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부동산] “전세 매물 부족?…대란으로 이어지긴 어려워”

경제·산업 입력 2020-09-10 20:26:31 수정 2020-09-10 20:26:31 지혜진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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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세시장, 호가 많이 오른 건 사실”
“기존 물량은 계약갱신으로 시장에 안나와”
“불경기·향후 입주물량↑…전셋값 상승 한계”
“공급 없다고 무조건 전세대란 아냐”

[앵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되레 수도권 전셋값 폭등을 유발했다는 얘기 들어보셨을 겁니다. 사실 많은 언론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이 같은 논리를 펴고 있는데요.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주택담보대출 받으면 6개월 내 전입의무로 전세물건이 감소한다‘든가 ‘임대차 3범으로 전세공급이 감소한다’는 식입니다. 오늘은 SNS상에서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고 있는 분을 모셨습니다. 감정평가사이면서 부동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박감사리얼아이’ 박은정님을 전화 연결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박은정 / 박감사리얼아이]

네. 안녕하세요.


[앵커]

요즘 수도권 전세시장 얘기할 때 ‘미친 전셋값’이란 표현 쓰잖아요. 단기간에 가격이 수억원씩 올라선 데요. 일부에선 이런 주장들을 합니다. “정부가 전셋값은 못 잡을 것이다.” 전셋값이 앞으로 더 오를 거란 얘기인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박은정 / 박감사리얼아이]

지금 이사를 하려고 전셋집을 알아보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런 표현이 나올 만한 상황입니다. 속된 표현으로 ‘미친’이란 말이 딱 맞을 정도로 시장 상황과 안 맞는 수준의 호가를 부르는 게 현재 모습입니다.


현재는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에 이미 전세계약이 되어 있는 집들이라든가 매도를 염두에 둔 집들은 전세매물로 나올 수 없는 상황이죠. 따라서 기존 아파트단지에서는 나올 수 있는 전세물량이 매우 소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나온 물량도 향후 4년간 전세금을 올릴 수 없다는 게 전제되기 때문에 호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 겁니다.


지금 당장 상황을 보면 전세가 못 잡는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전세가가 더 오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봅니다. 임대차 3범 때문에 전세가 폭등한 것이라기보다는 집값이 급등하면서 매입을 포기하고 청약을 기다리는 수요가 늘었습니다. 전세자금대출이 쉬웠으니까 대출을 활용해서 원래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전세가가 상향 조정된 겁니다. 


전반적으로 어려운 경기상황, 향후 입주물량, 전세에서 자가로 전환한 사람이 많습니다. 절대적인 전세수요의 감소와 현재 전세자금대출의 리스크(대위변제가 폭증한 상황) 때문에 전셋값 상승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개포 전세시장을 예로 좀 들어보겠습니다. 앞서 리포트에서도 소개했는데요. 입주 1~2년 차에 접어든 개포 래미안블레스티지나 디에이치아너힐즈 같은 단지는 실제 전세물건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인근에 입주 중인 래미안포레스트는 전세물건이 700개 넘게 나왔는데요. 입주 초기 매물 출회는 흔한 일이긴 합니다만, 이번엔 좀 다르게 보신다고요.


[박은정 / 박감사리얼아이]

계약갱신청구권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개포 래미안블레스티지 24평형(전용 59㎡)은 입주 시 5억원대에 전세 들어가신 분들도 많이 있는데 지금 나와 있는 매물의 호가는 11억원입니다. 이 단지의 경우 이제 입주 2년 차니까 재계약 시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약갱신청구가 가능해지면서 당연히 계약갱신청구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에 전세물건이 나올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 재건축 후 엑시트하려는 경우도 전세 낀 매물의 매매가 막힌 상황이기 때문에 전세로 나오지 않는 겁니다. 따라서 시장에 전세로 공급될 수 있는 매물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 얘기만 하면 그럼 전세대란 아니냐 할 수도 있겠지만 공급이 없다고 해서 무조건 전세대란이 일어나는 건 아니죠. 그 전에 100명이 전세를 찾고 그 90명이 전세를 내놓았다면 이제 4~5명이 찾고 3~4명이 전세를 내놓는 상황이 된 거죠. 재계약해서 사는 세대 수만큼 시장에서 사라진 겁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포레스트가 신규 입주를 시작하고 있죠. 지금 수백 개 매물이 블레스티지 1~2건 호가에 맞춰서 전세매물로 나와 있는데요. 


보통 신규 입주단지의 경우 전세물량은 인근에서 신축으로 이동하면서 보통 해소가 됩니다. 그렇지만, 물량이 많은 경우에는 이 매물이 소화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입주 때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전세가 형성되다가 물량이 다 소화되고 나야 회복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케이스 다른 거죠. 


인근에 입주한 지 1~2년밖에 안 된 신축단지들이 대부분이고, 다들 입주 시점에 들어갔기 때문에 많은 전세가구가 비교적 낮은 가격에 들어가 있는 겁니다. 계약갱신청구가 인정되는 상황에서 이사비나 부동산중개료 등의 추가 비용을 들여 옮길 어떤 이유가 없는 상황입니다. 


인근에 멸실, 이주 등으로 전세수요가 많거나 그런 상황도 아닙니다. 전세자금대출도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지금 10억원 정도 호가하는 전세물량을 시장에서 다 소화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현재로써는 가격을 낮춰야 계약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개포만 신규 입주가 있는 게 아니고 서초, 잠원 등 더 상급지에도 비슷한 수준의 전세물량들이 나와 있습니다. 내년에도 서초, 반포, 일원 등등 계속 물량이 나올 상황이기에 전셋값이 계속 고공 행진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사실 10억원 정도 동원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파트값의 긴 상승장 속에서 대부분 청약을 받거나 집을 사거나 했기 때문에 더 소화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앵커]

지난 2016년, 2017년 서울에서 분양한 물량이 지금 속속 입주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일부에선 전세가 씨가 말랐다고 주장하는 분도 계시죠. 매물부족이 전세대란으로 이어질 거란 우려도 나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박은정 / 박감사리얼아이]

전세는 실제 사용 가치이고 집이라는 게 주관적 효용이 강하기 때문에 꼭 어떤 아파트에 들어가 살아야 한다면 국지적으로 공급부족으로 느낄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특정 단지에 물량이 없는 현상이 보인다고 해서 전세대란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죠. 전세자금 대출을 너무 쉽게 많이 해주다 보니 전반적으로 전세가가 올라간 상황이긴 하지만 물량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는 멸실보다 신축이 더 많아져서 전체적인 시장의 공급은 늘어났고, 그것도 가장 A급 상태인 신축으로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집은 여러 채 가지고 있어도 한 채만 본인이 쓰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수밖에 없는 재화이기에 결국 전세로 나옵니다. 물론 돈이 많아서 그냥 비워 놓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건 논외로 하고요. 또, 그동안 입주물량만큼 분양물량도 많았는데, 분양을 통해서 전세수요가 자가수요로 많이 전환된 상태이기에 전세대란이 벌어진다는 것은 좀 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전세의 월세화’ 얘기를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최근 세 부담이 늘면서 집주인들이 이를 전가하기 위해 월세로 많이 전환할 거라는 우려도 있고요. ‘전세의 월세화’ 현상 정말 우려할 만한 상황일까요.


[박은정 / 박감사리얼아이]

전세는 사실 우리나라와 볼리비아에만 존재하는 제도인데요 예전에 금융제도가 발달하지 못한 시기에 사적 금융의 형태로 시작되어서 우리나라에 특징적인 임차형태로 자리 잡은 제도입니다. 계속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집주인은 금융권에서 빌릴 수 있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무이자로 빌려서 집을 살 수 있습니다. 나중에 시세 차익이 생기면 그 이익을 가져갈 수도 있으니 전세를 주는 겁니다. 임차인은 자기가 소유하기에는 별로 거나 소유하기 힘든 금액대의 집에 일시적으로 거주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월세보다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기에 전세를 찾게 되는 겁니다. 전세 제도는 이런 식으로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전세의 월세화가 이뤄지는 경우는 1) 집주인이 전세금(무이자로 빌린 돈)을 갚아줄 능력이 되어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2) 집주인이 앞으로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가 없어서 자본대비 적정 수준의 수익을 추구하는 경우입니다. 아직도 집값이 계속 오른다고 생각하는 시장인데 그렇게 될까요?


지금 월세매물이 많이 늘어났다 하는 것은 기존 전셋값에서 더 금액을 올리기 어려워서 일부를 월세 형태로 전환하는 경우(세입자가 이사비용, 거래비용 등 고려해서 올려줄 수 있는 수준)나 융자가 많아서 절대 전세금을 많이 받지 못하는 경우 수준에 그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한 달에 월세 2~300씩 부담하는 게 웬만한 소득으로는 불가하기에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월세 수준은 크게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앞선 질문과 연결되는데요. 일각에서는 전세가 사라질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전세 제도가 사라질 가능성 있다고 보십니까.


[박은정 / 박감사리얼아이]

모든 사람이 앞으로 집으로 돈 못 번다. 즉 시세 차익(자본이득)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게 되면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은 당연한 순서기는 하지만 현재는 당장 그렇게 되기는 어려우므로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SNS상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계신 분입니다. ‘박감사리얼아이’ 박은정님 모시고 전세시장 얘기 나눠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은정 / 박감사리얼아이]

네 감사합니다.

/heyjin@sedaily.com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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