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 요즘 누가 먹어”… 달콤함에 가려진 디저트 창업의 비밀

경제·산업 입력 2024-08-03 09:00:00 수정 2024-08-03 09:00:00 이수빈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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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후루 매장 하루 두 개씩 폐업…빠른 디저트 유행
프랜차이즈 공격적 마케팅 이어져…점주들은 시름
가맹점 늘린 후 사모펀드 매각 공식화된 성장 방식
사모펀드 투자금 회수 위해 점주들 압박 거세져
점주들 단체교섭권 없어 본사에 대응도 못해

탕후루 매장에서 각종 탕후루들이 진열되어 있다.

“퇴직금 털어 시작한 가게였어요. 애들 엄마랑 정말 열심히 한번 해보자, 그렇게 생각하고 가게를 차렸죠.”

 

지난해부터 탕후루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오픈 초기 탕후루 열풍에 힘입어 줄을 서 구매해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탕후루의 인기가 급격히 사그라들며 가게를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 A씨 가게의 전날 매출은 10만원 이하. 매출이 꺾이기 시작한 건 지난 겨울부터였다. A씨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아내와 함께 하루 12시간 가까이 일하고 있지만 매출이 너무 줄어 이대로는 월세도 내기 힘든 실정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겨울엔 과일 간식보다는 붕어빵 같은 간식을 먹잖아요. 그래서 매출이 조금 떨어지나보다 그렇게 생각했고…근데 날이 풀리고 나서도 그 매출이 회복이 안 되고 점점 더 떨어지더라고요. 심지어 하루에 열 개도 못 판 날도 있었어요.”

 

◇ 하루에 두 개꼴로 폐업…사라지는 탕후루 점포

 

탕후루 가게의 폐업을 고민하는 건 A씨만의 일이 아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 개방 통계에 따르면 올해 폐업한 탕후루 가게는 약 190곳으로 지난해 72곳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지난 6월의 경우 1일부터 17일까지 총 34곳이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두 개씩 폐업한 꼴이다.

창업 점포 수 역시 지난해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1300여 개의 매장이 창업됐지만 올해 새로 문을 연 곳은 70여개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20여개가 벌써 문을 닫았다.
 

요거트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브랜드 '요아정'의 홈페이지 공지. 가맹문의로 인해 업무가 마비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탕후루 매장 폐업이 증가하는 이유로는 탕후루에 대한 관심이 다른 디저트로 옮겨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크다. 빠르게 폐업하고 있는 탕후루 프랜차이즈 가게들과 다르게 최근 요거트 아이스크림이라는 새로운 디저트가 트렌드로 떠오르며 ‘요아정(요거트아이스크림의 정석)’ 등 관련 브랜드들에는 가맹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실제로 요아정 홈페이지에는 가맹 문의로 업무가 마비되고 있다는 공지가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해 탕후루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지역을 불문하고 점포를 확산해 나가던 모습과 유사하다.

 

◇유튜버가 먹은 디저트 나도 먹을래…반복되는 동조 소비

이처럼 디저트 유행이 빠르게 변화하며 새로운 프랜차이즈들이 떠오르는 모습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몇 년 전 크게 유행했던 ‘대만 카스텔라’는 큰 인기를 누리며 전국에 가맹점을 늘려 나갔지만, 디저트 유행 변화와 위생 논란 등으로 인기가 빠르게 사그라들며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그 이후 유행한 ‘벌집 아이스크림’도 역시 빠른 속도로 가맹점이 늘어났지만 유행이 식으며 사라졌다. ‘흑당 버블티’와 ‘크로플’ 등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디저트 업계가 유난히 빠른 유행을 보이는 이유를 ‘동조 소비’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동조 소비란 유명인의 소비 취향이나 대중의 유행에 따라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행위를 뜻한다. 디저트는 식사류에 비해 뚜렷한 기준이 필요 없고 비교적 가볍게 소비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 이러한 디저트의 특성상 다른 사람의 유행에 편승하는 동조 소비가 만연하고, 이것이 빠르게 다른 유행으로 전환되는 현재의 디저트 트렌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셀럽이나 크리에이터들이 디저트를 먹는 콘텐츠가 널리 퍼지면서 유행 주기는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SNS로 셀럽이나 크리에이터가 생소한 디저트를 먹는 콘텐츠를 접하게 되면 ‘나도 한번 경험해 볼까’하는 동조 소비 심리가 일어나게 된다”며 “새로운 디저트가 계속해서 콘텐츠화되면서 지속적인 소비가 이어지지 못하고 디저트 유행 주기가 짧아지게 된다”고 밝혔다. 또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이 하나의 디저트를 소비하는 주기는 1년이 채 안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 우리 브랜드 창업하면 돈 벌어요…프랜차이즈 공격적 마케팅

이처럼 디저트 유행 흐름이 빠름에도 불구하고 유행 디저트 창업이 끊이지 않는 건, ‘우리 브랜드로 창업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광고하는 프랜차이즈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각종 디저트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점포를 늘리기 위해 본사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 SNS를 통해 매출과 수익률을 적극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탕후루, 요거트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의 마케팅 문구. 높은 매출과 수익률을 강조하고 있다. 

 

디저트 유행이 빠른 만큼,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이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창업 희망자를 모으려고 분투한다. 각 브랜드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탕후루나 요거트 아이스크림 가게의 창업 비용은 약 4,000~7000만 원 정도다. 이중 대부분의 브랜드가 초기 비용 외에도 매출의 약 3% 혹은 특정 금액의 로열티를 가져가고, 물대비(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업 수수료)는 따로 청구한다. 만만치 않은 비용이지만 브랜드마다 ‘가장 높은 수익률’, ‘억대 매출’, ‘정말 성공하는 사업’ 등의 문구를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탓에 유행 브랜드의 가맹 문의는 빗발친다.
 

문제는 이러한 적극적인 광고 내용과 달리 프랜차이즈 본사가 점주 개인의 매출과 수익률을 보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A씨 역시 창업 초기 높은 수익이 보장될 것처럼 마케팅하던 본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다.

 

“처음에 창업할 때는 우리 브랜드가 제일 수익이 잘나는 브랜드라며 직장인 월급의 두 배 이상 받아 갈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더라고요…수익률도 판매가의 80퍼센트 가까이 날 거라고 말하지만 실제는 인건비 등 여러 가지 부가 지출이 있어 반도 남기기가 힘듭니다.”

 

◇상권 보장해 준다더니…탕후루 옆에 또 탕후루

더불어 근접 출점으로 인해 상권 유지가 보장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프랜차이즈 창업은 크게 ‘가맹 문의 신청’→상권 분석 및 점포 선정’→’계약 체결’→’인테리어 시공’→’오픈’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이때 상권 분석 단계에서 근처에 같은 업종을 가진 다른 가게가 없는지 파악하고 입지를 선정한다. 그런데 이후에 해당 디저트 창업이 늘어나 다른 브랜드들이 속출하게 되면 상권이 안정적으로 보장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같은 업종 다른 브랜드 가게가 주변에 입점하는 경우도 생기고, 심지어는 같은 브랜드 매장이 근처에 입점하기도 한다. A씨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인천 연수구의 탕후루 가게 매장들. 경쟁하던 두 매장 중 오른쪽 매장은 최근 폐업했다. (인터뷰 매장과 무관)

 

“처음에는 상권 분석을 해주면서, 근처에 같은 업종이 겹치지 않도록 입지 선정을 해줍니다. 근데 이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탕후루 가게가 늘어나니까 바로 옆만 아니면 (입점 승인을) 해주는 식으로…이 근처에만 탕후루 집이 세 개가 됐습니다. 바로 옆은 아니어도 동선이라는 게 있으니까 매출은 확 떨어지는 거죠”

 

◇ 규모 커지면 사모펀드에 넘겨…피해는 점주 몫

이와 같은 현상이 디저트 업계에서 반복되는 건 이미 공식화된 국내 디저트 프랜차이즈 성장 방식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전국적으로 불어나고 그 브랜드가 ‘돈이 된다’는 게 증명되면 프랜차이즈들은 사모펀드에 브랜드를 넘긴다. 사모펀드에 브랜드를 넘기는 게 ‘잘나가는’ 프랜차이즈들의 공식이 된 건 양쪽 모두에게 아쉽지 않은 거래이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적당한 시기에 큰 돈을 받고 브랜드를 넘길 수 있어 좋고, 사모펀드는 소비자를 직접 상대할 필요 없이 가맹점주들만 잘 다루면 돈을 끌어 모을 수 있어 프랜차이즈 인수를 선호한다. 또 일반 도소매 기업에 비해 영업이익이 좋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 상황에서 피해를 보는 건 보통 점주들의 몫이다. 사모펀드는 브랜드를 인수하는데 들인 투자금을 회복하기 위해 점주들을 압박한다. 또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상권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 없이 매장 수를 대폭 늘린다. 그래서 같은 골목 내에 동일 업종의 가게들이 속출하며 점주 개개인의 매출은 더 줄어들게 된다.

 

◇ 단체교섭권 없어…본사에 꼼짝 못 하는 점주들

점주들은 이러한 상황에 불만을 갖고 힘을 모아 본사에 대응해 보려 시도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가맹점주들은 일반 기업 근로자에 부여하는 단체교섭권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21대 국회에서 가맹점주단체에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가맹사업 관련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막판에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현재까지 가맹사업 관련 법안이 또다시 여러 건 발의됐지만 프랜차이즈업계의 반발은 여전히 강한 상황이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가맹점이 많은 경우 점주마다 요구도 다양해 이를 다 조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제 2의 탕후루’ 나오나?

현재 저물어가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또다시 유행을 시작하는 디저트로 업종을 변경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새로운 디저트 브랜드도 비슷한 결말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A씨는 “알고 지내던 다른 탕후루 점주들은 벌써 다른 유행 디저트 업종으로 ‘갈아타기’를 시도했다”며 “디저트 종류만 바뀔 뿐 초기만 반짝 수익을 보다가 다시 무너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대중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새로운 디저트는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질 여지가 있기 때문에 가맹점 창업을 결정할 때는 조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글·사진 이수빈 인턴기자 q0000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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