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패딩 시험성적서'도 첨부하지만...소비자 "못 믿겠다"

경제·산업 입력 2025-01-17 11:06:18 수정 2025-01-17 11:06:18 김수윤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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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RI·FITI·KOTITI 등 시험인증기관 성적서 인증
시험용 ’가짜‘ 제품 만들어 성적서만 인증하는 꼼수 성행
협력·제조 업체가 대신 의뢰하거나 원재료만 검사하기도
플랫폼이 모든 제품 검사하기엔 한계 있어

패딩을 구매 중인 소비자.[사진=뉴스1]

[서울경제TV=김수윤 인턴기자] 패션업계가 ’패딩 게이트‘로 독감을 앓고 있다. 중저가 의류를 취급하는 ’도메스틱 브랜드’가 입점된 무신사뿐만 아니라 이랜드 같은 대기업에서도 내부 충전재 함량을 속인 패딩이 발견됐다.

A씨도 얼마 전 무신사에서 퇴출된 ‘라퍼지스토어’ 사의 패딩을 구매했다. 환불을 약속 받았지만 회수 처리를 앞두고 있어 다른 브랜드의 패딩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조차 꺼려진다는 입장. A씨는 전문 원단 시험 기관의 성적서를 증명한 브랜드 위주로 찾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시험 성적서를 인증하지만 불안해요. 검사만 정상 제품으로 받고, 소비자들한텐 가짜를 보내도 저희는 알 수 없잖아요. 구매한 사람이 매번 검사 의뢰할 수도 없고…”

◇ "우리는 믿어도 됩니다"…브랜드들 앞다투어 '시험서 인증'

유통업계에 따르면, ’패딩 게이트'에 대처하고자 브랜드들은 KATRI(카트리), FITI(피티), KOTITI(코티티) 등 국가공인 시험인증기관에서 의류 품질 검사를 받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KATRI, FITI, KOTITI는 섬유, 소재·부품, 화학, 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의 시험·검사·인증을 수행하는 국제 공인 시험인증기관들이다. 인증 기관에 의류 샘플을 보내 검사를 신청하면 혼용률, 우모시험, 기능성 시험 등을 진행한다. 시험 과정이 모두 끝나면 시험 기관에서 업체 측으로 결과를 발송한다. 검사 기관에서 보낸 성적서에는 조성·우모혼합률 등 시험항목의 결과가 수치 및 적합여부로 기재된다.

삼성물산, LF, 신세계인터내셔날 같은 대기업들도 시험인증기관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8일 삼성물산 관계자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만드는 모든 제품은 외부 인증기관의 품질검사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내부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KATRI 시험 성적서 예시. 정보는 블러 처리.[그래픽=김수윤 인턴기자] 

A씨 같은 소비자들이 많아지자, 브랜드들은 자사 SNS나 공식 홈페이지에 인증기관으로부터 발급 받은 원단 시험 성적서를 게재하고 있다. 브랜드 측에서 시험 성적서를 올리면 구매한 브랜드의 소비자들은 ”역시 믿고 있었다", ”다행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성적서만 믿고 넘어가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소비자는 물론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검사는 정상 제품·판매는 허위 제품…소비자 기만하는 ’꼼수‘ 성행

품질 시험에는 정상 제품을 보내고, 소비자에게는 ’가짜’ 제품을 발송하는 ’꼼수‘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험 기관 측에는 ‘오리털 80%’ 제품을 보내 성적서만 받고, 소비자에게는 ‘오리털 50%’ 제품으로 판매하는 식이다.

실제 무신사는 입점 브랜드 ‘라퍼지스토어‘가 ’덕다운 아르틱 후드 패딩'이 솜털 80%를 사용했다는 KATRI 성적서를 소명했다고 지난12월 18일 밝혔다. 그러나 27일 무신사는 직접 실제 고객에게 판매된 4개 상품을 추가 확보해 FITI, KATRI에 의뢰한 결과 두 기관에서 모두 성분조차 판단할 수 없는 충전재를 사용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결국, 라퍼지스토어는 지난 1월 1일부로 무신사·29CM에서 판매중지, 오는 4월 1일부로 퇴점 조치를 당했다.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B씨는 "검사에 보내는 제품과 실제 판매 제품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소비자가 직접 의뢰를 맡기는 것 뿐"이라며 "솔직히 속이고도 남는 구조"라고 밝혔다. 아울러, "대부분의 브랜드가 출고 예정 제품 중 무작위로 뽑아 검사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비양심적인 브랜드도 있다"고 말했다.

◇ 완제품 아닌 원재료 검사…협력업체가 대신 의뢰하기도

성적서를 인증했지만 완제품을 검사 받지 않거나, 협력업체가 의뢰한 성적서를 게시해 의심받는 사례도 있다.

C사는 지난 3일 네이버 패션 카페 '브랜디드'에 자사 패딩에 대한 KATRI 시험성적서를 게시했다. 하지만 한 이용자는 댓글을 통해 해당 성적서가 D사 패딩의 시험성적서와 완전히 동일한 점을 바로 지적했다. 시료명, 날짜, 혼합률 등 표기된 모든 내용이 같다는 것.

이에 C사는 댓글을 통해 "해외 생산 과정에서 D사와 같은 협력(제조) 업체를 이용했고, 해당 업체에서 KATRI 시험을 의뢰했다"며 "협력업체에서 두 회사에 같은 성적서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두 회사가 같은 (충전재)원재료를 시료로 사용했기 때문에 동일한 성적서를 받았지만 완제품은 서로 다르다”고 덧붙였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다운팩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실제 제품을 검사했어야 했다”, “협력업체가 아니라 브랜드 측에서 직접 의뢰를 맡겼어야 했다” 등의 아쉬운 반응을 드러냈다.

원재료 및 협력업체의 검사에 대한 패션 커뮤니티 반응.[사진=네이버 카페 브랜디드]

KATRI 관계자는 “의뢰를 맡기는 대부분의 브랜드가 출시 직전의 완제품을 제출하지만, 가끔 (패딩의 경우) 다운팩이나, 원재료를 검사하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검사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완제품을 제출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 플랫폼이 모든 제품 검사하기엔 한계 있어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제품을 매번 직접 검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KATRI 관계자는 “시험 항목 및 원단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패딩 한 벌 기준 대략 10만원에서 15만원의 검사 비용이 발생한다”며 “제출된 검체는 시험 과정에서 반드시 손상되고, 종료 시에 폐기 처리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무신사 등 플랫폼들은 주기적인 무작위 검수 조사를 약속, 상품정보 오기재 업체에 대한 퇴점 조치 등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 12월 16일부터 자사 홈페이지 뉴스룸을 통해 혼용률 기재 위반 업체를 단속하고, 지속적으로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플랫폼에서조차 모든 입점 브랜드의 제품을 검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패딩 혼용률'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적발시 패널티 부과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 전에는 해결되기 어려운 숙제로 보인다. /suy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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