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금융당국 '제동'에도 두산 "갈길 간다"…밥캣·로봇틱스 합병 가능할까?

증권·금융 입력 2024-08-14 13:02:33 수정 2024-08-14 13:02:33 김혜영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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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 김혜영기자] ‘도둑놈 심보’,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을 바라보는 소액주주들의 심정이다. ‘도둑놈 심보’는 남의 것을 함부로 훔치거나 빼앗으려는 나쁜 마음을 뜻한다. 최근 두산그룹이 내놓은 두산밥캣 합병안이 그 짝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두산그룹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불법적 요소가 없고 이번 개편안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왜 주주들은 박정원 회장을 향해 자신의 배만 불리려는 횡포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일까, 왜 두산그룹을 향해 금감원의 경고와 정치권의 압박이 연일 이어지는 걸까, 이를 둘러싼 핵심 쟁점과 향후 전망 등을 짚어 본다.



▲ 잘나가는 자회사 곳간 빼먹기…"두산, 합법적 약탈"

두산그룹이 야심차게 사업구조 개편에 나섰다. 골자는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래 성장 산업인 로봇 분야를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거센 역풍이 일고 있다. 지배주주 이익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비판이다.

논란의 중심은 합병 비율이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은 1대 0.63, 밥캣 1주당 로보틱스 0.63주의 주식을 받는다는 의미다. 문제는 두 회사의 체급 차이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두산밥캣은 1조원대 영업이익을 냈다.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2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단순 매출로 봐도 두 기업의 지난해 매출 차이는 180배가 넘는다. 그럼에도 두산그룹은 두산로보틱스의 가치를 더 크게 평가했다. 실적으로 본 기업가치와는 정반대인데, 두산밥캣의 주주입장에선 날벼락이다. 반면, 두산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캐시카우인 밥캣에 대한 지배력(13.8%→42%)을 3배 가까이 높일 수 있다.

이는 현행 자본시장법 허점에 기인한다. 비상장사는 자산·수익가치 등 다양한 요인을 기반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데 반해, 상장사는 합병시 주가(시가)로 기업 가치를 환산한다.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무관하게 합병가액이 결정될 수 있는 만큼 합법적 우회 통로인 셈이다. 이에, 두산그룹 측은 불법이 아닌 합법적 사업 재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두산로보틱스는 실적과 무관하게, 연초 로봇주 테마 열풍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하며 고평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결국, 기업들의 합법적 약탈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 두산, 밸류업 역행 제동…“소액주주 권익 훼손”

주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알짜 기업을 적자 기업과 합병해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배만 불린다고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핵심 캐시카우이자 성장 동력을 뺏기는 밥캣주주 입장에선, ‘칼만 안든 강도’인 셈이다. 경제개혁연대도 일반주주의 이익이 아닌 그룹 이익에 충실한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액주주 권익 훼손 문제는 뒤로 한채 결국 오너 일가 배불리기에만 급급한 결정이란 비판이다.

국회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계열사 간 합병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이른바 ‘두산밥캣방지법’을 내놨다. 골자는 자산 가치와 수익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병가액을 결정하도록 하고, 투자자가 손해를 입으면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이들이 연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도록 했다.

금융당국도 제동을 걸었다. 정부가 주주친화를 내세우며 밸류업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당국의 기조는 확실하다. 금감원은 초강수를 뒀다. 두산그룹 증권신고서의 무한 반려를 시사한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두산그룹의 증권신고서를 한 차례 퇴짜를 놨다. 두산그룹 지배 구조 개편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두산그룹은 요지부동이다. 정정신고서를 다시 제출했지만, 핵심인 합병 비율은 원안을 유지했다. 형식적인 정정신고서를 낸 셈이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이 나섰다. 부족하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에 나설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합병건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승인받아야 하는 사안이다.



▲두산 합병, 국민연금 '역할론' 커진다…선택 촉각

이제, 시선은 다음 일정으로 향한다. 두산그룹은 합병을 위한 주주 총회를 한 달여 남겨두고 있다. 변수는 크게 두 가지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행사와 매수청구권이다. 우선, 관심은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행보다. 분할합병 승인 주주총회는 특별결의 사항으로, 참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번 주총의 캐스팅 보트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주주들은 국민연금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SK이노베이션과 두산에너빌리티의 2대 주주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지분 6.85%, SK이노베이션은 6.28%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번 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와 비슷한 논란이라 국민연금도 신중을 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시 총수 일가의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이 책정 됐고, 추후 검찰 수사까지 진행됐다. 특히, 연초부터 정부가 주주친화를 내세우며 ‘밸류업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의 어깨가 무서운 상황이다. 이에, 업계관계자들은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위원회에서 이번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통상 일반적인 의결권 행사는 기금운용본부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수책위 위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할 경우 수책위가 의결권을 담당한다. 수책위는 2018년 국민연금이 주주권행사의 투명성, 독립성 등 제고를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며 조직됐다.


▲두산그룹, 시총 6조 증발…주식매수청구 리스크 부상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도 관건이다. 사업 재편안 발표 후폭풍은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두산그룹주의 시총은 한 달 만에 6.5조가 증발했다. 지주사인 두산의 시총 감소율이 35%가 넘으며 가장 컸고, 시총 규모가 가장 큰 두산에너빌리티는 무려 2조 넘게 빠졌다. 이에, 주식매수청구 리스크가 급부상했다. 주가와 매수청구권 금액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시세 차익을 위한 매수청구권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도 농후하다는 관측이다. 이 가운데, 두산그룹은 청구금액이 일정 한도를(두산에너빌리티 0.6조원, 두산로보틱스 0.5조원, 두산밥캣 1.5조원) 넘어서면, 분할합병을 재검토한다는 계획이다. /hyk@seaad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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