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피해 법적 대응 증가세…"무심코 작성한 악성 댓글로 전과자 낙인도"
법조계 “악성 댓글로 졸지에 전과자 될수있어”
“징벌적 손배제 등 도입해 악플 뿌리 뽑아야”
[서울경제TV=정창신기자] 유명인과 공인은 물론 기업과 기업인,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악성 댓글을 작성하는 ‘악플러’들이 피해자 측의 관용과 선처 대신 단호한 법적 대응에 직면하고 있는 분위기다.
인터넷 포털이나 게시판 등에서 악의적으로 타인을 헐뜯으며 불필요한 사회적 소모를 유발하는 악플러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범죄 신고건수는 2만9,258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7년(1만3,348건)과 비교하면 5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신고가 증가하면서 검거 건수도 함께 늘고 있다. 2022년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범죄 검거건수는 1만8,242건으로 2017년(9,756건)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수년간 각종 포털과 SNS의 발전으로 다양한 플랫폼 활용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이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상에서의 권리의식을 정립했고, 악성 댓글 등의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 범죄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하면서 관련 고소나 고발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행법상 악성 댓글을 달아 적발되면 형법상 모욕죄가 적용돼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 명예훼손죄가 인정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며, 댓글 내용이 허위사실일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악성 댓글 피해자들, 정면 대응…고소·고발 등 늘어
과거 유명인의 문제로 한정됐던 악성 댓글이나 허위사실 유포가 점차 일반인, 나아가 특정 기업이나 기업인 등으로 타깃을 넓혀가자 피해자들이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최근 온라인 법률상담 사이트에는 기업을 상대로 한 악성 댓글 및 허위 리뷰 관련 고소 문의가 늘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채용 면접에 참여했던 면접자가 회사와 직원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리뷰를 남겨 변호사 상담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는 “소규모 기업들은 만성적 구인난에 고통 받는데 허위 리뷰나 악의적 댓글로 인력 충원이 더 어려워질까 걱정”이라며 고소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인천에서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 중인 A씨는 기업 리뷰 사이트를 살펴보다가 자신을 “업무시간에 주식 거래나 하는 XXX 사장”이라 칭하는 악성 댓글을 남긴 작성자를 고소했다. 그는 “태어나 주식 계좌 한 번 개설해본 적 없는데 거짓 댓글로 회사 이미지가 훼손될까 싶어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고소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개인 블로그를 운영 중인 B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비공개로 성희롱성 악성 댓글이 지속적으로 달리는 것을 발견하고 고민 끝에 고소했다. 해당 댓글 작성자는 “비공개 댓글은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어 공연성 부족으로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 조소했지만, B씨가 고소를 강행하자 결국 고소 취하를 애원하며 반성문을 수 차례 써내고 합의금을 제시한 끝에 간신히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악성 댓글에 대한 강경 대응이 이처럼 늘고 있는 가운데 장기간에 걸쳐 악성 댓글을 작성해 온 가해자에 중형이 선고되는 사례도 나왔다.
지난 2021년 유명 인터넷 강의 업체인 C 기업 대표가 댓글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경쟁 업체를 상대로 5년간 20만건에 달하는 악성 댓글을 작성해 온 사실이 밝혀졌다. 피해 기업은 C 기업이 작성한 악성 댓글로 수익 감소 등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며 30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9억원을 배상받았다.
이외에도 C 기업 대표와 임원을 상대로 추가적인 형사고발이 이어지며 해당 대표와 임원이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온라인 상에서 대수롭지 않게 타인을 모욕하고 공격한 대가로 고소나 고발을 당해 법적 절차를 밟게 되면 실형까지도 이어지며, 유죄가 확정돼 벌금형 등이 선고될 시 전과자 낙인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설령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한들 경찰조사, 검찰조사, 판결 등의 사법 절차를 거치며 가해자의 심적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법조계 전문가는 “악성 댓글에 대한 고소, 고발, 검거 사례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단호한 법적 대응이 늘어가고 있다”면서 “온라인상에 무심코 남긴 악성 댓글로 송사에 휘말리거나 졸지에 전과자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악플 근절로 불필요한 사회적 손실 줄여야”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9명은 온라인상에서의 악성 댓글이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민 10명 중 7명은 악성 댓글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거나 처벌이 더 손쉽게 이뤄지도록 처벌 구성요건을 완화해 악성 댓글을 근절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불특정 다수인 댓글 작성자를 일일이 특정하기 어렵고 악성 댓글 관련자 처벌이 적잖은 경우 벌금형에 그치자, 이용자 아이디 확인이 가능한 인터넷 준실명제나 고액의 배상금을 부과해 유사 범죄 반복을 막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의 장치로 악성 댓글 작성 시도를 원천 차단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지난 2020년 10월 국회에서는 온라인 사용자 식별 수단인 아이디나 아이피(IP) 주소를 공개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2021년에는 고의적 허위나 불법 정보를 작성한 사람에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으나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적 규제 강화와 더불어 온라인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들의 책임 또한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일례로 국내 한 포털 사이트는 지난 6월부터 악성 댓글을 작성하는 이용자에 대한 제재 규정을 신설해 욕설이나 비속어 등 악성 댓글을 남긴 전력이 있는 이용자의 댓글 사용을 중지시키고 프로필에 이용이 제한되었음을 알리는 문구를 표시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악성 댓글에 대한 고소와 고발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단호한 법적 대응과 처벌 사례가 늘어가고 있어 다행이다”라며 “인터넷 준실명제나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악성 댓글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을 도입해 불필요한 사회적 손실을 하루빨리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csj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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