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군, 물에 빠진 어린이 구하고 숨진 전수악 여사 추모비 건립
[의령=이은상기자] 의령군이 물에 빠진 어린이를 구하고 본인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숨진 고 전수악 여사의 추모비를 최종 완공했다. 얼굴 부조상과 추모벽을 설치해 완성된 모습으로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전 씨는 1977년 5월 18일 의령군 용덕면 운곡천에서 물놀이하던 국민학교 1학년 학생 2명이 급류에 휩쓸린 것을 목격했다.
당시 32세로 1남 3녀의 엄마였던 수악 씨는 의령장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비명 소리를 듣고 머뭇거리지 않고 즉시 물에 뛰어들어 1명을 구조한 뒤 다른 1명을 구하다가 함께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당시 지역에서는 각 기관장과 학생, 지역주민들의 애도 속에 장례식이 치러졌고 전수악 여사의 추모비가 용덕초등학교에 건립되는 등 추모 열기가 고조됐다. 하지만 세월의 풍파 속에 추모비는 녹슬어 갔고, 학교에 담장이 설치되는 바람에 추모비는 가려져 사람들은 먼발치서 '신사임당 동상'으로 짐작할 뿐 기억 속에 전 여사는 잊혀 갔다.
새로운 물꼬는 오태완 군수가 텄다. 오 군수는 보훈 정책 업무 보고 자리에서 "전수악 여사는 헌신과 희생의 표본"이라며 "의령군 유일한 의사자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충의의 고장에 걸맞게 예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의령군은 의사자 1인당 300만 원이 지원되는 의사자 추모 기념 사업 공모에 선정돼 국비로 얼굴 부조상과 추모벽 설치를 이달에 완료했다.
애초 기존 추모비가 있어 사업 대상에 제외됐지만 전 여사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담은 추모비를 사람의 왕래가 잦은 곳에 새로 단장하겠다는 의령군 뜻에 보건복지부가 동의하며 국비 지원이 이뤄졌다.
숨은 주역도 있다. 사회복지과 하종성 팀장은 2006년 용덕면 근무 당시 전 여사가 의사자로 인정받고 유족에게 보상금과 의료급여 등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
용덕면 주민들은 전수악 여사 추모사업 추진에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용덕면민들은 1977년 12월 추모비를 처음 건립할 때 모금 운동을 벌일 정도로 사고를 안타까워했다. 주민들은 전 씨를 곧은 행실과 바른 품성을 가진 사람으로 기억했다.
지난 10일 용덕면민 체육대회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 김순연(77) 어르신은 "정말로 정말로 착한 사람이었다. 좋은 친구 좋은 부모 좋은 이웃이었다"며 "새미(빨래터)에서 이웃 빨래 도맡고, 시부모 종기를 입으로 빨던 사람이 순악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해수(67) 씨는 "비가 많이 와 부락 앞 개울에 물이 차면 학생들을 일일이 업어서 등하교시켰다"며 "똥도 버릴 게 없는 사람이라고 너무 착해서 명이 짧다고 다들 그랬다. 10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외롭게 살았는데 자식 낳고 살만하니 그런 변고를 당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전 씨의 자녀들은 의령군과 용덕면 주민들께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장남 여상호(55) 씨는 "어머니 얼굴을 이렇게 볼 수 있어 너무 기쁘다. 잊혔다고 생각했는데 새단장해 정말 잘 꾸며주셨다"며 "어머니처럼 용덕 주민은 물론이고 남에게 도움 되는 사람으로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장녀 여경화(57) 씨는 "자랑스러운 우리 엄마를 당시는 원망도 많이 했지만 사실 그리움이 전부였고, 오늘 더욱 보고 싶다"며 "예쁜 우리 엄마 얼굴을 이렇게 기억해 주고 볼 수 있게 해주셔서 눈물 나게 고맙다"라고 말했다.
당시 생존 학생이었던 전 씨(55)는 의령군과의 통화에서 "유가족께 평생 아픔을 안겨드려 너무 죄송하다. 고인의 은혜를 갚을 수 없지만 열심히 살면서 봉사하고 기억하겠다"며 "특별히 의사자 지정에 애써주신 의령군에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47년이 지나 전수악 여사 사건을 접한 군민 대다수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게 이상하다. 마땅히 존경받아야 한다", "용덕면에 들릴 때 꼭 가서 예를 표하겠다" "공도연 할머니에 이어 의령군에 또 다른 의인이 있었다" 등의 반응을 나타내며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dandibo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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