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올림픽 ‘ASCO 2025’… 올해 주목 받은 항암제는?

건강·생활 입력 2025-06-17 15:13:01 수정 2025-06-17 15:13:01 이금숙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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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이금숙 기자] 항암 올림픽으로 불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5)가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현지 시각)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됐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에 따르면 올해는 ‘정밀 타격형 면역·항체 항암치료’와 ‘정밀의료’ 연구가 주목을 받았으며, 이른 시일 내에 이들 치료가 실제 임상 현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로운 기전의 항암제, 실제 치료 옵션으로 부상
이번 ASCO 2025에서는 기존 치료제와는 다른 작용 기전을 가진 치료제들이 임상 현장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고형암 치료는 세포독성 항암제에서 출발해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를 거치며 진화를 거듭해 왔다. 최근에는 이들 치료제의 장점을 결합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한 차세대 항암제들이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신약 개발에서 임상 적용을 거쳐 표준치료로 정착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고 있다는 것. 이번 학회에서도 기존 1차 치료제를 능가하는 성과를 보인 다수의 임상연구가 발표됐다.

이현우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홍보위원장(아주대학교병원 종양혈액내과)은 “이번 ASCO 주요 임상결과를 보면 혁신적인 연구 결과가 실제 임상 현장으로 빠르게 이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국내 암 치료 환경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표적치료제와 세포독성항암제의 강점을 결합한 ADC
항체약물접합체(ADC; Antibody-Drug Conjugate)는 표적치료제의 선택성과 세포독성 항암제의 강력한 종양 억제 효과를 결합한 형태로, 고형암 영역에서 빠르게 1차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암종으로 적용 범위도 확대되는 추세다. 

HER2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DESTINY-Breast 09 연구에서 트라스투주맙과 퍼투주맙 병용요법은 기존 표준치료인 탁산·트라스투주맙·퍼투주맙 병용요법 대비 무진행생존기간을 유의하게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트라스투주맙 병용 PFS 중앙값 40.7개월 vs. 대조군 26.9개월).

또한, PD-L1 양성 진행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사시투주맙 고비테칸과 펨브롤리주맙의 병용요법을 평가한 ASCENT-04/KEYNOTE-D19 연구에서도, 현재 표준치료인 화학요법과 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 대비 무진행생존기간이 유의미하게 향상된 결과가 보고됐다(펨브롤리주맙 병용 PFS 중앙값 11.2개월 vs. 대조군 7.8개월).

◇BiTE와 CAR-T, 고형암에서도 현실화되는 차세대 면역 치료
차세대 면역 치료인 BiTE(Bispecific T-cell Engage)와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 T cell)가 혈액암을 넘어 고형암 분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이들 치료법은 기존의 PD-1/PD-L1 억제제와 달리, T세포가 암세포와 직접 접촉해 공격하도록 유도하며,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의 장점을 동시에 갖춘 기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DeLLphi-304 연구에서는 DLL3와 CD3를 동시에 표적하는 BiTE 계열 약물 탈라타맙이 전체생존기간(OS; Overall Survival / 탈라타맙 13.6개월 vs. 대조군 8.3개월)을 유의하게 향상시키며, 기존 치료법 대비 의미 있는 성과를 보였다. 이 결과는 탈라타맙이 소세포폐암의 새로운 표준치료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CLDN 18.2 단백질을 표적하는 CAR-T 세포 치료제 사트리캅타진 오토류셀을 활용한 CT041-ST-01 연구에서는, 위암 및 위식도접합부암 환자에서 무진행생존기간을 유의미하게 연장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CAR-T가 고형암에서도 임상 적용 가능한 단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로 평가된다. 

박인근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과거에는 신약이 표준치료로 자리 잡기까지 수년이 걸렸지만, 최근에는 2~3년 내 진료지침에 반영될 만큼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이번 ASCO에서도 혁신 신약들이 연구 단계를 넘어 실제 임상에 적용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혈액 분석으로 바뀌는 암 치료 전략…정밀의료의 핵심 ctDNA
올해 ASCO 2025에서는 혈액 기반 정밀의료를 대표하는 ‘순환종양 DNA(ctDNA; circulating tumor DNA)’의 임상 적용 가능성이 한층 뚜렷해졌다. ctDNA는 종양에서 유래된 DNA 조각으로, 혈액만으로 암 유전 정보를 분석할 수 있어 조직 확보가 어려운 환자에게 대안이 되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반 분자 진단 기술이다.

이번 학회에서는 ctDNA가 암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를 넘어, 실제 치료 전략을 결정하는 핵심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다수 소개됐다. 특히,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수술 후 ctDNA로 미세잔존암(MRD; minimal residual disease)을 확인해 보조항암치료의 필요성과 강도를 조절한 최초의 무작위 임상시험으로 주목을 받았다. 또한 기조 강연에서 발표된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ctDNA를 활용해 기존 영상 검사보다 빠르게 치료 반응을 파악하고, 조기에 약물 치료를 조정함으로써 무진행생존기간(PFS; Progression-free survival)을 유의하게 개선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박인근 교수는 “ctDNA를 통해 영상 기반 평가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약물 반응을 예측할 수 있어, 치료 전략을 보다 정밀하게 조정하게 해준다. 이로써 임상 의사결정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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