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부동산] 임대차법 시행 두달…“유연한 계약제도 필요”
“주거권은 인권…재산권보다 우선해”
“임대차2법 시행…주거안정을 위한 것”
“계약갱신청구 경직돼 있어…유연한 계약 필요”
“전세 문제는 구조적…정책만이 원인 아냐”
“정부, 다주택자-민간임대간 균형 잡아야”
[앵커]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지 두 달이 넘었죠. 정부는 ‘임대차3법’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먼저 시행했는데요. 오늘은 부동산팀 지혜진 기자와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를 모시고, 임대차 시장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두 분 안녕하세요.
[임재만 교수·지혜진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먼저 지혜진 기자.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죠. 이른바 ‘임대차2법’이 도입된 뒤 시장 상황은 어떤가요. 언론에서는 연일 임대차2법 때문에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이 깊어졌다는 내용을 쏟아내고 있어요. 정말 그런 겁니까.
[기자]
아무래도 새로운 법이 시행되다 보니 혼란이 빚어지는 모습입니다. 특히 계약갱신청구권을 두고 각기 다른 유권 해석이 나오는 모습인데요.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임차인들은 2년 임대차 계약에 추가로 2년 더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는데요.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법 적용을 할 때는 곳곳에서 빈틈이 발생한다는 지적입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의 권리지만 집주인과 그의 부모, 자녀 등이 실거주를 원할 때는 예외적으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데요. 이를 악용해 일단 실거주를 할 테니 계약 연장을 해줄 수 없다고 하고,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는 겁니다. 이 부분은 국토교통부도 문제를 인지해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 기존 세입자가 자신이 살던 전셋집의 임대차 정보를 볼 수 있다는 내용을 담기도 했는데요.
이외에도 실거주를 원하는 새 집주인과 기존 세입자의 권리 중 어떤 것이 우선하는지와 같은 유권해석을 두고 다소 혼란을 빚는 모습입니다. 반대로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악용해 피해를 보는 집주인들이 속출한다는 내용도 나옵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 너무 부작용만 조명하다 보니 임대차법이 도입됨으로써 주거 안정성이 높아진 부분이 간과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교수님은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십니까. 헌법소원에서부터 일각에서는 세입자의 주거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시행된 법안이 오히려 세입자에게 불리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임재만 교수]
우리 헌법에서는 재산권을 보장하면서도 재산권의 한계와 그 내용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재산권은 생득적 권리가 아닌 사회적 합의를 통해 형성해 나간다는 것을 의미하죠. 주거권은 헌법에서도 인정한 인권입니다. 당연히 인권인 주거권이 재산권보다 더 중요한 권리죠.
임대차2법은 임차인의 점유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임대료의 부담의 급격한 인상을 억제하여 전반적인 주거안정을 위한 것입니다.
오히려 2년+2년에 5% 상한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고, 시장에서 임대료가 오르는 경우 4년마다 큰 폭으로 초기 임대료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앵커]
현재의 반발이나 갈등 상황을 봉합하기 위해 추가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대책이 있으신가요.
[임재만 교수]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분쟁과 갈등의 양상과 원인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최근 가장 큰 논쟁거리는 임대인이나 그 가족이 거주한다는 사유로 계약갱신권 청구를 거절한다는 점인데요. 그 사유가 너무 넓다는 문제와 사후 그 진위의 증명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더 크게는 점유안정이 최대 4년에 그친다는 점입니다. 자녀의 교육 기간을 생각하면 최소 6년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의무계약 기간을 2년으로 하고 1회에 한해 계약갱신청구권을 부여한 것은 너무 경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4년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1년+1년+1년+1년, 아니면 2년+1년+1년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4년 안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유연한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앵커]
이번에는 전세시장을 짚어보겠습니다. 전셋값 상승세와 전세물건 품귀 현상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모습인데요.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직전까지도 서울과 수도권 전셋값이 올랐다고요. 지혜진 기자, 요즘 전세시장은 어떤가요. 아직도 매물이 부족한 상황인가요.
[기자]
전세매물 부족 현상은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조사를 보면요. 오늘(6일) 기준 서울의 전세물량은 8,600여건입니다. 두 달 전에는 3만5,000여건이었는데요. 75%가량 감소한 셈입니다.
전세매물이 부족하다 보니 전셋값도 상승하는 모양샙니다. 한국감정원이 어제(5일) 발표한 ‘주택가격 동향조사’ 자료를 보면요. 지난달 전국 전셋값이 0.53% 올랐습니다. 지난 2015년 4월(0.59%) 이후 5년 5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오른 건데요.
전셋값 상승에는 저금리 기조, 매물부족 현상, 3기 신도시 대기수요 증가 등 다양한 원인이 지목되는 데요. 그중 하나가 앞서 이야기한 임대차법입니다. 일각에서는 ‘임대차법 후폭풍·역풍’이라는 보도도 나오는데요. 임대차법으로 기존 세입자들의 주거안정성은 향상됐지만, 새로이 전세시장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은 물건을 구하기 힘들어진 측면이 있어섭니다.
[앵커]
전세매물 부족현상이나 전셋값은 아직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거군요. 세입자 권리를 보장한다는 임대차법이 시행됐는데도 전세시장 안정화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정부의 실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교수님은 어떻게 바라보십니까. 전세시장이 쉽게 안정화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임재만 교수]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의 관계는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단순히 정책 때문만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매매시장이 안정되면 전세시장에서 매매로 옮겨가려던 가계까지 전세시장에 머물면서 수요는 증가하지만, 새로이 주택을 매수하면서 전세를 놓으려는 가계는 줄어듭니다. 당연히 전셋값이 오르게 되는 거죠.
[앵커]
전세난이 심화하는 데에는 전세물건 자체가 줄어드는 까닭도 있지만, 3기 신도시 분양을 기다리는 대기수요가 증가했다는 지적도 있죠. 이처럼 정부 공급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시차가 필요할 것 같은데,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일시적으로 낮춰 매물을 시장에 풀리게 하는 방법은 어떤가요.
[임재만 교수]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완화해주는 수단을 이미 여러 차례 시행해본 적이 있고,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면적인 양도세 완화는 일시적이라도 다주택자들에게, 그리고 시장에 좋지 않은 신호를 주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1주택자 재산세와 종부세 완화 같은 것과 함께 전반적인 부동산 정책 기조 완화라는 신호로 비치면 시장은 큰 변동을 겪게 될 것입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교수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정부가 법인과 다주택자를 겨냥한 6·17, 7·10대책 등을 내놓으면서 비교적 시장에 강한 시그널을 줬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앞선 정책들이 효과를 발휘하고, 이와 함께 시너지를 내려면 정부는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추구해야 할까요.
[임재만 교수]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와 민간임대주택시장 활성화라는 모순된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나갈 것인가 심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다주택자 규제는 특히 전세시장의 소멸로 이어질 것인데, 그에 대한 대안이 무엇이냐는 것이죠. 다주택자를 규제하면서도 전세와 같은 주거 사다리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유형의 주택이 시장에 계속 존재하게 할 방안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주택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세물건을 내놓는 다주택자는 주택에 대해 투기를 해야 생기는 거고, 그러려면 집값이 올라야 한다는 것이죠. 집값과 전셋값을 동시에 안정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집값이냐 전셋값이냐, 어느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집값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전셋값은 어떻게 할 것이냐?
토지임대부 임대주택, 환매조건부 주택, 지분 공유제 주택과 같은 유형이 전세를 대체할만한 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LH, SH 같은 공공과 사회주택협회나 주택협동조합 같은 사회적 경제주체가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앵커]
네. 잘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부동산팀 지혜진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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