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장암 절반 이상이 ‘오른쪽’…암 발생 경로부터 달랐다
건강·생활
입력 2025-07-30 16:34:06
수정 2025-07-30 16:34:06
이금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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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이금숙기자]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연구팀은 대장암의 위치와 성별에 따른 분자생물학적 차이를 분석한 결과, 여성의 오른쪽 대장암에서 암세포가 면역을 회피하는 유전자가 강하게 활성화되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장암은 음식물을 소화하고 배출하는 맹장, 결장, 직장 등에 생기는 악성 종양으로, 국내에서 연간 3만 3158명(국가암정보센터, 2022년)의 발생자를 기록하며 갑상선암과 근소한 차이로 전체 암 발병률 2위에 집계되고 있다. 최근 젊은 남성에서 발병률이 높아 남성암이라는 오해도 있으나, 실제로는 환자의 약 40% 가 여성이며 여성 암 중에서도 세 번째로 높은 발병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대장암은 남녀 모두에게 흔히 발생하지만, 성별에 따른 질환의 양상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여성에서는 우측(상행결장 등) 대장암의 비율이 절반을 넘고 편평한 톱니모양의 선종에서 진행돼 조기 진단이 어려운 반면, 남성은 좌측(하행결장 등) 대장암의 비율이 높고 관상 선종에서 시작하며 발병 시기도 평균 5~7년 빠르다. 이러한 차이는 대장암의 성별 특성이 발병 위치뿐만 아니라 암이 생기고 자라는 경로 자체가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지금까지 대장암의 성별·위치에 따른 차이를 분자생물학적 단위에서 구체적으로 규명한 연구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최근 암 치료는 암종과 병기에 따라 일률적으로 치료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암세포의 유전자적 특성과 발생 경로를 고려해 면역항암제를 적용하는 등 정밀·맞춤 치료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데, 대장암은 이러한 접근을 뒷받침할 근거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김나영 교수 연구팀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378명의 환자의 대장 조직 샘플을 바탕으로 성별과 대장암 발생 위치에 따라 종양이 어떻게 발생해 면역 시스템과 상호작용하는지 유전자 수준에서 비교 관찰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여성의 우측 대장암 환자군에서 항산화에 관련된 ‘NRF2’ 유전자와 면역관문 단백질 ‘PD-L1’의 발현이 가장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NRF2 유전자는 세포 내 산화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생존을 돕는 역할을 하며, PD-L1 단백질은 면역세포의 공격을 억제한다.
즉, 여성 우측 대장암은 암세포가 스스로를 보호하고 면역체계의 공격을 피하는 데 유리한 생존 환경이 조성된 상태에서 발생함을 시사하는데, 이처럼 분자생물학적 작용이 암 발병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점은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염색체 불안정성이 주원인이 되는 그 외의 대장암들과 초기 발생 기전부터 차이가 있다.
또한 연구팀은 대장암 전반에서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유전자인 ‘COX-2’와 염증성 사이토카인 ‘IL-1β’의 발현이 대장암의 진행 단계에 따라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는 염증과 면역 환경이 상호작용해 대장암 형성 및 진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함을 시사하는데, PD-L1 단백질의 면역 회피 기능이 활성화되는 여성 우측 대장암에서 면역 환경이 크게 교란되며 대장암 발병 경로로 작용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치료제’의 개발과 환자 선별, 치료 반응 예측을 위한 생물학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어 의미가 깊다.
김나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장암을 단순히 장기의 위치나 병기로만 분류하는 기존 접근에서 벗어나, 성별과 발생 부위에 따라 암세포의 작동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유전자 수준에서 확인한 연구”라며, “특히 여성에게 흔한 오른쪽 대장암의 경우, 면역 회피와 관련된 유전자 경로가 더 뚜렷하게 작동하고 있어 향후 면역치료 반응 예측이나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Cancer Research and Treatment’에 최근 온라인 게재됐다.
/ks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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