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심사 안해주는데 “승인 받아오라”…코레일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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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서울역 북부지역 1만5,000평(약 5만㎡)에 오피스, 레지던스, 호텔, 컨벤션, 상업시설 등을 짓는 대규모 개발을 추진 중입니다. 사업비만 1조6,000억원짜리 초대형 개발사업이라 민간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는데요. 뚜껑을 열어보니 최고 입찰가를 써낸 업체가 떨어지고 2,000억원 가량 낮은 금액을 써낸 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습니다. 그런데 좀 의아합니다. 왜 수천억 적자를 내고 있는 코레일이 2,000억원을 더 받을 수 있는 사업자를 제외했을까요. 오늘 이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정창신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정기자. 앞선 레포트에서 어떤 사업인지는 봤잖아요. 그런데 사업자 선정이 유력했던 메리츠종금 컨소시엄이 탈락하면서 억울해하고 있다는데 왜 그런가요.
[기자]
네. 사업시행자인 코레일이 입찰과정에서 메리츠 컨소측에 금융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아오라고 한 게 발단이 됐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금산법이라고 부르죠. 이 법 24조를 보면 “금융기관이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20 이상을 소유하게 되는 경우 미리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쉽게 말해 사업에 참여하는 금융사의 지분구조가 20%를 넘으면 금융위 승인을 받으란 얘긴데요.
[앵커]
그렇다면 금융위 승인 받아오면 되는 거 아닌가요?
[기자]
그런데 문제는 사업자 선정도 안된, 입찰 단계에 있는 업체가 금융위 승인을 받을 수 있냐는 겁니다.
메리츠 컨소 관계자는 서울경제TV에 “우선협상대상자도 아니고 공모 신청자에 불과한데 어떻게 사전승인을 받냐”면서 “금융위 출자 승인은 SPC 설립이나 출자 시점에 진행하는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보통 이런 대규모 개발사업의 경우엔 공고제안이후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고요. 2개월 가량 협상을 거쳐 사업협약체결이 이뤄지고, 3개월 정도 걸려 SPC(특수목적법인)가 설립됩니다. 그러니까 사업자 선정이 되더라도 최소 5개월 뒤에나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특수목적회사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메리츠 컨소 관계자는 “코레일이 입찰단계에서 아직 실체도 없는 회사를 가정해서 금융위 승인을 받으라고 하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억울해 했습니다.
[앵커]
억울하겠네요. 어쨌든 사업을 따내기 위해선 시키니까 알아봤을꺼 아닙니까. 금융위에선 뭐라고 했답니까. 아직 사업자 선정도 안된 시점에서 승인을 내줄 수 있는 겁니까.
[기자]
메리츠 컨소 관계자는 금융위에 사전승인이 가능한지 확인을 구한 결과 “이 컨소시엄의 지위가 공모제안자에 불과하고 향후 설립될 SPC 정관과 주주간협약서 등이 확정되지 않은 일종의 가정적인 사실관계를 전제로 사전승인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라면서 “시기상 부적절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코레일이 무리하게 금융위 승인을 받아오란 게 좀 의심스러운데요. 코레일은 뭐라고 합니까.
[기자]
코레일은 서울경제TV에 “메리츠 컨소는 사업주관자로서 45%의 지분율을 가지고 개발 사업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는 구조기 때문에 금융위 사전승인 대상에 해당해 승인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승인을 요구한 시점이 사업자 선정전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금융위가 시기상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낸 것과는 다른 입장이네요. 그런데 코레일의 이상한 입찰은 더 있죠. 또 다른 컨소시엄인 삼성물산 컨소한테는 금융위 승인을 요구하지 않았어요. 이곳도 금융지분이 40% 가까이 되는데. 형평성 논란이 생길게 불 보듯 뻔해 보이는데 왜 그런 건가요.
[기자]
네. 이 사업 입찰 과정에서 또 다른 의문은 메리츠 컨소한테는 금융사 비중이 20%를 넘으니까 금융위 승인을 받아오라고 했어요.
그런데 삼성물산 컨소도 금융사 비중이 40% 가까이 되거든요. 삼성물산 컨소한테는 승인을 받아오란 요구를 하지 않은 겁니다.
우선, 알기 쉽게 이번 사업 입찰에 참여한 컨소시엄 3곳의 지분율을 표로 보면요.
메리츠종금 컨소엔 메리츠종금 35%, 메리츠화재 10%로 금융사 비중이 45% 되고요.
삼성물산 컨소는 삼성물산 지분 36.2%에다가 미래에셋대우 19.9%, 미래에셋자산운용 9.9%, 미래에셋컨설팅 9.9% 등 금융사 지분이 약 40% 됩니다.
또 다른 컨소시엄인 한화종합화학 컨소는 한화종합화학 지분이 40%, 한화건설 29% 등입니다.
결국 금융지분이 20%를 넘은 곳이 메리츠 컨소와 삼성물산 컨소인데요.
코레일은 “미래에셋금융은 39.7% 지분율로 삼성물산 컨소시엄의 사업주관자가 아닌 구성원으로 참여했다”면서 “메리츠금융 컨소는 사업주관자로 45% 지분율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앵커]
결과적으로 2,000억원을 높게 써낸 메리츠 컨소는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하면서 이대로 끝내진 않겠다는 입장이죠.
[기자]
네. 메리츠종금 컨소 관계자는 “코레일의 결정이 부당하다”면서 “우선협상자 지위 보전과 협약이행 중지를 위한 소송절차를 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강북의 코엑스’로 불리는 대형 개발사업이 첫 삽도 뜨기 전에 소송전으로 번지게 됐습니다. /정창신기자 csjung@sedaily.com
[영상편집 김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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