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 전기車 충전기 가는곳마다 '고장'…연휴내내 방치 운전자 '낭패'

전국 입력 2022-10-05 12:00:33 수정 2022-10-05 12:00:33 신홍관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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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기 고장신고 접수돼도 대책 無 인프라 엉망"
운전자 "휴게소 5곳 충전기 10기중 2대빼고 모두 고장"
연휴기간 고장땐 손쓰지 못해…고장난 채 방치 민원 빗발
환경부 "충전기 확대, 요원양성 프로그램 운영" 원론적 말만

지난 1일 오후 8시10분께 천안논산고속도로 탄천휴게소의 전기차 충전기 2기가 고장난 채 방치돼 있다. [사진=독자]

[전북=신홍관 기자] “좋은 기술을 개발하면 뭐합니까? 이런 좋은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인프라가 전혀 돼 있지 않고 서비스가 엉망이어서 대한민국이 걱정됩니다.”


전기차를 1년여간 운행해 온 A씨가 10월 첫 주 연휴때 고속도로를 달리다 충전을 못해 긴급출동 서비스 호출로 견인하던 요원이 전기차 운전자를 위로하기 위해 건낸 말이다.


A씨는 황금연휴가 시작된 지난 1일 전북에서 경기 수원까지 오가는 여행 도중 차량 충전량이 모자라 고속도로 상에서 자신의 차량을 견인해야하는 큰 불편을 겪었다. 전기차 충전때 여러 번 불편을 겪었지만 고속도로에서 충전량 부족으로 견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A씨 전기차로 220여㎞를 운행하면서 수원 소재지 1곳과 5곳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운행하면서 맞은 충전기 12기 중 10기가 고장이어서 그림의 떡이었고, 나머지 마저 충전 순서를 기다리는 차량 때문에 A씨 차지는 되지 못했다.


지난 1일 수원을 방문한 A씨는 오후 2시쯤 귀갓길에 나서기 위해 차량 네비게이션으로 충전소를 찾아 가장 가까운 곳으로 검색된 수원 소재 경기도 모 기관 건물 4층으로 이동해 2기의 충전기에서 충전을 시도했지만 모두 고장으로 실패했다. 특히 당시 고장난 충전기는 연휴기간 내내 방치돼 있어 전기차 충전기 운영 및 관리가 전무한 실정이란 지적이다.


이후 고속도로에서 충전할 생각으로 우선 천안논산고속도로를 타기로 했다. 수원 출발 당시 남은 충전량은 150㎞가 되지 않아 가까운 휴게소로 진입할 계획을 세웠다.


맨 먼저 도착한 곳은 정안휴게소. 이곳에는 환경부 설치 2기 중 1기가 고장이고 나머지 1기는 4~5대의 차량 운전자들이 충전을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충전 순번을 얻기 위해선 최소한 3시간은 기다려야 하고, 장시간 기다릴 수 없어서 다음 이인휴게소로 이동했다. 


이곳의 충전기 2기도 모두 고장인 것은 마찬가지. 사흘 연휴 첫날이라 고속도로 통행량이 늘면서 자연히 전기차 충전을 원하는 차량도 늘 것으로 판단해 다음 휴게소에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A씨가 충전에 기대를 건 마지막 휴게소인 탄천에 도착해 확인한 결과 이곳의 충전기도 고장으로 쓸모가 없어서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제껏 A씨가 충전하지 못한 불편은 이후 겪은 불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탄천휴게소의 충전기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로 통화했지만 담당 요원은 “현 시간 따로 출동할 수 없고 고장수리 요원이 갈 수 없다. 차량 제조사나 보험사에 연락을 해야만 한다”며 서슴없이 말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A씨는 차량 제조사와 통화를 시도해 긴급출동서비스를 접수했고, 이후 1시간이 지나서야 견인 차량은 도착했다. 일단 견인한 후 다음 휴게소까지 이동해 충전하고 귀가해야겠다는 생각이었지만, 그 꿈마저 산산조각나는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약 20여분 달려 여산휴게소까지 도착했지만 이곳 충전기 2기 중 당시 충전중인 1기를 제외하고는 남은 1기도 여지없이 고장이었다. 


밤이 깊어 지체할 수 없어서 다시 견인차에 실려 탄천휴게소로부터 62㎞ 정도 떨어진 이서휴게소에 도착해서도 충전기 2기중 그나마 온전한 1기의 충전기에서 충전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고속도로 5곳만의 휴게소에서 10기의 충전기를 만났지만 쓸모있는 충전기를 발견하기에는 이같이 긴 여정이 필요했다.


이런 전기차 충전의 불편과 피해는 A씨에게만 해당되는 사연일까? A씨는 5곳의 휴게소에서 여러 전기차 운전자들이 충전을 하지 못한 실패 사례를 목격할 수 있었다.


특히 중간 휴게소에서 만난 트럭 전기차 운전자는 “고속도로상의 충전기 고장은 맨날 겪는 일”이라며 “신고해도 소용없더라. 고속도로를 빠져나가 가까운 충전소를 찾는 등 그저 내 스스로가 방법을 터득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할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푸념했다.


사정은 이런데 환경부의 대응과 대책은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지난 1일 오후 8시20분께 천안논산고속도로 순천방향 모 휴게소의 전기차 충전기가 전원인 켜져 있지만 작동이 되지 않고 방치돼 있다. [사진=독자]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 관계자는 통화에서 “고속도로 충전기 민원 지원에 집중하고 있고, 급속 충전기 설치를 확대해 앞으로 관리에 힘쓰겠다”면서 “충전 관리요원 양성 프로그램을 일부 학교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차 정책에 대해 정부의 원론적이면서 미온적 대처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재 충전기 관리는 환경부가 한국자동차환경협회에 의뢰해 충전기 고장 수리를 위해 현장 점검은 충전기 제조업체와 점검 위탁받은 협력업체 등의 절차로 수행되고 있다.


이들은 규정상 충전기 고장 접수로부터 7일 이내 조치하면 그만이고, 휴일이나 연휴기간은 현장출동 및 점검 요원이 전무해 연휴때 고장나면 손을 쓰지 못하고 방치하기 일쑤다.


이와 관련 한 전기차 운전자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선진국 정책에 미치지 못하고 되레 뒷걸음질 치고 있는 실정"이라며 혀를 찼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대수는 8월말 현재 33만7,800여대이고 전기차 충전소는 9월말 현재 14만8780여 기 설치돼 있고, 이 가운데 6900여기는 환경부에서 나머지는 일반업체에서 설치했다. 환경부는 7~8년 된 노후 충전기를 대상으로 최근부터 교체 사업을 벌이고 있다. /hknew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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