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국감 출석해 '자회사 임원 인사권 포기' 카드 꺼낸 이유는?

증권·금융 입력 2024-10-14 06:00:00 수정 2024-10-14 06:00:00 이연아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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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회장, 정무위 국감 출석…"사전합의제 폐지·자율경영보장"
사전합의제 폐지 통한 임원 인사권 포기…실현 가능성은 의문
손태승 前 회장 부적정대출 사건…임종룡 회장 사퇴 압박 수위 높아져

[서울경제TV = 이연아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 가운데 최초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동안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 하더라도, 여러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며 출석을 거부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지난 8월 발표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350억원 규모 부적정대출 사건으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부실 논란과 현 경영진 책임론이 정면으로 제기되면서, 임 회장은 국감 증인 출석을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임 회장이 국감장 증인석에서 꺼내든 ‘자회사 임원 인사권 포기’와 ‘조직문화 쇄신 카드’를 두고,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 임종룡 회장, 금융지주사 회장 최초 국감 증인 출석

임 회장은 10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자회사 임원 선임과 관련한 사전 합의제를 폐지하고, 계열사의 자율 경영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그동안 자회사 대표가 임원을 선임할 때 지주사 회장과 사전에 협의해 왔는데, 해당 절차를 없애 사실상 지주사 회장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말이었다. 또 계열사별 특성을 반영한 자율경영이 가능한 환경 조성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임 회장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그룹사 전 임원 동의를 받아 친인척 신용정보를 등록 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대출을 취급할 때 처리 지침을 마련하고 사후 적정성 검토도 엄격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윤리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해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독을 하겠다"며 "위원회 직속 외부 전문가가 수장으로 꾸려지는 윤리경영실을 만들어 감사 기능과 내부자 신고제도를 통할하겠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법조, 회계분야 등 각 부문에 외부 인사를 책임자로 선임할 작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손 전 회장 부적정대출 실행 과정에서 드러난 여신심사 부실 부문도 프로세스 변화 계획을 밝혔다. 임 회장은 "여신 감리 조직을 격상시켜 부적정 여신에 대한 내부자 신고 채널을 강화하고, 이상거래를 전산에서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사전합의제 폐지 선언…실현 가능성은 ‘글쎄’

임 회장이 10일 국감 증인석에서 밝힌 내부통제 강화방안 가운데 ‘사전합의제 폐지'는 큰 파장을 불러왔다. 임 회장은 사전합의제 폐지 계획을 밝히며, "(사전 합의제가) 이번(손 전 회장) 사건의 원인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 회장은 “회장 권한과 기능을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금융지주사 회장에게 자회사 임원 인사권은 지주사 회장이 가지는 강력한 무기이자 권력으로 통한다. 인사권과 거리를 두면서, 내부 혁신을 강행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선언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지주사 회장과 자회사 임원 사이 관계를 고려할 때, 임 회장의 ‘사전협의제 폐지’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던지는 목소리가 크다. 지주사 회장은 임기 내 높은 실적 기록을 위해 자회사 사업 확장과 신사업 추진 등을 통해 수익 창출에 나서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회사 임원과 지주사 회장 사이 결이 맞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치권 코드인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주사 회장의 의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여기에, 현재 자회사 대표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 가운데 회장 임기와 자회사별 사업 전략 계획이 맞닿아 있기 때문에, ‘사전합의제 폐지가 내부통제 강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종룡 회장은 왜 인사권 카드를 꺼내 들었나?

현재 금융감독원은 손 전 회장 친인척 350억원 부적정대출 사건으로 추가 검사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7일 손 전 회장 부적정대출에 우리은행 뿐 아니라 계열사인 우리금융저축은행과 우리캐피탈도 관련됐다는 추가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 추가검사 결과 우리금융저축과 캐피탈에서 각각 7억원씩 총 14억원을 부적정하게 대출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이 대출에 대한 부적정의견을 제시했지만, 우리은행 출신 임직원이 심사에 개입해 대출을 실행한 점도 드러났다.

검찰 수사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손 전 회장 친인척 부적정대출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11일 손 전 회장 자택과 우리은행 전현직 관계자 사무실, 주거지 등 총 9곳을 압수수색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김수홍 부장검사)는 11일 손 전 회장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손 전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부적정대출을 직접 지시 혹은 인지 여부에 대해 집중 수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 8월에도 이틀에 걸쳐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구로구 신도림금융센터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당시 압수수색 때 확보한 증거를 근거로 지난달 24일 손 전 회장 처남 김 모 씨를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손 전 회장 친인척 부적정대출 사건에 대해 현 경영진 책임론을 거론한 바 있다. 금감원은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1년 앞당겨 이달부터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전반적인 경영뿐 아니라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데, 결과에 따라 임 회장 거취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임 회장에 대한 책임론과 사퇴 압박 수위가 높아진 상황이다. 임 회장은 국감장에서 "결코 전임 회장을 비호하거나 사건을 은폐 축소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으며, ‘사전 합의제 폐지’ 카드를 통해 사퇴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선택으로 분석된다. 임 회장은 국감 중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의원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 ya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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