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4人4色 | 이강산] 옴니보어와 문화다양성Ⅰ: 창조적 공존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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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5-09-13 15:28:06
수정 2025-09-13 15:28:06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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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산 문화기획가

2018년 여름, 필자는 입사를 위해 논술형 필기시험을 치른 적이 있다. 여러 문제 중 특히 눈길을 끄는 낯선 단어 하나가 있었다. 이전에 신문 사설에서 스쳐 읽었던 기억이 떠올라, 나름대로 구체적으로 답안을 작성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단어는 바로 ‘옴니보어(Omnivore)’였다.
라틴어 Omni(모두)와 Vorare(삼키다)가 결합된 이 단어는 본래 ‘잡식성 동물’을 의미한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특정한 것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음식이나 정보를 두루 섭취하고 수용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신조어로 확장되었다. 특히 문화사회학에서는 장르와 계층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 이른바 ‘문화 옴니보어’라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옴니보어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은 필자가 오랫동안 경험하고 연구해온 ‘문화다양성’이라는 개념과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었다. 옴니보어적 태도는 결국 다양한 문화적 표현과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문화다양성은 단순히 여러 문화가 병존하는 현상을 넘어,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존중과 교류 속에서 살아가는 과정을 뜻한다. 민족과 국적, 세대와 젠더, 신체적 능력과 성적 지향, 종교와 전통 등 수많은 요인들이 문화적 차이를 형성한다. 이 모든 것이 모여 문화다양성의 범주를 이루며, 이러한 차이를 부정하거나 배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가 문화다양성의 핵심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인정이 단순히 호의적인 태도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차이를 존중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기본적 의무이며, 공동체의 성숙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사회적 불평등과 억압, 차별과 배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이기에,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문화다양성의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공감과 배려의 가치를 배우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적 토양 위에서 더 큰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문화다양성은 창의성 확보와도 긴밀히 연결된다. 서로 다른 배경과 경험, 가치관이 만날 때 새로운 발상과 혁신이 가능해진다. 획일화된 환경에서는 창의성이 움트기 어렵다. 반대로 다양한 문화적 요소가 인정되고 존중되는 사회에서는 개인의 잠재력이 자유롭게 발현된다. 구성원들이 능동적인 사회 주체로 성장하고, 그 역량이 모여 국가와 지역 문화의 창조적 발전을 가능케 한다.
이처럼 창의성과 다양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창의성이 발휘되고, 창의성이 꽃피울 때 다시금 다양성이 풍성해진다. 그래서 문화다양성은 단순한 사회적 구호가 아니라, 미래 성장의 동력이자 문화적 경쟁력의 핵심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글로벌 사회에서 옴니보어적 수용성과 문화다양성의 존중은 점점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정 장르나 문화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문화적 표현을 폭넓게 받아들이는 태도야말로 문화 옴니보어의 자세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문화다양성을 실천하는 첫걸음이다.
▲ 이강산
미술을 전공하고, 미술교육으로 석사 학위를, 미술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약 7년간 기초·광역문화재단에서 근무하며 문화기획과 예술현장을 경험하였고, 등록 사립미술관과 광역 공립미술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약 6년간 재직하며 전시 기획과 소장품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이후 독립기획자로 활동하며, 특히 지역 미술을 기반으로 한 지역미술사 관련 기획과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문화 4人4色'은 전북 문화·예술 분야의 네 전문가가 도민에게 문화의 다양한 시각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매주 한 차례씩 기고, 생생한 리뷰, 기획기사 등의 형태로 진행됩니다. 본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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