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활동 일체 불가, 제련부문 매출 저하 가속화 전망
아연괴 매출 감소세, 수익성 악화 흐름 장기화 불가피
경영역량 부족 공감대, 일반 소액주주 반발 거세질 듯
[서울경제TV=김효진기자]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지속하고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가 이번 주부터 58일 간의 조업정지에 돌입하게 된다. 환경당국의 행정 처분으로 해당 기간 아연괴 생산 등 조업 활동을 일체 할 수 없게 된다.
영풍 석포제련소. [사진=서울경제TV]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지난해 최악을 실적을 기록한 영풍이 올해 ‘최악’을 경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실적 악화로 인한 적자가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환경오염 문제 등을 둘러싸고 경상북도 등 지역 사회의 질타까지 쏟아지고 있는 만큼 오너 일가와 현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경영정상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장씨 일가와 강성두 사장 등 현 경영진은 기업 경영 정상화를 위한 계획이나 자구 노력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근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에만 몰두하면서 영풍의 경영이 더 곤두박질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업계에서 제기된다. 이에 따라 경영 실패를 둘러싼 경영진·대주주 책임론이 한층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26일부터 영풍 석포제련소의 조업이 중단된다. 앞서 지난해 12월 환경부와 경상북도는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해 2025년 2월 26일부터 4월 24일까지 58일간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렸다. 석포제련소는 이번 조업 정지기간 중 아연정광을 공정에 투입해 아연괴를 생산하는 등의 조업활동을 일체 할 수 없다.
영풍 석포제련소에 조업정지 행정처분이 내려진 건 2019년 물환경보전법 위반을 놓고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했기 때문이다. 폐수를 무단으로 배출하고 무허가 배관을 설치하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른 점이 제재의 배경이었다.
업계에서는 영풍 석포제련소가 조업정지 이후 재가동 준비까지 고려하면 4개월 가량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영풍의 제련 부문 매출 저하도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지난해 1~9월 영풍의 제련 부문 매출은 8,187억 원으로 2023년 같은 기간 1조1,949억 원 대비 31.5%(3,762억 원) 줄었다. 올해 영풍 제련 부문 매출은 작년보다도 더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석포제련소 조업 활동의 핵심인 아연괴 생산이 중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영풍의 아연괴 매출 감소세 역시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 2022년 1조 1,419억 원이던 아연괴 매출은 2023년 9,660억 원, 2024년 6,392억 원까지 위축됐다. 불과 2년새 44%(5,027억 원)나 급감한 셈이다. 석포제련소는 이미 각종 환경 및 안전 문제로 인한 제재 등으로 평균가동률이 54% 수준으로 급락한 상황이다.
본업 매출 저하로 수익성 악화 흐름이 장기화되는 건 필연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연결 기준으로 2024년 영풍은 영업적자 1,622억 원, 당기순손실 2,633억 원을 기록했다. 1999년 공시 이래 최대 규모의 손실로, 영풍에서는 실적 변동 사유로 “연결 지배·종속기업의 실적 악화에 따른 연결손실 증가”를 언급했다. 석포제련소 조업정지에 따라 올해도 실적 적자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업계 중론이다.
석포제련소 조업정지와 맞물려 경영진과 대주주에게 책임을 묻는 여론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환경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고 관련 시설투자를 충분히 했더라면 당국의 행정처분을 피할 수 있었다는 인식과 맞닿아 있다. 특히 고려아연으로부터 받은 1조가 넘는 배당금을 사업환경 개선 등에 제대로 투입하지 않으면서 회사의 경쟁력을 크게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영풍 경영진과 대주주의 경영 역량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최근엔 영풍의 오너 장형진 고문과 현 경영진이 석포제련소 정상화에 힘쓰기보다는 무려 5개월 넘게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에만 매달리면서 사업을 사실상 방치한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이 같은 영풍의 부실한 경영 능력과 관리 시스템 탓에 최근 고려아연 주주들의 불만도 폭증하며 잇따르는 주주제안 등 역풍을 맞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1위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 시도를 두고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제련과 이차전지 등 관련 경험이 없는 사모펀드 MBK와 손을 잡고 고려아연을 경영할 경우 경쟁력 훼손이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달 고려아연 임시주총을 앞두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 역시 연이은 우려를 전달했다. 지난 1월 글래스루이스는 보고서를 통해 “영풍의 과거 기록과 기업 경영자로서 신뢰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영풍은 상당한 비판을 받아왔으며 환경법 위반, 사업장 안전 문제와 관련된 논란이 많았다”고 기술했다. 서스틴베스트는 강성두 영풍 사장을 지칭하며 “강 사장이 재직 중인 영풍의 재무성과와 지속가능경영 성과는 저조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영풍 주주들의 반발도 더욱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액주주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 운영사 컨두잇은 올 1월 영풍에 주주 서한을 보내 “최근 몇 년 간의 부진한 사업성과는 많은 주주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며 “국내외 동종업계 경쟁사들과 비교해 보아도 저조한 실적”이라고 비판했다.
영풍 주주인 영풍정밀 역시 지난 3일 집중투표제 및 현물배당 도입,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등 정기주주총회 안건 상정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하면서 영풍 경영진이 그동안 설비투자에 소극적 행태를 보이느라 본업인 제련사업의 경쟁력이 완전히 상실됐다고 지적했다. /hyoje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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