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 15주년 특별기획 - 인구절벽 성장 시계 돌려라②]“일할 사람 없어진다” 잠재성장률 ‘뚝뚝’

경제·산업 입력 2023-02-17 20:04:31 수정 2023-02-17 20:04:31 성낙윤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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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구 감소가 이어지면서 산업 현장에는 일할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중소기업에선 가뜩이나 사람이 없는데 젊은 구직자들이 취업을 꺼리면서 채용조차 못하는 상황인데요.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현장 상황, 성낙윤 기자가 둘러봤습니다.


[기자]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기계가 멈춰있습니다.

한 사람이 기계 두 세대를 운용하기 위해 진땀을 빼기도 합니다.


인천에 있는 한 고무제품 제조업체.

일감을 따와도 일할 사람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재헌 실리캠 대표

“중소기업에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한 10년 전만 하더라도 구인 광고를 내면 일할 사람이 몇 명 오셨는데…”

“제 주변에 있는 다른 회사의 대표님들도 똑같은 상황이라고 그래요. 참 어려워요. 사람이 없어서…”


산업의 근간으로 볼 수 있는 제조업체들이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

우리 뿌리산업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실제 생산 가능 인구(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연령의 인구)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7년 대비 2047년 생산 가능 인구는 부산이 –45.6%, 대구가 –43.4% 감소할 전망입니다.

인구 절벽 위기가 심화하면서 일할 사람이 없어지는 겁니다.


생산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국가 전체적으로도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잠재성장률을 낮춰 향후 성장성에도 적신호가 켜질 수 있습니다. OECD는 우리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오는 2047년부터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면 일자리와 소득이 줄어들고, 세수 확보에 차질이 생겨 재정건전성이 악화하는 등 수많은 사회·경제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생산도 하면서, 소비의 역할도 같이 하는 겁니다. 인구가 감소하게 되면 생산할 인구도 없지만 또 소비할 사람도 없어지게 되는 겁니다. 양쪽 다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이 바로 인구다…”


“저출산·고령화는 생산 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우리 경제 전반을 흔들 수 있는 만큼 ‘인구 감소’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경제TV 성낙윤입니다” 



[앵커]

현장 취재한 성낙윤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성 기자, 중소기업 현장을 돌아봤죠? 실제로 가보니 어땠습니까?


[기자]

말 그대로 ‘비상상황’이었습니다.


숨 가쁘게 돌아가야 하는 생산 현장에서 아예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설비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생산을 위한 재료들은 준비돼 있지만 근로자가 부족해 납기일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어 보였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준 한 고무제품 제조업체 대표는 일손이 부족해 본인마저도 현장에 투입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다고 설명했는데요. 실제로 현장을 둘러보니 해당 직군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들 외에 신규 고용된 인력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른바 ‘3D’라고 불리는 업종들은 더 큰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일할 수 있는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의 기피 현상까지 겹치면서 상황이 계속 악화하는 겁니다.


[앵커]

눈으로 확인하니까 이 ‘인구 절벽’ 현상을 더욱 실감하셨을 텐데요. 인구 절벽이 심화하면서 생산 가능 인구가 적어지고, 결과적으로는 잠재성장률이 떨어진다는 거잖아요? 본격적으로 이야기 나누기 전에 이 ‘생산 가능 인구’와 ‘잠재성장률’ 개념에 대해서 설명해주시겠어요?


[기자]

우선, ‘생산 가능 인구’라는 용어. 낯설 텐데요.


인구학적인 관점에서는 경제활동이 가능한 만 15세부터 64세까지의 인구를 말하고, 노동력의 관점에서는 만 15세 이상 인구를 포함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인구학적인 관점의 정의를 따릅니다.


핵심적인 부분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연령의 인구’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인력인 셈입니다.


[인터뷰] 이상림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인구학에서 생산가능인구는 15세부터 64세 인구를 말하는데요. 하나는 경제활동을 한다는 의미가 있고, 다른 하나는 부양을 받지 않는다. 아동도 아니고, 노인도 아니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잠재성장률은 자본, 노동력, 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사용해서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이룰 수 있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말합니다. 한마디로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최고의 노력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성장치인 겁니다.


한 나라의 경제 성장이 얼마나 가능한지를 가늠하는 성장 잠재력 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그럼 생산 가능 인구와 잠재성장률은 어떤 관계가 있는 건가요?


[기자]

인구 절벽 현상은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로 이어지고, 생산·고용·소비·투자를 연쇄적으로 줄게 만들어서 경제 전반에 위기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경제의 기초 체력인 잠재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미 주요 기관들은 우리 잠재성장률 추락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생산 가능 인구가 300만 명 이상 감소할 예정인데요.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금융연구원 등은 우리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져, 오는 2050년엔 0%대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인터뷰] 이상림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그런데 문제는 감소 속도가 너무 빨라가지고요. 2020년부터 한 10년 후에는 부산 인구만큼 약 300만 명 정도가 감소하고요. 22~23년 후에는 서울 인구만큼, 1,000만 명 정도가 감소하게 됩니다. 이 의미는 인구가 감소한다는 말이 아니라, 일할 수 있는 인구가 줄어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파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하겠습니다.”


[앵커]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합니까?


[기자]

잠재성장률 하락은 향후 우리경제의 성장률을 제한하는 요인이 됩니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면, 그만큼 실제 경제성장률도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산업 전반에서 투자가 감소한다는 겁니다. 고부가가치 산업 위주의 우리 경제 구조를 생각해보면, 투자부진은 해당 분야의 성장을 둔화시키고, 세계시장에서는 상품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GDP라고 하는 게 인구x1인당 생산 능력을 말합니다. 인구가 감소하게 되면 국가 GDP도 자연스럽게 하락하게 되는 거죠. 대한민국은 수출액 기준으로 세계 5위고, GDP 기준으로 세계 9위입니다. 인구가 급감하게 되면 국가 경쟁력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거다…”


게다가 저출산·고령화가 가속하고 있는 만큼, 잠재성장률 하락은 국민의 복지후생을 크게 위협할 수 있습니다. 잠재성장률 하락은 소득증가세 둔화로 이어지고, 조세수입도 줄어 정부 복지 사업이 난항을 겪을 수 있습니다.


[앵커]

경제적으로 발전한 국가일수록 잠재성장률은 떨어지기 마련인데, 다른 국가들은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요?


[기자]

대표적으로 유럽 등지에서는 ‘이민’을 하나의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발간된 유엔미래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40여 개국의 출산휴가와 출산수당, 양육지원금 등 출산 장려 지원책을 검토한 결과 해당 정책들은 출산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그러면서 유엔은 저출산과 고령사회의 대안은 이민뿐이고, 당시의 한국도 이미 순수이민유입국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주변 국가들도 이민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 2018년 국가이민관리국을 공안부 산하에 설립했습니다. 일본은 2019년 법무성 산하에 출입국재류관리청을 설치했습니다.


[앵커]

반대로 생각해보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생산 가능 인구를 늘려야 하는 건데요. 어떤 방안들이 있을까요?


[기자]

가장 먼저, 방금 말씀드렸듯 이민 등을 통해 외국인 인력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이 하나의 해결방안이 될 수 있는데요.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많은 논의점이 상존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학계의 지적이 나옵니다.


다음으로 노동의 효율성을 높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중장년·노인, 그리고 여성 인구를 더욱 잘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편에서는 산업의 혁신·기업의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확보하는 게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네. 인구 절벽 위기와 그에 따른 생산 인구 감소, 그리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까지 성낙윤 기자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nyseong@sedaily.com


[영상취재 허재호·김경진·김수영 /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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