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항공 안전 강화 대책으로 '가동률 감축' 주문
적정 가동률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전무'…혼란 빠진 항공사
전문가 "가동률 감축은 1차원적 접근…정비 시간 세밀한 규정 필요"
항공사에 치우친 안전 강화책…공항⋅관제 등 관계기관도 함께 노력해야
가동 시간 줄이면 항공권 가격 상승…소비자 피해 우려
[서울경제TV=김효진기자] 국토부가 항공 안전 강화 대책으로 내놓은 ‘가동률 감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항공권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만 커질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 국토부 “가동률 줄이면 안전 높아질 것”…“얼마나, 어떻게?” 가이드라인 ‘전무’ 잇단 항공사고에 대한 대책으로 국토부는 항공사들에 항공기 가동률 감축을 주문하고 있다. 1대당 가동 시간을 줄이면 항공 안전이 높아질 거란 논리다. 국토부는 지난달 23일 열린 ‘저비용항공사(LCC) 항공안전 특별점검 회의’에서 ’항공기 가동률 단축을 통한 추가적인 정비시간 확보‘를 안전강화 방안으로 제시했다. 오는 4월 초 확정되는 항공안전 혁신 대책에서도 국토부는 항공사들에 가동 시간 단축을 주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월 22일 국토부가 배포한 '저비용항공사(LCC) 항공안전 특별점검 회의' 보도자료. [사진=국토부]
하지만 가동 시간 감축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아 항공사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적정한 평균 가동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가동 시간은 항공사 수익성·항공권 가격과 직결되는데 얼마나 줄이라는 건지 정확한 기준이 없어 혼란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적정 평균 가동 시간을 규정한 국제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 가동률 측정 방식 '제각각'…항공사간 객관적 비교도 어려워 게다가 평균 가동 시간을 측정하는 방식에도 명확한 기준이 없다. 각 항공사마다 측정 방법이 다르다. 정확한 평균 가동 시간 비교가 불가하다. 1대당 평균 가동시간은 총 가동 시간을 보유 항공기 대수로 나눠 산출한다. 총 가동 시간을 산출할 때, 항공사들은 자율적으로 플라이트 타임과 블록 타임 중 하나를 고르고 있다. 플라이트 타임은 항공기가 공중에 떠있는 시간을 말한다. 블록타임은 플라이트 타임에 문이 닫힌 항공기가 계류장에서 이착륙을 준비하는 시간을 합친 시간이다. 기상 상황으로 인한 지연 시간도 블록타임에 들어간다. 블록타임을 선택한 항공사는 평균 가동 시간이 길게 나올 수 밖에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가동률 측정 방식 일원화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했지만 아직까진 제도화되진 않았다”고 답변했다.
◇ “가동률 감축”은 1차원적 해결책…“충분힌 정비·안전 운항 개념 정립 필요” 가동 시간 감축이 근본적인 안전 강화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동 시간은 항공기 안전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와 전문가는 “가동 시간 감축보다는 충분한 정비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가동 시간 감축을 요구하는 근거가 빈약하다”며 “가동 시간 감축을 주문하려면 기술적인 데이터를 통한 레퍼런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동 시간 조절보다는 정비 시간을 늘리는 것이 항공 안전 강화책으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정비 시간에 대한 세밀하고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항공 사고가 복합적인 이유로 발생하는 점을 고려할 때,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항공사뿐만 아니라 국토부와 공항 등 관계기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항공 전문가는 최근 토론토 공항에서 발생한 델타 항공 사고를 예로 들며 “항공 사고는 정비 부족 같은 단편적인 원인으로만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대책이 단편적인 점도 지적했다. 전문가는 “조종과 관제, 운항 관리 등 안전 운항에 대한 종합적인 개념 정립이 필요하고, 이를 총괄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토부가 내놓는 안전 강화 대책은 항공사에 쏠려있다”며 “항공 운항은 항공사와 공항 관제시설, 국토부가 모두 관여하는 만큼 안전 강화 노력도 다같이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가동 시간 줄이면 항공권 가격 오른다…소비자 부담 확대 우려 아울러 항공기 가동 시간 감축은 소비자 부담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항공 안전 강화라는 당초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항공권 가격 상승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동시간은 감축은 바로 항공기의 공급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공급 좌석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항공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가동 시간 감축이 항공사의 재정 손실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항공기 리스·구매 비용은 그대로 나가는데 가동 시간이 줄면 원가 부담이 커진다. 항공사의 원가 부담은 항공권 가격 상승 요인이다.
이용객들로 붐비는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모습. [사진=서울경제TV]
항공 여객 수요 증가도 가동 시간 감축으로 인한 항공권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19 엔데믹화 이후 여객 수요는 크게 늘고 있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연간 여객 이용객 수는 2022년 5582만 8355명, 2023년 1억 50만 8691명, 2024년 1억 2005만 8371명으로 2년간 약 115% 늘었다. 올해도 여객 수요 증가가 전망된다. 올해 1월 여객 이용객 수는 1047만768명, 지난해 1월 여객 이용객 수는 982만 8794명으로 전년 대비 6.5% 증가했다. /hyoje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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