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의 날씨와 경제] 우크라 곡물수출 재개, 식량위기 해소될까
[앵커]
“반가운 소식이지만 곡물 봉쇄 해제만으론 세계 기아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의 식량 전문가인 에릭 무뇨스가 8월 1일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의 수출이 재개되었을 때 경고한 말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곡물수출이 막힌 지 5달 만에 재개가 됐지만 식량문제는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건데요. 오늘은 식량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어쨌든 우크라이나의 식량수출이 이루어지면서 식량가격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요?
[반기성 센터장]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5위의 밀 수출국이자 옥수수 등 다른 곡물의 주요 공급국으로 유럽의 ‘빵 바구니’로 불리는 데요.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차질은 심리적으로 위기감을 불러오면서 식량가격 폭등을 불러왔었지요.
그런데 8월 5일 유엔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한 식량지수를 보면 7월의 주요 곡물 및 식물성기름 가격이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하면서 세계 식료품 가격지수가 크게 하락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식품물가지수는 7월 평균 140.9포인트로 6월보다 8.6% 하락해 올해 초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4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13.1% 높은 수준을 유지했는데요. 식물성기름 지수는 6월보다 19.2% 하락해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구요. 곡물지수도 11.5 퍼센트 하락했습니다.
곡물가격이 하락한 가장 큰 원인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흑해 주요 항구로부터의 수출 차단을 해제하기로 합의한 것이 가장 컸습니다. 곡물 가격이 전쟁 직전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하지만 작년 1월과 비교하면 옥수수는 16%, 밀은 22% 높은 상태로 곡물가격이 작년과 비교해 많이 올랐지요. 또 설탕물가지수는 설탕 생산량이 당초 예상보다 많아지면서 6월보다 3.8% 하락했구요.
유제품 등 낙농물가지수는 거래량이 부진한 가운데 6월보다 2.5% 하락했지만 여전히 2021년 7월 가치보다는 평균 25.4% 웃돌았구요. 육류가격지수는 소와 돼지 고기에 대한 수입 수요 감소로 인해 6월에 비해 0.5퍼센트 하락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의 식량가격지수외에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밀 선물 가격은 부셸(곡물 중량단위·1부셸=27.2㎏)당 7.64달러로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구요.
세계은행이 7월 2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최근 2주일간 국제 식량 관련 지표는 안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의 수석 경제학자인 맥시모 토레로는 “식품가격이 매우 높은 수준에서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향후 생산 전망과 높은 비료 가격, 암울한 세계 경제 전망, 통화 움직임 등 많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평가했지요.
[앵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곡물수출을 시작했고, 또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식량위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반기성 센터장]
식량위기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폭염과 가뭄 등의 기후변화였고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수송문제,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영향을 주었는데요. 유엔식량농업기구의 큐동유 사무총장은 현재의 식량 위기가 수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식량가격을 끌어올린 이들 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지속된다면 식량위기는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영국의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기후변화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식량 가격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식량위기를 가져올 요인이 심각한 기후변화라는 것이지요.
올해 북반구의 주요 곡물생산국가들은 폭염과 가뭄으로 비상이 걸렸는데요. 4월부터 이상폭염이 강타한 인도, 미국 남서부지역을 강타한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식량생산 감소, 유럽 남부지역의 극심한 가뭄과 이상폭염으로 인한 밀과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작황부진, 남미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심각한 가뭄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다보니 국제곡물이사회(IGC)는 7월 21일 보고서에서 2022~2023 곡물연도 세계 곡물 생산량을 22억5,200만톤으로 전망했는데 이 수치는 지난 6월에 추정한 것보다 300만톤, 전년 생산량보다 4,000만톤 적은 양입니다.
이런 기후변화 이외에 비료가격 폭등이 식량위기를 불러온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위르겐 푀겔레 세계은행 지속개발 담당 부총재는 “10년 만의 최악의 세계 식량 위기 이면에는 비료 가격 폭등이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실제로 세계 2위의 쌀 생산국인 태국에서는 비료값 상승의 영향으로 올해 쌀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요.
식량생산이 줄어들면서 식량수출을 제한하는 나라들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올 봄의 이상폭염으로 밀과 쌀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인도정부가 곡물수출금지를 5월에 선언했구요. 중국에서는 8월 1일 농작물 생산량 보전을 위해 동북 3성 지역과 네이멍구 자치구 등에 분포한 ‘흑토’ 지대의 토지매매 금지 및 흑토 채취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는데요. 7월 말 기준으로 32개 국가에서 53개 식량 관련 품목에 수출금지 혹은 물량제한 등 조치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앵커]
문제는 이런 식량생산 감소와 수출통제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국가들이 저개발국가라고 할 수 있지요?
[반기성 센터장]
그렇습니다. 가난한 저개발국가들은 이미 심각한 폭염이나 가뭄 등 기후변화의 피해와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에다가 식량가격 폭등은 경제위기를 불러오고 있는데요.
세계은행은 가난한 나라에는 식량 위기와 부채 위기가 상승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이 같은 위기의 위험이 가장 큰 나라로 아프가니스탄, 에리트레아, 모리타니, 소말리아, 수단, 타지키스탄, 예멘 등 7개국을 꼽았지요.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들 나라가 2022~2023년 밀과 옥수수, 쌀을 수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1.4%로 2021년과 비교해 2배가 넘는 수준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지요. 선진국들은 식량생산이 줄어도 돈이 있으니까 수입하면 되지만 가난한 나라의 경우 돈이 없다보니 국민들이 기아에 빠져들고 있는데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7월 2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아프리카의 뿔‘이라 불리는 북동부 지역에서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기아에 빠져들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이 지역에서는 최소 1,940만명이 2020년 10월부터 시작된 가뭄의 영향을 받고 있는데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에티오피아와 케냐, 소말리아에선 약 2,000만 명이 극심한 식량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올해 말까지 평년보다 적은 비가 예상되면서 식량부족 인구가 올해 말이면 2,20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요.
세계식량계획은 식량문제가 가장 심각한 지역이 가난한 나라들이 모여 있는 아시아와 아프리카라고 하는데요. 지난해 전 세계 기아 인구의 54.4%(4억1800만 명)는 아시아에, 36.7%(2억8200만 명)는 아프리카 사람들로 전 세계 기아인구의 90%가 넘는 사람들이 아시아와 아프리카인들인 것이지요.
세계은행은 이같은 비극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진국들이 이들 국가에 대한 채무를 경감해주고 식량 원조를 늘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미래에는 식량부족은 위기로 다가올 텐데요. 지금은 식량위기가 돈이 없어 식량을 살 수 없는 가난한 나라들의 문제이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기후변화로 심각한 식량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봅니다. 곡물 자급율이 약 17% 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경우 식량 안보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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