든 식품이 채식 위주가 될 수는 없지만, 언젠가 비건 식이를 모든 곳(식당, 공공장소, 학교나 군 등 단체 급식소)에서 선택해 먹을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때 보다 많은 이들이 비건 문화를 쉽고 편하게 추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발로 뛰는 건 현장에 있는 나와 같은 이의 몫일 것이다
[본 칼럼은 서울산업진흥원(SBA. 대표 장영승)이 발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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