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부동산] 주택시장, U자형 침체? V자형 침체? 가능성은
[앵커]
코로나19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2008년 금융위기와 닮았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주택시장 전문가 151명에게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관데요. 절반이 넘는 전문가들이 향후 1~2년간 집값이 급락한 뒤 점진적인 회복세로 돌아서는 U자형 침체를 예상했습니다.
일부에선 올해까지 집값이 하락한 뒤 내년부터는 V형 반등을 예상하는 의견도 나오는데요. 뭐가 맞는 걸까요. 부동산팀 지혜진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지혜진기자.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코로나19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목소리는 계속됐죠. 다만 언제까지 영향을 줄 것이냐에 관심이 쏠리는데요. 전문가들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가 나왔죠.
[기자]
부동산 전문가 절반가량(50.8%)이 U자형 침체를 전망했습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이번 달 13일부터 20일까지 주택사업자(86명)와 시장전문가(65명) 151명에게 물어본 결과입니다. U자형 침체가 뭐냐면 앞으로 1~2년간 집값이 하락한 뒤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인데요. 이외에 전문가 18.8%는 3~5년 이상 상당 기간 침체가 지속할 수도 있다는 부정적 전망을 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30%가량은 올해 말까지 단기적으로 급락한 뒤 내년부터 다시 회복할 것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여파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상황만큼 심각해질 수 있다고 내다본 건데요. 주산연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이 과거 두 번의 위기 중 어떤 위기와 유사한 양상을 띨지는 알 수 없지만, 적지 않은 여파를 남길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앵커]
U자형 침체 외에도 V자형, L자형, I자형 침체 등도 전망됐는데요. 이건 어떤 시나리오입니까.
[기자]
네. U자형 다음으로 많이 나온 전망이 V자형 침체인데요. V자형 침체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올해 말까지 하락한 후 내년 상반기부터 회복세로 전환할 거라는 얘깁니다. 이 관측이 맞는다면 올해 말까지 집값이 바닥을 찍고, 내년부터 상승 반전할 것이란 소리죠.
이외에도 L자형과 I자형도 있습니다. 두 전망은 V자나 U자형보다 비관적인 전망인데요. L자형은 올해 말까지 급락 후 향후 3~5년간 침체가 계속된다는 의견이고요. I자형은 향후 2~3년간 하락 후 인구요인에 의해 장기침체로 접어든다는 의견입니다.
[앵커]
주산연이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금융위기 때와 같은 U자형 침체를 경고했죠. 앞선 두 번의 위기 때 주택시장 상황은 어땠나요.
[기자]
외환위기의 경우에는 V자형 침체에 가까운데요. 외환위기 당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1년간 전국적으로 18% 급락했습니다. 이후 종전 수준까지 회복하는 데 3년이 걸렸습니다.
또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이보다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위기 이후 5년간 9%까지 점진적으로 하락하다가 다시 회복하는 데 3년 정도가 걸린 겁니다.
서울만 놓고 비교해보면요. 외환위기 직전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고점은 1997년 10월이었습니다. 그 후 가격이 하락하며 1998년 11월에 저점을 찍었고요. 고점을 다시 회복한 시점은 2001년 2월입니다. 1년 1개월 동안 하락한 뒤 회복하는 데 2년 3개월이 걸린 겁니다. 하락 폭은 -18.2%가량입니다.
금융위기 때는 -9.1% 수준으로, 외환위기 당시보다는 하락 폭이 작은데요. 하지만 기간은 더 오래 지속했습니다. 금융위기 직전 고점은 2008년 9월이었는데요. 그 뒤 저점을 찍은 게 2013년 9월입니다. 고점을 다시 회복한 시점은 2016년 7월이니까요. 약 5년간 하락했고, 회복하는 데 3년이 걸린 겁니다.
[앵커]
과거 사례를 비춰보니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전망한 거군요. 장기화할 수 있다고 분석한 이유는 뭡니까.
[기자]
주산연은 이번 위기가 “과거 두 번의 경제위기 여파보다 작지 않을 것”이라며 과감한 대응이 없으면 시장 상황이 얼마든지 최악으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코로나발 위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번 위기가 실물시장에서 금융시장으로 점차 전이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인데요. 과거 경제위기는 금융시장에서 시작돼 실물시장에 위기가 전이되는 양상이었고, 금융구조가 개선되면서 실물위기도 신속히 수습되는 양상이었던 것과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 구조상 해외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침체국면을 막기 힘들 거라는 겁니다. 해외에서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기까지 기다리면 우리 경제의 악영향도 내년 말이나 내후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만약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한다면 어떤 문제점들이 나올까요.
[기자]
건설산업연구원이 어제(27일) 낸 ‘코로나19 사태의 부동산경기 파급효과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시장의 위기가 고용감소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앞서 사스 사태처럼 주택거래량이 3.0% 감소하면 민간소비지출 감소액은 5,150억 원(실질)가량 될 거라는 겁니다. 이때 고용은 1만6,000여 명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만약 거래량이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처럼 19.8%가량 떨어지면 민간소비지출의 실질금액은 3조2,000억 원 줄어들고, 고용도 10만여 명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주택시장이 장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나요.
[기자]
설문조사에 참여한 시장전문가와 주택사업자들의 50%가량(49.3%)은 현재 주택시장 규제가 “시장경제 기본원리를 저해하는 과도한 상태”라고 응답했는데요. 이에 따라 “기존의 과도한 부분을 손질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대출규제완화였습니다. 세제 및 거래 규제 완화, 가격 규제 완화 등도 포함됐습니다.
주산연은 코로나19에 따른 주택시장 대책은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이후처럼 수십 차례에 걸친 ‘더듬기식’ 활성화 대책보다는 모든 정책수단을 망라한 뒤 두 차례에 나누어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5월 중 1단계 우선 대책을 내놓고 시장 추이를 보아가며 6개월 뒤인 11월쯤 2단계 대책을 내놓으라는 겁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내면서 “금융과 세제 정책을 통해 수요자를 위한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사업자금이나 생활자금 대출 목적에 한해 한시적으로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확대하고 채무를 단기적으로 유예해주는 등 유동성 위기를 겪는 사업자를 지원하고, 중장기적으로는 3기 신도시 등 기존의 개발계획 조기 추진 및 정비사업과 분양사업의 규제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부동산팀 지혜진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네. 감사합니다. /heyjin@sedaily.com
[영상편집 김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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