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성찰하고 이해하는 것, 독서 말고 뭐가 있을까요?”

전국 입력 2025-06-24 09:56:11 수정 2025-06-24 09:56:11 나윤상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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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브루타 비경쟁 독서토론’ 수업 이끈 기윤희 대표 인터뷰
학생들 문해력 저하, 입시 문항 푸는데 어려움
비경쟁 토론 통한 ‘질문’ 만드는 창의적 미래인재상 만들기 목표


기윤희 인재교육원 에듀톡 대표. [사진=인재교육원 에듀톡]


[서울경제TV 광주⋅전남=나윤상 기자] 기술의 발달은 인류의 삶에 편리함을 주었다. 핸드폰의 출현은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않아도 되고 네이비게이션은 생각의 번잡스러움을 없애주었다.

인공지능 또한 마찬가지다. 이제 MZ세대들에게 문서 작성은 물론 논문 등은 스스로 쓰는 것이 아닌 챗GPT의 몫이 돼 버렸다.

이로 인한 부작용은 크다. 기술의 발달은 인류에게 치매 가능성을 높였고 문해력을 저하시켰다.

최근 일련의 연구에 의하면 챗GPT에 의존하는 것은 비판적, 독창적인 성찰 능력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세대의 문해력의 저하는 교육현장에서도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떠 올랐다. 문해력 저하는 입시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이를 빠르게 해결할 문제로 독서가 급부상하게 되었다.

하지만 독서만으로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독서를 통한 창의적 질문을 만들어 내는 생각하는 인재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해결에 관심을 기울인 이가 있다. 바로 기윤희 인재교육원 에듀톡 대표다.

오랜 기간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독서토론 수업을 이끌어 온 기윤희 대표와 서울경제TV가 전화 인터뷰로 만나 봤다.


■ 대표님은 오래 동안 학교에서 독서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표님의 이력과 하시는 일에 대해서 알고 싶다. 


 교육학과 상담심리를 전공했다. 우리집 아이들이 어렸을 때,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으로 ‘독서지도’를 하면서 집에서 동네 아이들을 모아 독서지도를 한 것이 교육의 시작이었다.

그후 한국디베이트협회 광주지부 소속으로 학교(초,중,고)와 센터(학원)에서 디베이트(찬반 토론)을 가르쳤다. 그 무렵 학습코칭과 진로지도를 하는 ‘주인공’ 광주상무센터 소속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센터에서 입시컨설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같이 하게 되었다.

평소에는 진로지도와 학습코칭을 했는데 입시 때가 되면 생활기록부와 대입자기소개서 코칭으로 2주 이상 밤을 새곤 했다. 

그 무렵 서울 ‘비전교육원’을 거쳐 전국 강사로 발돋움하며 지금까지 교육을 하고 있다. 

 
■ 국내 인문학 열풍이 또 다시 일고 있다. 독서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사실 대세는 꾸준히 실용도서, 실용학문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문해력’에 대한 문제가 사회문제로 회자되었다. 학생들 간 문해력의 격차도 벌어졌다. 

교육이 입시위주로 개편되면서 고등학교에서 예체능 교육이 사라진지는 오래된 일이다. 독서에 대한 필요성도 사라졌다. 지금은 예체능도, 독서도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사람을 이해하고, 자신을 성찰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개인의 역량을 독서 말고 어디서 얻는단 말인가? 인간의 근원을 찾고 탐구하고 정립하는 사고력을 독서 말고 어디서 얻는단 말인가?

원하는 대학은 얻었고, 원하는 진로는 얻었을지언정, 인간을 이해하고,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수용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은 아이들에게 기능적으로도 사고적으로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시지도를 해 온 한 사람으로서 통탄할 정도로 가슴 아픈 일인 것이다. 

그래서 독서와 독서토론은 더불어 살아가는 기본적인 힘을 키우는 가장 쉬운 길이다고 생각한다. 

또 독서토론을 통해 창의적 사고력을 키우고 나아가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있다. 이는 곧 미래사회가 그토록 원하는 인재역량이기도 하다.

 
■ 대표님이 운영하는 독서프로그램은 무엇이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려 달라.

 우리가 하는 독서프로그램은 하브루타식 비경쟁 독서토론으로 하브루타는 유대인에게서 유래된 말로, 친구라는 뜻이 있다. 친구나 짝꿍과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질문하고, 대화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작은 ‘질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질문의 중요성에서 시작한다. 

가장 기본적인 다름은 아이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들고, 그 생각을 질문으로 만들게 하는 것이다. 그만큼 ‘질문’이 중요하다. 질문은 필연적으로 생각을 반영하니까. 질문에 따라 답변이 달라진다. 좋은 질문을 만들고, 좋은 질문을 하는 연습도 필요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질문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스스로 질문을 만들게 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래서 독서토론 논제(주제)도 지도자가 제시하지 않는다. 질문의 형식을 이해시킨 후 텍스트의 내용을 토대로 질문을 만들게 한다. 그 질문 중 좋은 질문을 선택해서 토론을 하는 것이다. 

이 방식으로 하면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다. 모든 아이들이 자신이 만든 질문으로 질문하고 질문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자존감을 세우고 자신감을 키우는 효과까지 있다. 발표력은 덤이다. 시간이 여유 있을 경우는 자신이 만든 질문으로 논리적 글쓰기(4단논법)를 한다. 이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총 7문장으로 아이들은 논리적 글쓰기를 완성한다. 그래서 생각을 정리하는 에세이(주장하는 글)까지 가능한 수업이다. 
전남 영암고에서 하브루타 비경쟁 독서토론을 하는 모습. [사진 = 인재교육원 에듀톡]

 
■ 공감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입시가 중요한 상황에서 독서의 필요성에 대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까?

 독서는 ‘글을 읽어내는 능력’이다. 가깝게는 문해력 때문이다. 글이 조금만 길어도 읽어낼 힘이 없어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두 글자 단어를 이해하지 못해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나아가 이 능력은 곧 사람의 말을 듣고 그 의미를 이해해내는 능력으로 연결된다. 즉 액면 그대로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속뜻까지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것은 바로 인간관계를 비롯한 사회화와 연결된다. 즉 인성이다. 

 요즘 많은 학교에서 탐구, 소통, 배려, 사고, 원칙, 열린 마음, 지식, 성찰 등 균형 잡힌 인재 양성을 위해, 이러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민주시민교육과 퍼실리테이션 등 좀 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요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를 뿐만 아니라, 결국 입시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교육이 바로 독서토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꾸준한 독서와 독서토론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위에서 언급한, 즉 ‘IB 학습자’로 성장시키는 데 손색없는 교육이 될 것으로 믿는다.

 
■ 독서프로그램을 오래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과 부모들이 가장 반기는 부분은 무엇인가?

 처음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질문 만들기이다. 다른 친구들의 질문을 들으며 질문의 차원을 경험하게 된다.

다른 친구의 질문을 통해 자신의 질문을 다듬으며 질문이 고급스러워지는 것을 경험한다. 그런 와중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본인이 글이 달라지는 것을 보며 자신감을 얻게 된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학생은 그 질문으로 토의하고, 나아가 토론하고, 질의응답을 하며 뜻하지 못했던 질문을 받고 그에 대한 답변을 하는 토론 과정을 거치며 뇌가 격동하는 것과 지적 희열을 느낀다고 하더라. 

또 학생들은 토론 후 4단 논법 글쓰기를 통해 힘들지만 자신이 성장하는 것을 느끼고 뿌듯해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 독서프로그램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대표님의 하브루타 독서캠프를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처음 사업자를 내고 프로그램 운영을 할 때는 디베이트, 하브루타, 주제토론 수업 등을 가르쳤다. 주로 진로, 자기주도학습, 인성, 중소기업 등의 프로그램이었다. 

 그 무렵 토론 현장 분위기는 디베이트(찬반/경쟁식) 토론에서 점차 비경쟁식 토론으로 전환되고 있었다. 그에 맞춰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하브루타를 비경쟁에 접목해 프로그램을 매뉴얼화했다. 본격적으로 독서토론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독서토론의 핵심은 ‘질문’이다. 유대인들의 교육법의 핵심도 논쟁을 통한 상대방과 싸우는 것이 아닌 질문을 통해 상대방과 싸우지 않고 해결방식을 도출해 가는 것이다.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보면 유대식 독서토론인 ‘하브루타식 비경쟁 독서토론’이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나라 입시 위주의 교육현장에서 비경쟁 독서토론을 통해 아이들이 미래에 나라를 이끌어 갈 때 맹목적 비판을 하지 않고 문제점에 대해 상대방과 토의하는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하브루타식 비경쟁 독서토론’ 프로그램이 모든 학교에서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kncfe0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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