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4人4色 | 한윤정] 국내 관광, ‘쉼’에서 ‘의미’로 진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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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5-10-25 10:00:04
수정 2025-10-25 10:00:04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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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정 전주대학교 관광학 박사
관광의 본질은 늘 같았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며, 일상의 틀을 벗어나 삶의 활력을 찾는 일. 하지만 오늘날의 국내 관광은 단순한 쉼이나 힐링을 넘어, 의미 있는 경험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확실히 변하고 있다. 여행이 소비의 대상에서 자기표현과 사회적 공감의 행위로 이동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 관광의 흐름을 보면, 그 변화의 중심에는 가치가 있다. 여행자들은 이제 단순히 경치를 감상하거나 맛집을 찾아다니는 데서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은 “내가 왜 이 지역을 선택했는가?”, “이곳의 삶과 이야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묻는다. 이러한 변화는 세대별 감성에서도 뚜렷하다. MZ세대는 자신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기록하고 공유하며, 그것을 통해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
SNS 속 해시태그 하나, 짧은 영상 클립 하나가 또 다른 여행자의 선택을 이끈다. 반면 중장년층은 코로나19 이후 건강, 자연, 관계 회복을 중시하며 생활밀착형 로컬여행을 선호한다. 결과적으로 국내 관광의 중심축은 유명 관광지에서 로컬의 일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역관광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기회다. 대형 리조트나 유행성 명소보다, 지역의 평범한 골목길과 마을축제가 더 큰 감동을 주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문제는 많은 지자체가 여전히 관광객 숫자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진정한 지역관광의 경쟁력은 숫자가 아니라 이 지역만의 서사와 체험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한 지역의 오래된 장터, 한 공방 장인의 손끝, 혹은 사라져가는 마을 풍습이야말로 관광자원 그 자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관광의 윤리성에 대한 인식이다. 무분별한 상업화와 오버투어리즘의 부작용을 경험한 여행자들은 이제 환경을 해치지 않는 여행, 주민과 공존하는 여행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캠핑 대신 작은 숙소, 유명 카페 대신 지역 서점이나 공동체 카페를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변화는 관광이 더 이상 산업의 논리만으로 운영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정부의 정책도 이에 맞춰 재정비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국내 관광정책은 인프라 확충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관광 콘텐츠의 질적 혁신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 지역별로 차별화된 문화 자산을 발굴하고, 주민이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관광은 단순한 경제활동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를 지키고 전하는 사회적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국내 관광의 미래는 빠름보다 깊음에 있다.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다녀오는 것이 아니라, 한 곳에 머물며 그 지역의 이야기를 듣고, 사람을 만나고, 공감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지금 세대가 원하는 여행의 방식이다.
보는 여행에서 사는 여행으로, 소비의 관광에서 공존의 관광으로의 전환. 이 흐름을 제대로 읽는다면, 국내 관광은 단순한 일시적 유행을 넘어 삶의 문화이자 지역의 미래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한윤정 관광학 박사
·전주대학교 관광학 박사
'문화 4人4色'은 전북 문화·예술 분야의 네 전문가가 도민에게 문화의 다양한 시각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매주 한 차례씩 기고, 생생한 리뷰, 기획기사 등의 형태로 진행됩니다. 본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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