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부동산] 자잿값에, 파업에…건설현장 악재 투성이
수도권 일대 건설현장…층수 올리는 작업 중단
골조공사 핵심 시멘트 없어 다음 작업 불가능
시멘트 작업, 겨울보다 여름에 많이 해둬야
자재값 상승·화물연대 파업→주택시장에도 영향
[서울경제TV=이지영기자]
[앵커]
올해 들어 건설현장에선 공사 중단 사태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자잿값 인상과 더불어 이번엔 화물연대의 파업에 또 다시 멈춰섰는데요. 부동산부 이지영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건설현장 ‘셧다운’ 소식이 또 들려오는데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난항을 겪고 있는 건설현장에 이번엔 화물연대 파업까지 더해지면서 온갖 악재가 덮친 모습입니다.
제가 어제 수도권 지역 일대 건설 현장 몇 곳을 다녀왔는데, 층수를 올리는 작업을 하지 못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시멘트가 없기 때문인데요. 철근 거푸집에 시멘트를 타설하고, 이게 굳어야 그 다음 작업으로 또 다시 철근을 올리고 목재와 같은 공정 작업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이 작업이 중단됐다는 겁니다.
현장에선 골조 공사의 핵심 자재가 없다보니 공사 진행이 사실상 불가능 하다고 말합니다. 지금은 층수를 올리는 작업 외에 인테리어 같은 우선순위에서 벗어난 작업들만 진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견·중소 건설사는 더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레미콘을 구하지 못해 지난 주말부터 아예 공사를 쉬는 곳도 많았습니다.
[앵커]
화물연대의 파업에 건설 현장의 공사 중단 사태가 며칠째 진행되고 있는 건가요?
[기자]
현장마다 사정이 다르긴 한데요. 제가 만난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화물연대가 파업을 시작한 다음 날(7일)엔 비축해뒀던 자재를 사용해 공사를 진행했지만, 8일부터는 본격적으로 현장에 들어오는 레미콘 차량 수가 급격하게 줄었다고 합니다.
각 공사 현장에선 자체적으로 공장에 연락을 해서 레미콘 차량 5대라도 들어올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건설 현장엔 평소 하루에만 레미콘 차량이 400~500대 정도 들어옵니다. 그런데 최근 자잿값 인상에 시멘트 공급 차질이 생기면서 차량 수는 300대에서 200대로 줄었는데, 여기에 파업까지 더해져 어제부턴 단 한 대도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레미콘 업체에서도 수도권 지역 곳곳에서 재개발·재건축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이 많은데 한 공사 현장에만 시멘트를 줄 수 없으니 각 현장에 조금씩 배분해주다가 이젠 동이나 모든 건설 현장에 수급이 불가능해진 겁니다.
레미콘 업계에도 연락을 해서 상황을 들어보니, 어제부로 이미 비축해뒀던 시멘트가 동나서 출하할 수 있는 양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시멘트 타설 작업은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요. 영하권으로 내려갈수록 시멘트 타설 작업에 제한이 생기다 보니, 통상 여름에 진행하게 됩니다. 지금이 적기인 셈인데, 진행을 못하다 보니 공사 현장의 위기감이 큰겁니다. 업계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안형준 전 건국대학교 건축대학 학장
“지금 제대로 시멘트가 생산되지 않는다면 향후 여름철보다도 겨울철에 공사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피해의 몫은 그 건물을 사용하는 국민들의 몫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앵커]
건설현장의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는 셈인데요. 화물연대 역시 파업 기간이 길어날수록, 화물 차주들의 부담이 클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어제 화물 차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상암동의 한 시멘트 공장을 방문했습니다.
입구에 들어가니 평소 시멘트 사일로 소리로 가득 찼던 모습과는 다르게 정말 조용했습니다.
시멘트 사일로 가동이 아예 안 되고 있었고, 한 사일로에 시멘트 4,500톤 정도가 차 있었는데요. 원래대로라면 이 물량이 하루면 다 나가야 하는데, 일주일 동안 나가지 못하고 있어 시멘트가 적체돼 있고, 주변에 레미콘 회사에 단 한 대도 못 나가고 있는 겁니다.
화물연대 차주들도 파업 기간 동안 발생하는 금전적 피해가 크지만, 안전운임제가 폐지됐을 경우의 피해가 더 크다며 물러서지 않을 거란 입장입니다. 인터뷰 들어보겠습니다.
[싱크] 김기덕 세종운수사 지입차주
“저희가 서 있음으로 인해서 이 주변에 있는 15개 업체 레미콘 회사 모든 차량들이 다 스톱이 돼 있는 상태기 때문에 그분들한테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일단 드리고 싶어요. 왜냐하면 우리도 절박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만든 거지…”
[앵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까 우려되는 부분인데요. 그런데 사실 건설 현장이 자꾸 멈춰서는 이유, 화물연대의 파업뿐만이 아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를 시작으로 시멘트와 철근, 골재 등 건설 자잿값이 치솟으면서 하도급사와 원도급사와의 마찰도 있어왔는데요.
최근엔 철근콘크리트 업계에서도 또다시 셧다운을 예고하면서 건설 현장엔 긴장감이 맴돌고 있습니다.
철콘연합회 서울·경기·인천 지부는 지난 8일, 대표자 회의에서 하도급대금 증액 요청에 비협조적인 시공사들의 공사를 다음 달 11일부터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전국 철콘업계는 지난 3월 전국 건설 현장을 멈춰 세운 바 있습니다. 이후 4월 말에는 호남·제주지역의 공사를 중단했고, 지난달 6~7일엔 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 셧다운을 진행했습니다.
서울·경기·인천은 전국 철콘 연합회 중 가장 많은 회원사가 등록돼 있고, 맡고 있는 현장도 많아서 공사가 중단될 경우 철콘업계에게도 막대한 피해가 예상됩니다.
철콘연합회에선 자잿값 인상분과 인건비 급등을 반영해 공사대금을 올려달라는 입장인데요.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되면 이들에게 자재 수급이라는 악재까지 더해지게 됩니다. 철콘협회 역시 이번 파업으로 철근과 콘크리트 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이렇게 건설 현장에서 공사가 지연되면 주택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어보이는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원자재 값 상승에, 화물연대 파업에, 공사가 지연되면서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공동주택 분양실적은 전국 4만1,357가구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4% 감소한 수칩니다.
주택 준공실적도 전국 3만7,879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9% 감소했습니다. 준공실적이 줄어들다 보니 분양 실적도 크게 줄었습니다. 올해 1월~4월 분양 실적은 7만 8,894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5% 감소했습니다.
[앵커]
자잿값 인상과 화물연대의 파업에 더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건설현장. 파업이 장기화 될수록 주택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부동산부 이지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eas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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