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바이오, 호주 암전문 병원과 췌장암 임상 단계 '시작'
"항암제 2회 투약으로 8일 만에 항암치료"
'환자 중심' 항암요법…통원치료로 일상생활
[서울경제TV=정창신기자] 현대바이오는 자사의 유무기 나노 고분자 약물전달체(DDS)에 대표적 화학항암제인 도세탁셀(Docetaxel)을 탑재해 이른바 '무고통(pain-free)' 항암제로 개발한 폴리탁셀(Polytaxel)의 췌장암 대상 글로벌 임상 1상 계획을 호주 현지의 암전문 병원과 협의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현대바이오는 협의가 끝나는 대로 호주 인체연구윤리위원회(HREC)에 제출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보다 임상 개시 절차가 간소한 호주에서는 임상수행병원이 정해진 뒤 HREC에 임상계획을 제출하면 바로 임상 개시가 결정된다.
현대바이오는 이날 이화여대 ECC극장에서 개최한 설명회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폴리탁셀의 임상디자인과 함께 회복기 없이 투약 가능한 혁신적 항암요법인 '노앨테라피(NOAEL therapy)'의 완성본을 공개했다.
현대바이오는 이번 호주 임상에서 폴리탁셀을 7일 간격으로 총 2회, 3회 피험자군으로 나눠 투약할 계획이다. 2회 투약시 최초 투약 후 8일 만에, 3회 투약시에는 15일 만에 투약이 완료된다. 임상 환자가 차질 없이 모집되면 임상은 단기간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화학항암제를 이용한 항암치료는 투약 사이에 3주 회복기를 두므로 보통 3~6개월이 걸린다.
이 같은 항암제 투약 간격은 전임상에서 동물에 적용한 투약 간격과 동일한 것이어서 호주 임상 결과가 특히 주목된다. 일반적으로 화학항암제는 심한 약물 독성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사람에게는 투약 후 반드시 회복기를 두므로 동물에서 효능이 확인된 투약 간격을 적용하지 못 한다.
진근우 현대바이오 연구소장은 "화학항암제를 기반으로 한 항암요법은 동물에 적용한 투약 간격을 약물 독성 때문에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가 없어 수십년간 진전을 보지 못했다"며 "사람에게는 투약 후 약물독성으로 손상된 정상세포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회복기를 둬야 하는데 이 기간에 암세포도 회복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진 소장은 "동물과 사람에게 동일한 투약간격 적용을 목표로 수십차례 동물실험을 거친 끝에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적정 투약간격을 찾았다"라며 "폴리탁셀은 무독성량 한도내 투약해도 효능을 발휘하는 안전한 약물이어서 인간과 동물에 동일한 투약 간격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바이오는 폴리탁셀 임상을 위해 그동안 폴리탁셀의 대량생산과 성분분석이 가능한 제형을 완성하고, 전임상을 새로 하는 등 연구개발을 지속해 무고통 항암요법인 노앨테라피를 완성했다. 노앨테라피는 체내 무독성량(no observed adverse effect level·NOAEL) 한도내 폴리탁셀 투여로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고 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항암요법으로, 현대바이오는 2018년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BC)에서 실현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동물 투약간격, 회복기 없이 사람에 적용”
노앨테라피의 메커니즘은 항암제 독성이 인체내에서 정상세포를 손상하지 않도록 하는 독성 제어가 핵심이어서 동물 투약 간격을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현대바이오는 밝혔다.
현대바이오는 폴리탁셀 호주 임상에서 7일 간격 투약을 회복기 없이 임상환자에게 적용하기로 임상 디자인을 했다. 주1회 투약은 현대바이오가 전임상에서 각종 실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한 투약 간격이다. 회복기 없는 7일 간격 투약으로 암환자에게 2회 투약하면 단 8일 만에 투약이 끝난다. 회사는 임상에서 2~3회 투약할 계획인데 3회 투약도 사실상 2주(15일) 만에 투약이 완료된다.
주1회 투약은 현대바이오가 일본에서 진행한 폴리탁셀의 생체분포실험 결과, 혈중유효약물이 동물의 몸속에서 7일 동안 유지된다는 사실이 확인돼 결정됐다. 도세탁셀은 동물실험에서 3일 간격 투약을 표준으로 한다. 폴리탁셀은 7일 간격 투약시 3일 간격 투약보다 독성은 더 줄어들면서 효능은 오히려 높아짐이 전임상에서 확인됐다.
회복기 없는 7일 간격 투약은 회복기를 두고 주기적으로 투약하는 현행 '주기투약'과 비교하면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암환자들에게는 항암제 투약 후 약물독성으로 손상된 정상세포 회복을 위해 3주간 회복기를 거치는 '주기투약'이 이뤄지고 있다. 투약 후 3주 회복기를 두는 3~4회 주기투약이 보통이다. 암환자의 종양 사이즈 확인을 위한 컴퓨터단층(CT) 촬영 등을 감안하면 기존 항암치료에는 통상 3~6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가족, 정신적·경제적 부담 완화 기대”
현대바이오가 22일 공개한 무고통 항암요법인 '노앨 테라피(NOAEL therapy)'는 이런 고민에서 출발해 탄생한 혁신적 항암요법이다. 현대바이오는 항암제의 독성 제어가 가능한 무고통 항암제 후보물질인 '폴리탁셀(Polytaxel)'을 개발해 일찍이 노앨테라피의 실현 가능성을 제시했다.
노앨테라피는 인체에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무독성량(no observed adverse effect level) 한도내 투여량으로 환자를 고통없이 치료하는 새로운 항암요법이다. 호주에서 시작된 폴리탁셀 임상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암환자의 생활은 물론 사회경제적으로도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당장 예상되는 변화는 암환자와 가족의 정신적, 경제적 부담이 대폭 완화될 것이란 점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중에 흔히 암환자가 있다. 온 가족이 병원에 매달리고, 항암치료로 고통받는 환자를 돌보느라 힘겨운 일상을 영위한다. 암환자 치료비와 부대비용이 가정 경제를 좀먹는 경우가 흔하다.
암으로 인한 '재정독성'(Financial Toxicity)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암환자와 그 가족의 삶과 희망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치료비 부담 때문에 가족의 삶에 대한 목적과 방향까지 흔들린다. 암환자를 돌보는 전담 가족도 있어야 한다. 때로는 가족 일원까지 생업을 그만두고 환자를 돌봐야 할 경우도 있다.
국가, 사회적 비용도 엄청나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82세)까지 생존할 경우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회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2016~2020년까지 5년간 암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794만7,206명으로 진료비는 총 37조2,895억원에 이른다.
입원 치료비나 항암 치료비 등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건강보험 재정에도 막대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 특히 초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면서 건강보험 재정은 늘 국가의 걱정거리다. 암 환자는 일반인보다 재정독성에 노출되는 경우가 2.5배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유럽이 부러워할 정도로 건강보험 체계가 잘돼 있다고는 하지만, 초고령화 인구 구조로 볼 때 재정적으로 매우 위험한 수준으로 갈 수 있다.
현대바이오가 개발한 폴리탁셀은 암으로 인한 국가와 가정의 재난을 막아줄 수 있는 중요한 약물이 될 수 있다. 암환자 치료에 새로운 지평이 열리기 때문이다. 장기 입원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고통 없이 항암치료를 받는 광경이 그려지는 것이다.
현대바이오 관계자는 “이제 암환자를 감기환자처럼 치료할 수 있다는 인류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면서 “회복기 없이 항암제 2회 투약으로 최단 8일 만에 치료를 마칠 수 있는 혁신적 항암요법이 암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 단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csj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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