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트럼프 시대 고환율 장기화 우려 ... 통화 스와프라인 확대·환율 피해기업 지원 등 필요”

경제·산업 입력 2025-01-20 14:46:06 수정 2025-01-20 14:46:06 김효진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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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김효진기자] 고환율 기조에 국내산업 전반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출 효과에 대한 기대감보다 원자재 수입비용 및 해외투자비 상승에 따른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트럼프 시대를 맞아 당분간 고환율 지속이 예상되면서 ‘환율리스크’에 대한 업계와 정부의 적극적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주요 업종별 협회 12곳과 함께 ‘고환율 기조가 주요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기상도로 표현한 결과, 바이오·반도체·배터리·철강·석유화학·정유·디스플레이·섬유패션·식품산업은 ‘흐림’, 조선·자동차·기계산업은 ‘대체로 맑음’으로 나타났다. 

 
20일 대한상의가 발표한 고환율 산업기상도. 고환율 장기화가 국내 주요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경로가 표기돼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 제약·바이오산업 “원료수입·해외임상에 이중고”

제약·바이오산업은 원료의약품 수입의존도가 높고 해외임상시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고환율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위탁개발생산 업체의 수출분에 대해선 환율 효과가 있기도 하지만, 국내 기업들 대부분은 원료의약품 및 소재부품장비 수입 의존도가 높아 수입 원가가 상승하고, 해외 임상비용 상승 등 R&D 투자비용이 증가하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석화·정유 “업황 부진에 고환율 덮쳐 채산성 우려”

철강업은 수요산업 부진에 따른 수출단가 인하, 높은 원자재 수입비중으로 인한 어려움이 컸다. 한국철강협회는 “철강 수요산업 부진 및 중국 과잉생산에 따른 수출단가 인하로 환율상승의 혜택도 제한받는 상황에서 철광석, 연료탄 등 거의 전량 수입하는 원자재 부담마저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냉연·강관 등 수출비중이 높은 일부 품목 중심으로 기대감을 비치기도 했다.

석유화학산업은 나프타 등 원재료 가격 상승과 업황 악화를 가장 큰 부담요인으로 꼽았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기초 원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화학산업협회는 “환율상승이 석유화학 매출 증가 및 무역수지 개선요인으로 작용하나,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른 수급 불균형 등 업황 부진 상황을 고려할 때 환율상승이 수출 증대와 수익성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정유산업은 주요국 경기부진과 수출경쟁 심화로 작년 하반기부터 업황이 좋지 못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고환율 지속에 따른 채산성 및 재무구조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는 “원유수입 시 은행이 우선 수입처에 대금을 지급하고 일정기간 후 정유사가 은행에 대금을 상환하는 구조인데, 환차손이 발생해 경영환경 악화가 우려된다”며 “위기 상황이 지속된다면 설비가동률과 투자 축소 가능성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원가부담 더해 해외공장 투자 많아 어려움 가중”

반도체산업은 고환율에 따른 제조원가 및 해외투자비 상승을 우려했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략기획실장은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수출품목이고 달러결제 비중도 높아 환율상승에 따른 단기적 매출 증대 효과는 분명 존재한다”면서도 “반도체분야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율이 30% 수준으로 생산원가가 증가하고, 국내 주요기업이 미국 등 해외 반도체 제조공장 설립에 투자하기 때문에 이런 효과가 상쇄된다”고 진단했다. 

배터리산업 역시 대규모 해외투자에 따른 외화부채와 리튬, 흑연 등 핵심 원자재의 높은 해외 의존도로 인해 우려를 표했다. 김승태 한국배터리협회 정책지원실장은 “고환율에 따라 시설 투자비용과 수입 원자재 비용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며 “다만 핵심광물 가격은 공급과 수요에 의해 결정되는 측면이 크고, 배터리업체 역시 광물과 배터리의 판매가격을 연동하는 계약을 통해 환손실을 만회하려는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산업도 ‘흐림’으로 전망됐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현재 추진 중인 베트남 등 해외 제조공장 건설비와 장비 구매액이 늘면서 업계부담이 커지고, 국내에선 노광장비 등 수입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의 구매비용이 증가한다”고 우려했다. 다만,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수요기업의 사전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방식으로 수출량 변동이 적어 환율상승 시 일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섬유패션산업은 10인 미만의 영세업자가 많아 환율상승에 따른 타격에 더 민감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10인 이상의 섬유패션업체 수는 전체의 약 8%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사업자가 많다”며 “원부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중소업체는 고환율 지속 시 수입 단가 상승에 따른 채산성 및 수익성 악화로 생산 부진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식품산업도 원자재가격 상승부담을 첫 손에 꼽았다. 국내 식품제조업의 국산 원재료 사용 비중은 31.8%로 밀, 대두, 옥수수, 원당 등 주요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 원자재값이 상승하면 제품가격 인상 압력도 커지지만 현실적으로 단기간내 식료품 가격상승으로 반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현 상태의 고환율이 지속되면 판매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이에 더해 최근 입법발의되어 논의 중인 'GMO 완전표시제'가 도입될 경우 대두, 옥수수 등 Non-GMO 원료확보에 따른 가격상승으로 1,2,3차 가공품들의 가격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협회측은 "주요 식품 원자재의 수입 관세를 일시적으로 인하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선·자동차·기계 “수출비중 커 환율상승 수혜 기대되나, 장기화시 원가상승·수요위축 등 역풍 우려”

고환율의 긍정적 측면을 더 크게 보는 곳은 수출비중이 높은 조선, 자동차, 기계 산업이었다. 하지만 이들 역시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원가상승에 따른 판매가 상향, 수요시장 위축, 물류비 상승 등 역풍을 우려하고 있었다.

조선업은 작년 1~3분기 전체 수주량 중 96.3%가 해외수출 물량일 만큼 수출비중이 크다. 또한 계약 후 대금의 상당량이 선박인도 시점에 결제돼 환율상승으로 인한 차익이 기대된다. 다만, 조선사별 환헤지 비중이 상이하여 최근 고환율 기조로 인해 해외기자재 사용률과 라이선스 비용 상승으로 환율상승 효과가 제한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LNG운반선의 핵심설비인 화물창 기술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산업계의 비용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생산의 67%를 수출하는 자동차산업도 환율상승 시 일부 완성차는 단기적으로 영업이익이 개선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주요 완성차업체의 경우 글로벌 생산의 50% 이상을 현지 생산하는 체계를 갖춰 환율변동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면서도 “고환율 장기화시 오히려 부품수입가·에너지 비용·해상운임비 상승 등 원가상승 압박으로 환율상승의 긍정적 효과가 반감되는 한편, 부품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고환율로 인한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력 약화로 인한 자동차 내수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계 산업은 수출위주의 산업구조, 수입 원자재에 대한 영향을 적게 받는 특성에 따라 환율상승에 따른 이익을 기대했다. 지난해 3월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기계장비의 수입의존도는 0.134로 ICT(0.236) 등 타 산업 대비 낮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는 “그럼에도 고환율이 지속되면 원자재 조달비용 증가, 투자 감소 등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크게 주는 불황형 흑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이제 막 출범한 트럼프 2기에서 관세인상, 금리인하 속도조절 등이 시행되면 당분간 고환율이 지속될 것”이라며 “국내 경제가 고환율 파고에 휩쓸리지 않게끔 환헤지 등을 위한 기업의 노력과 더불어 미국 등 주요국과 통화 스와프라인 확대 추진, 환율 피해 산업에 긴급 운영 자금 및 금융지원 제공 등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yoje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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