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의 재구성
김범수 위원장 구속기소…벌금형 이상 땐 카카오그룹 '시계 제로'
핵심 쟁점 카카오의 SM엔터 주식 매입 '시세조종'이나 '지분 확보'냐
"시세조종은 주가 올린 후 팔아 차익 확보가 목적…확대해석 여지"
지분 5% 공시의무 위반?…"공모 아닌 개별 경영 활동, 지분 합산 의무 없어"
[서울경제TV=김혜영기자]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결국 구속 기속됐다. 지난해 카카오가 하이브와의 인수전을 벌일 당시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를 조종했으며, 김 의장이 이를 승인했다는 혐의다. 인위적인 주가 시세 조종은 중한 범죄다. 김 위원장의 혐의가 법원에서 확정되고 양벌규정으로 카카오까지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카카오뱅크 보유 지분 가운데 10%만 남기고 팔아야 한다. 카카오페 손보와 증권의 지분도 줄여야 한다. 새로운 금융업은 물론 인공지능(AI) 서비스 출시 등 미래 사업도 불투명해 진다.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고, 그것도 세간의 관심이 온통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에 쏠려있었던 그때 SM엔터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웠다는 게 금융당국과 검찰의 주장이다. 이에 카카오측은 M&A과정에서 통상적인 지분 매입과 우호지분 확보 차원이었다고 항변한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카카오의 시세조종 혐의, 그 의혹을 재구성해 쟁점을 짚어본다.
▲ ‘비욘드 코리아’ 핵심…SM엔터 인수전
사건의 시작은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카카오는 ‘비욘드 코리아’ 전략을 내세우며, 제2의 도약을 꿈꿨다. 골자는 내수 기업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하겠다는 포부였다. 그 핵심에는 SM엔터테이먼트 인수가 자리한다. 엔터테이먼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한다. SM엔터테이먼트 인수전에 하이브가 참전한 것이다. 당시 SM엔터의 주가는 9만8,500원. 하이브는 주당 12만 원에 SM 주식 25% 공개매수에 나섰다.
이를 통해 추가 지분을 확보하고 카카오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친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하이브의 공개매수 전략은 실패했다.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 보다 SM의 주가(12만7,600원)가 높게 형성된 것이다. 이후 치솟은 주가에 하이브는 인수 절차를 중단했고, 카카오가 SM 엔터의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이후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SM엔터, 주가 급등 현상을 조사해 달라’고 금감원에 진정서를 냈다. 이에, 지난해 11월 금감원은 기소 의견으로 김범수 위원장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8개월여 후인 지난달 23일 법원은 김 위원장을 ‘도주우려’가 있다며 구속했고, 검찰은 8일 기소했다.
▲"카카오의 SM 지분 매입, 피해자 없어"…"시세조종 확대 해석"
문제는 SM의 주가가 왜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가 12만원 이상으로 뛰었냐는 의구심이다. 통상,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해당 기업의 주가는 상승한다. 경영권 분쟁은 곧 지분 싸움으로 이어진다.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해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고 이는 주가 상승의 호재성 재료로 읽히는 것이다. 한미약품그룹 역시 모녀와 형제 간의 경영권 다툼이 불거진 이후 한미사이언스 등 그룹주의 주가가 고공행진했다. 3만원대를 횡보하던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경영권 분쟁에 5만원 후반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검찰은 SM 주가 상승이 시장 논리가 아닌, 카카오의 시세 조종이라는 판단이다. 인위적은 가격 조정을 통해 SM의 주가를 끌어올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 2월 나흘에 걸쳐 총 2,400억 원을 투입해 SM엔터 주식을 553차례 비싸게 사들였다며 이는 곧 시세 조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주식 매수 행위를 통한 이익도 피해도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의 장내 주식 매입은 하이브의 적대적 M&A에 대응하기 위한 정상적 매입이라는 것이다. 실제, 카카오는 하이브의 SM의 지분을 시장가 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였다. 결국, 공개 매수에 실패한 하이브 역시 이익을 본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세조종은 인위적으로 시세를 끌어올리고 지분을 팔아서 차익을 보는 것이 목적인데, 카카오의 행보가 공정한 가격 형성을 방해해 시장을 교란하고 주주에게 피해를 준 점은 없다"며 "자유 경제 논리에 있어 피해도 이익도 없는 가운데 시세 조종을 주장하는 것은 확대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다주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도"정당한 목적을 기반으로 한 공개시장에서 지분 매입행위"라며 “통정매매 등 통상 시세조종에서 보이는 행위가 없었고, 하이브도 이익을 보며 전체적으로 피해를 본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서도 이런 시장매입을 처벌하지 않는다”며 “결국, 시세조종 행위의 구성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카카오에 대한 의혹이 현실화되 처벌로 이어지면, 국내 대기업의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상위 12개 대규모기업집단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30% 이하다. 즉 해외에서 사모펀드를 통해 적대적 M&A를 시도할 때, 이를 막기 위한 시장 내 주식 매입을 모두 시세 조종으로 처벌하면 기업의 경영권 방어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시 의무 위반?…"카카오·원아시아, 개별 경영 활동"
두번째 쟁점은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 여부다. 검찰은 카카오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공모해 SM엔터 인수에 나섰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2월16~17일 원아시아파트너스는 800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식 2,9%를 사들였다. 이후 카카오는 2월 27~28일 SM엔터 지분 4.9%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이에, 검찰은 공시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상 주식 5% 이상 보유 시 대량보유 보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두 기업이 공모한 만큼 SM엔터 지분율을 합쳐서 계산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과거 카카오 계열사(카카오VX)에 투자를 진행했고, 손자 회사 ‘그레이고’를 인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카카오측은 시세 조종을 위한 공모가 아닌 개별 사업 판단에 따른 경영 활동이라고 주장한다. 전혀 다른 법인이 각자 투자 활동을 한 만큼, 이를 공모로 판단해 주식을 합산하고 이에 따른 공시 의무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 2024년 2월 28일,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 그날의 진실은?
검찰은 또 지난해 2월 28일 열린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기소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중인 배재현 전 투자총괄 대표를 비롯해 김범수 위원장 등 카카오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여기에서 김 위원장이 시세조종을 승인했다는 것이 검찰측의 판단이다. 결국 SM엔터 인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직접 지시, 승인했다는 정황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검찰이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사건의 쟁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 위원장 측은 불법 행위가 없었다며 맞서고 있다. 김 위원장은 “어떠한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는 만큼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8일 카카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김 위원장은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김 위원장 변호인단 역시 "김 위원장의 불법 지시가 없었고 정상적인 매수 행위였다"며 ”김 위원장이 에스엠 인수와 관련된 보고를 받고, 승인을 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인수 방법에 대해선 보고 받지 못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단순히 카카오 그룹의 유무죄를 떠나, 자본시장에 던지는 함축적 메시지도 담겨있다. 공개매수 방해 혐의에 대한 사실상 첫 법적 판단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화, 풀무원 등 경쟁 기업 공개 매수에 장내 매수로 대응한 사례는 빈번했지만, 검찰과의 법적 공방으로 불거진 사례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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