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일구이언, “윤석열, 장모사건으로 징계”vs 관보엔 “항명·재산누락”
정대택씨 “2013년 12월 장모 최씨 관련 윤석열 징계 촉구 진정”
법무부, 2013년 12월 31일 정 회장에게 “정직 1월 처분” 회신
법무부 관보, 같은날 징계사유로 항명·재산신고 누락 적시
법무부 “관보 확인 외 드릴 말씀 없다”
[서울경제TV=전혁수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의 2013년 12월 징계 사유를 두고 법무부가 일구이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2013년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을 상대로 독직 등의 이유로 진정을 한 정대택 씨에게 보낸 민원 회신서에서는 장모 사건과 관련, 정직 1개월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관보에는 항명, 재산신고 누락 등의 이유만을 적시한 것. 이같은 다른 징계 사유에 대해 법무부는 현재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민원회신서 “윤석열 검사 엄중한 징계 필요 취지…정직 1월 처분”=정대택 관청피해자모임 회장은 지난 20일 서울경제TV와 만난 자리에서 법무부로부터 2013년 12월 31일 보낸 민원 회신서를 공개했다. 회선서에는 “귀하께서 2013년 12월 18일 법무부 민원실을 통해 제출한 민원의 취지는 윤석열 검사에 대해 엄중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며 “검사징계위원회에서는 2013년 12월 18일 윤석열 검사에 대하여 정직 1월의 징계처분을 의결하였음을 알려드린다”고 적혀 있다.
앞서 정 회장은 2013년 12월 18일 법무부에 윤 총장을 징계해달라는 진정을 접수했다. 정 회장이 윤 총장의 징계를 요구한 사유는 △독직 △위증 △명예훼손 등 3가지로, 모두 장모 최씨와 관련된 사유다.
독직 건은 정 회장이 한때 동업자였던 윤 총장의 장모 최씨와 2003년부터 법적 분쟁을 벌인 것과 관련이 있다. 정 회장은 최씨와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의 모함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MBC 시사고발프로인 ‘스트레이트’에서 제기한 장모 사건과 같은 내용이다. 진정 당시 정 회장은 윤 총장이 피의자 신분인 김씨와 함께 동거하며 송사에 개입했다며 ‘욕망을 충족시킨 행위도 뇌물죄’라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윤 총장의 징계를 요구했다.
위증 건은 진정 접수 두달 전인 2013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작년에 감찰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박지원 의원의 질문에 윤 총장이 “감찰받은 사실이 없다”고 답한 것에 대해 잘못을 물은 사안이다. 윤 총장은 감찰 사실을 부인했지만, 정 회장이 2012년 3월 장모 최씨 사건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는 진정을 내자 대검찰청이 내부감찰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마지막으로 명예훼손 건은 윤 총장이 2012년 6월 해당 사건을 취재하는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진정인은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며 “진정내용은 전부 거짓말”이라고 말한 것이 불법 행위라는 진정이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윤 총장은 정씨에 대해 “진정인은 지난 10년간 장모를 괴롭힌 사람으로 그것 때문에 장모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1심에서 1,000만원의 벌금을 받았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황교안 당시 총리, “국정원 댓글 개입 때문이냐” 질문에 “다른 부적절한 일 있었다”=이와관련, 윤 총장이 장모 사건과 관련해 징계를 받았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또 있다. 1개월 정직 징계를 받을 2013년 당시 윤 총장은 국정원 댓글 개입 사건 수사팀에서 수사하다 항명 논란으로 좌천된 상태였다. 정 회장이 받은 회신서로 미뤄보면 정 회장의 진정이 윤 총장 징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지난 2017년 10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현 미래통합당 대표)는 “국정원 댓글 개입 수사와 관련해 윤 총장이 좌천된 것이 아니냐”는 이상돈 의원의 질의에 “지금 말씀하신 사안으로 좌천된 것이 아니고, 그 이후에 다른 부적절한 일이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황 대표는 윤 총장 징계 당시 징계권자인 법무부 장관이었다.
◇정부 관보 “징계 사유는 항명과 5억여원 재산 누락”=그러나 대검 관계자는 윤 총장의 2013년 징계 사유는 항명이 맞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3년 12월 31일자 법무부공고 2013-289호는 윤 총장의 징계 사유를 △항명 △재산신고 누락이라고 밝히고 있다.
관보에 공지된 윤 총장의 징계 사유를 살펴보면, △중앙지검장 지시를 위반하고 보고 및 결재 없이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영장 및 압수수색영장을 청구, 10월 17일 이를 집행한 점 △2013년 10월 17일 중앙지검장으로부터 직무배제명령을 받았음에도 박형철 공공형사부장과 함께 10월 18일 보고 및 결재 없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등 피고사건에 관하여 공소장변경 신청한 점 등 항명 내용이 기재돼 있다.
다른 징계 사유인 재산신고와 관련해서는 2013년 2월 21일 정기재산변동사항 신고 시 배우자 명의의 토지 등 총 9건 합계 5억1,513만6,000원의 재산을 중대한 과실로 잘못 신고했다고 적혀있다. 결국 법무부가 정 회장에게 2013년 12월 31일 발송한 민원 회신서와 같은 날 발행된 관보의 내용이 상이한 셈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고 있지 않다. 법무부 관계자는 “감찰이나 징계 부분은 관보에 의한 확인 이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wjsgurt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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