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라·교촌 가맹점도 어렵다...최악 경기에 '모범 프랜차이즈'도 눈물

경제·산업 입력 2024-12-17 09:03:49 수정 2024-12-17 15:34:26 이수빈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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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수난시대에...고물가 여파로 소비자 발길 끊겨
교촌 폐업률 1% 넘어..배라 매출도 내리막 길
할인 이벤트·배달 수수료에 울상 짓는 점주들
"본사 사정 어렵지만 로얄티 인하 등 상생 방안 모색해야"

[서울경제TV=이수빈 인턴기자] “지금은 절대 장사하면 안되는 시기에요”

지난 10년간 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해오던 A씨는 매일 저녁 장사가 끝나면 계산기를 두드리며 손익을 계산하기 바쁘다. “오랜기간 장사하면서 이정도로 낮은 매출을 보긴 또 처음이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작년 겨울쯤 새롭게 교촌 치킨을 오픈한 B씨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B씨는 “일년 넘게 운영했는데, 수익은 커녕 창업 투자 비용도 회수하기 어렵다”며 “자영업을 하다가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으려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건데… 요즘은 그마저도 녹록치 않은 현실인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자영업자 '수난시대'…프랜차이즈로 눈돌려도 앞길 '깜깜'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불황, 배달 수수료 인상 등이 맞물리면서 생존의 기로에 서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소상공인의 5년 생존률은 54.7%다. 소상공인 2곳 중 1곳은 창업 후 5년을 넘기지 못하고 폐업하고 있다. 
그러자 프랜차이즈를 통한 안정적인 창업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프랜차이즈 종사자수는 13% 늘어나, 94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더욱 냉담했다. 자영업자들 뿐만 아니라, 그간 낮은 폐점률과 꾸준한 매출로 모범적인 성과를 보여온 덕에 ‘모범’ 프랜차이즈라 불리던 브랜드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원자재 비용과 인건비, 플랫폼 비용의 상승과 소비 불황의 영향으로 ‘안정적인 영업’은 자영업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단어가 됐다. 

◇교촌치킨, 폐점률 첫 1%대 진입…가맹점 매출액도 하향 곡선
특히 교촌치킨과 배스킨라빈스는 낮은 폐점률과 꾸준한 수익성으로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절대 망하지 않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 두 브랜드도 경기 불황 앞에선 속수무책인 모습이다. 

코로나 19라는 취약한 상황에서도 폐점률 0%를 지켜오던 교촌치킨은 올해 3분기 처음으로 폐점률 1%를 기록했다. 지난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가 운영하는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의 올해 3분기 누적(1~9월) 총 매장 수는 1372개, 폐점 수는 16개로 매장 폐점률은 1.2%를 기록했다. 

교촌에프앤비에 따르면 폐점된 16개의 매장 중 9개는 리조트나 워터파크 등 관광지에 들어가는 직영점이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적으면 0개에서 많아도 3개의 폐점을 기록했지만 2023년 9개, 2024년 3분기까지 7개의 폐점을 기록하며 문을 닫는 점포가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그래픽=이수빈 인턴기자]

또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지난 3년동안 가맹점 평균 매출액과 면적(3.3㎡)당 평균 매출액 모두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양도양수 매물도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수준이 됐다. 교촌치킨 점주 A씨는 “치킨이 팔리는 건 예전같지 않은데, 여기저기 내야하는 비용들은 많아지다 보니 정작 순 이익은 월 200~3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코로나 때도 이정도는 아니였는데 작년부터 장사가 안되기 시작하더니 올해 정말 정점을 찍은 것 같다.”고 전했다. 

◇프랜차이즈 ‘공무원’ 배스킨라빈스도…매출과 영업익 모두 ‘내리막길’ 
프랜차이즈 ‘공무원’으로 불릴 정도로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자랑했던 배스킨라빈스의 사정도 예전같지 않다. 작년부터 가맹점 매출액이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그래픽=이수빈 인턴기자] 


배스킨라빈스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에도 큰 타격 없이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주던 프랜차이즈였다. 실제로 가맹점당 연 평균 매출액은 2020년 5억 7,170만3,000원 2021년은 6억 1,948만 4,000원 2021년에는 6억 3,856만 6,000원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작년에는 가맹점당 평균 매출액은 5억 665만원을 기록하며 큰 폭으로 하향세를 나타냈다.  

배스킨라빈스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2024년에는 상황이 더 악화됐다. 배스킨 라빈스 점주 A씨는 “작년 비슷한 시기에 비해서 매출이 30% 감소했다. 매장 운영을 위해서 지출하는 비용도 많아졌는데, 그러다보니 남는 수익도 얼마 없다. 10년동안 이자리에서 배스킨라빈스하면서 이런적은 처음”이라고 전했다.실제로 A씨가 운영하던 가맹점은 월 800에서 1,000만원의 수익을 내던 점포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월 500만원 수준으로 주저 앉았다. 

◇3만원 치킨, 금덩이 아이스크림에…손님들 발길 끊겼다 
교촌치킨과 배스킨라빈스의 매출 하락은 ‘고물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에 영향을 받았다. 교촌치킨은 매년 빠르게 치킨 가격을 올리며 치킨 3만원 시대를 이끈 장본인이고, 배스킨라빈스는 제작년부터 두차례 아이스크림 가격을 인상하면서 외식업계의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한 몫했다.

가격이 오르니 소비자들은 지갑의 문을 닫았다. 소비자들은 “치킨이나 아이스크림의 가격이 점점 선을 넘고 있는 것 같다. 자주 사먹기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본사에서는 원재료값의 상승에 따라 제품 가격을 상승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치킨 주의 재료인 팜유는 수급 불균형의 이유로 가격이 올해들어서만 30% 넘게 급등했다. 아이스크림의 핵심이 되는 우유와 초콜렛도 모두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기후 변화와 전쟁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 등 전세계적인 경제 불황의 씨앗이 원재료 시장에 인플레이션을 야기했고, 결국 원재료를 가공한 식품의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가맹점주 B씨는 “기름 가격이 오르니 회사에서 가격을 올리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가격이 오를 때마다 손님 수도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쏟아지는 할인 이벤트에…"부담 커졌다" 외치는 배라 점주들
가맹점을 지원하기 위해 본사에서 내놓는 경영 지침이나 지원 방안들이 매장의 수익성에는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는 점주들의 목소리도 나온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매달 가맹점에게 달성해야하는 매출 목표치를 제시하고 이에 도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가맹점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할인금이나 배달 수수료같은 지출 비용을 키워 실질적으로 점주들에게는 독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배스킨라빈스의 경우 비싼 가격으로 떠나간 고객을 다시 붙잡고, 새로운 고객들을 창출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프로모션 공세를 하고 있다. 본사 자체적 행사, 통신사 할인 행사, 배달 플랫폼 할인 프로모션 등 31일마다 아이스크림 가격을 할인해주는 정기적인 행사 이외에도 다양한 단발성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그런데 문제는 할인 금액의 부담을 가맹점에게도 전가한다는 점이다. 할인을 해서 손님이 유치되면 매출은 자연스레 성장하겠지만, 할인금을 부담하고 나면 정작 남는 것은 얼마 없다고 점주들은 설명했다.
배라를 운영하는 A씨는 “할인 이벤트라는 게 가맹점이 하고 싶다고 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본사랑 배달 플랫폼 측에서 프로모션 한다고 하면 반기를 들 수도 없어요. 그냥 진행해야 돼요. 그러면서 할인가격은 가맹점보고도 내라고 하니까. 버겁죠.”라고 덧붙였다. 


◇가맹점 본사 모두 어려워…“위기 헤쳐갈 해법 모색 必”
요즘 같은 '장사하기 어려운 시기'에 타격을 입은 것은 비단 가맹점뿐만이 아니다. 
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는 비알코리아는 2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창립이후 첫 적자를 내며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교촌치킨도 올해 2분기 치킨 업계 2위의 자리를 bbq에게 빼앗겼다. 매출도 1,2위 기업과 두배가 넘는 차이를 보이며 외형 성장의 한계를 맞이한 모양새다. 가맹점과 본사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비알코리아와 교촌치킨 측은 가맹점과의 상생 방안에 대해 “매장을 운영하는데 필수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지원해오고 있다”라며 “이외에도 여러 마케팅 과정에서 점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브랜드 운영 방향에 반영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현재의 경기 불황이나 가맹점주들의 불만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대처 방안이나 계획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시기일수록 가맹점, 본사, 배달 플랫폼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협력해 상생을 도모하고 위기를 헤쳐가야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길헌 서경대학교 프랜차이즈학과 교수는 “사회 통념적으로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가맹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우리나라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경우 현재 재정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그렇더라도 본사에서는 로얄티 인하나 물류 비용 인하 등 나름대로의 상생 방안을 시급하게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00.6으로 작년 3분기보다 1.9% 감소했고, 2022년 2분기 이래로 10개 분기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12·3 계엄사태 이후 사람들의 소비 심리는 더욱 얼어붙고 있는 상황. 
업계 안팎에선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에 비춰볼 때 최소 내년 1분기까지 소비 침체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내수 경기부진이 장기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은 모두에게 득이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전략을 고민해야할 시기다.  /sb413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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