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즈라이프] 아웃사이더 예술 ‘아트브룻’…차별·편견 없앤다

전국 입력 2020-02-19 14:04:58 수정 2020-02-19 14:04:58 정새미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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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경제TV]

[서울경제TV=정새미 기자]


[오프닝] 

흔히 예술은 어렵고 복잡한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요. 주제나 재료에 제한되지 않고 창작활동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늘 센즈라이프에선 예술을 매개로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도전하는 미술관을 찾았습니다. 


[기자]


고기를 잘라내는 도축사의 앞치마에 작고 붉은 얼룩들이 번져 있습니다. 


작은 바람에 의해 돌아가는 프로펠러와 목수의 발 밑에 쌓인 나무조각들. 생생한 묘사가 더해져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슬로베니아 작가 존 밤빅의 작품으로 고단한 노동의 현장이 유쾌하게 표현됩니다.


그는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정육점 도축사 출신으로 우연한 계기로 작가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크게 묘사된 하나의 새 안에 다양한 새들이 자리한 2008년작 <완성>도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작가 한스 랑그너의 작품입니다.


‘버드맨(Birdman)’으로 알려진 그는 새를 통해 자유로움에 대한 열망을 표현했습니다. 


이처럼 규격화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개척한 작가의 작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에 용인정신병원은 지난 2015년 국내 1호 ‘아트브룻(Art Brut)’ 전문 미술관인 벗이미술관을 설립했습니다. 


아트브룻은 ‘가공하지 않은, 원시적인 예술’이라는 의미로, 정신질환자나 소외계층·학습된 주류 예술인과의 차별에서 벗어난 ‘장르의 대중화’를 추구합니다.


때문에 주제와 소재·재료의 제한이 없으며 표현 방식이 비논리적이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이지만 유럽과 일본에선 이미 마니아층이 형성되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찬호 / 벗이미술관 대표 

“전공자들의 작품들만 갖고 평가를 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생각이 들고요. 비전공자들의 작품들도 굉장히 예술성이 있다라는 게 외국에서는 이미 검증이 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전공자들,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만이 많이 알려지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런 작품들만 보려고 하잖아요. 저희도 한국에 그런(아트브룻) 작품을 알리고 선두주자로서 과감하게 도전하고자 ….”


특히 모기업인 용인정신병원과 함께 정신장애인에게 예술활동을 위한 공간과 전시를 지원해 장애인이 사회에서 분리되지 않도록 돕는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아트브룻이 ‘미술치료’와 혼동되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장애인의 예술활동이 치료라는 보조적 역할에서 벗어나 하나의 독립적인 장르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인터뷰] 박찬호 / 벗이미술관 대표 

“지금 보시는 작품들의 경우에도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거든요. 미술치료는 선생님이 있으면서 ‘이렇게 그려보세요. 저렇게 그려보세요’ 하면서 그림을 보고 ‘어디가 아프다’라고 평가를 하게 되잖아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 작품 자체를 보면서 얼마나 그 작품이 대단한지를 느끼시는 것만으로도 (미술치료와) 다르다는 걸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벗이미술관은 더 많은 이들에게 예술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레지던시 입주작가를 모집합니다. 


기준 역시 제도권의 교육에서 탈피해 편견에서 벗어나 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이번 심사를 거쳐 선발된 작가들에게 작업 공간과 창작지원비 등을 제공하고 결과보고전 개최와 학술 세미나 운영 등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인터뷰] 박찬호 / 벗이미술관 대표 

“2017년에 지비지 작가의 전시를 하게 됐습니다. 기생충 영화에 작품이 나오면서 굉장히 유명해졌는데요. (이를 통해)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들도 대중에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서, (비전공) 작가들도 얼마든지 작품성 있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자 더 많이 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습니다.”


레지던시 입주작가 모집은 다음 달 1일까지 진행됩니다.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인식에 반기를 든 아트브룻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지 주목됩니다. 서울경제TV 정새미입니다. / jam@sedaily.com


[영상취재 오성재 / 영상편집 강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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