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피해액 1조 전망"...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은행권·정부 전면 대응

금융·증권 입력 2025-09-02 07:00:09 수정 2025-09-02 07:00:09 강지영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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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피해액 6400억…50대 이상·저신용자 직격탄
검찰·금감원 사칭에 딥페이크까지…갈수록 교묘해지는 수법
사회적 리스크로 격상된 보이스피싱, 금융 생태계 새 시험대

한 보이스피싱범이 가면과 휴대폰을 든 채 웃고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경제TV=강지영 인턴기자] “순식간이었어요. 검찰이라고 하니 믿을 수밖에 없었고, 그 자리에서 3000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지난달 27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올 연말까지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날 나온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약 1만2000건, 피해액은 약 6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는 고령층과 저신용자 등 금융 취약계층에 집중됐고, 특히 50대 이상 피해자 비중은 53%에 달했다. 2023년 32%에서 2024년 47%, 2025년 1분기 53%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피해 회복력이 낮은 계층에서 타격이 커지는 만큼 사회적 파장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최근 보이스피싱을 대표적 민생범죄로 규정하고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은행권 역시 다양한 소비자 보호 경쟁에 나서고 있다.


▲ 보이스피싱 수법의 진화
보이스피싱은 이제 단순 전화 사기를 넘어 악성 앱 유도, 기관 사칭, 딥페이크 음성 활용 등 훨씬 정교하고 교묘한 수법을 동원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5년 1분기(1월~3월)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5878건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7% 증가했다. 그리고 그중 절반 이상인 2991건(51%)은 검찰·경찰·금융감독원 등을 사칭하는 ‘기관 사칭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악성 앱은 카드 배송이나 사건 조회, 대출 신청으로 위장해 설치를 유도한다. 이후 원격제어, 통화 녹음, 실시간 위치 추적 기능 등을 통해 피해자의 스마트폰을 사실상 장악한다. 특히 ‘강수강발(강제 수·발신)’ 기능은 피해자가 특정 기관 번호로 전화를 걸거나 받는 것처럼 위장해, 공공기관과 직접 통화하고 있다는 착각을 심어준다.

또, 딥페이크 기반 음성 합성이 결합되면서 보이스피싱의 설득력이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문자메시지에 속는 수준을 넘어, 실제 수사관이나 금융기관 직원의 목소리와 구별하기 어려운 음성이 피해자를 현혹하는 데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보이스피싱은 문자 한 통, 전화 한 통이 아니라 첨단 기술과 심리적 압박이 결합된 조직적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개인의 주의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며 “금융사·통신사·수사기관의 공조와 함께 새로운 대응 방안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보이스피싱 메시지를 받은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은행권의 움직임…‘전담 창구에서 AI까지’
사태가 심각해지자 최근 은행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피해 예방을 넘어 사후 구제까지 내세우며 소비자보호 경쟁에 불을 붙였다.

신한은행은 업계 최초로 전국 652개 영업점에 ‘보이스피싱 안심지킴이 창구’를 전면 설치했다. 단순 안내 창구가 아니라 책임자급 직원이 상주하며 피해 접수부터 계좌 지급정지, 경찰 신고, 본점 전산 시스템 연계까지 현장에서 즉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피해 사실을 인지한 순간 바로 법적·금융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덕분에,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선제적인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KB국민은행은 사후 보상 체계를 강화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우수 고객층인 ‘KB스타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최대 1000만 원, 피해액의 70% 한도 내에서 보상하는 전용 보험을 무료로 제공한다. 보이스피싱은 피해 발생 후 구제가 어렵다는 점에서, 대형 시중은행이 자체 보상 제도를 마련한 첫 사례다. 국민은행은 이를 통해 “금융 소비자가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전략을 강조한다.

IBK기업은행은 통신사와 협업을 통해 보이스피싱 사전 차단에 나섰다. KT와 LG유플러스와 함께 개발 중인 AI 기반 탐지 시스템은 고객의 통화 음성 패턴과 대화 키워드, 금융거래 내역을 결합 분석한다.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즉시 경고 알림을 보내거나 거래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금융 데이터와 통신 데이터를 융합한 국내 첫 사례로, 사기 거래를 막는 데 초점을 맞춘 전략이다. 

은행원이 고객에게 설명해 주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금융소비자 보호, 새 국면에 접어들다
보이스피싱이 급격히 고도화되면서 은행권의 대응이 한층 정교하고 다층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예방을 위한 AI·빅데이터 기반 탐지 시스템부터 사고 발생 시 대응하는 전담 창구와 사후보상 체계까지, 각 금융기관은 경쟁적으로 소비자 신뢰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흐름에 맞춰 정부도 대응을 강화하며 국가 차원의 통합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는 금융·통신·수사 정보를 공유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는 ‘보이스피싱 AI 플랫폼(가칭)’을 연내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플랫폼을 통해 피해 의심자의 연락처와 관련 보이스피싱 계좌 정보가 관련 기관에 즉시 전달·공유된다. 이를 받은 금융회사 등은 범죄자 계좌 지급정지, 고객 경고, 범죄 계좌 차단 등 피해 예방과 보호를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구체적인 대응 강화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한은행 소비자보호부 담당자는 "은행권은 영업점과 본부 간 핫라인을 더욱 촘촘히 운영해 의심 거래를 조기에 막을 수 있는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현장 중심의 예방 활동은 최근 발표된 대책과 맞물려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ji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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