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4人4色 | 한윤정] 펫코노미 시대, 관광의 새로운 해답은 ‘반려동물 동반여행’

전국 입력 2025-09-27 14:04:45 수정 2025-09-27 14:04:45 이경선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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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정 전주대학교 관광학 박사

한윤정 전주대학교 관광학 박사

관광은 언제나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과거 산업화 시기에는 효율과 속도가 중심이었고, 대중관광이 확산되던 시절에는 단체여행이 대세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관광은 개인의 가치와 라이프 스타일을 더 깊이 반영한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흐름은 바로 반려동물 동반여행이다.

반려동물이 단순한 애완의 범주를 넘어 가족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제 여행은 사람만의 경험이 아니라 ‘함께하는 삶의 연장선’으로 변모하고 있다.

한국의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이미 600만 가구에 육박했다. 이는 전체 가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반려동물을 중심으로 한 소비시장, 이른바 펫코노미 시장 규모는 연간 8조원을 넘어섰으며, 그 영향력은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다.

초기의 펫코노미는 사료, 장난감, 의료서비스 같은 기초적 소비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에는 숙박, 외식, 패션, 문화, 여행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호텔과 리조트는 반려동물 동반객을 위한 객실을 마련하고, 카페와 레스토랑은 반려동물 전용 메뉴를 선보인다.

지자체들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축제, 마을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지역 활성화를 도모한다. 이는 곧 관광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반려동물 관광시장이 주요한 산업축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은 신칸센 일부 노선에서 반려견 전용칸을 운영하며, 반려견과 함께하는 료칸(일본식 숙소)이 인기를 끌고 있다. 유럽은 반려동물 친화적 인프라가 일상화되어, 공원·박물관·해변 대부분이 반려동물 동반을 허용한다. 

이런 해외 사례는 한국 관광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반려동물 동반여행은 단순히 숙박업계의 옵션에 그치지 않고, 교통·외식·문화·공공시설까지 연계된 통합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펫코노미는 관광산업에 세 가지 기회를 제공한다.

첫째, 부가가치 창출이다. 반려동물 전용 식단, 스파, 미용, 돌봄 서비스는 숙박과 결합해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낸다. 반려동물 친화 숙소는 단순한 숙박 이상의 체험을 제공하면서 장기체류 수요를 창출한다.

둘째, 지역 특화 콘텐츠 개발이다. 예컨대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반려동물 간식,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농촌 체험, 캠핑·글램핑 상품은 새로운 형태의 관광 자원으로 기능한다. 특히 MZ세대는 반려동물을 가족이자 친구로 여기며 여행에 동반하는 데 적극적이어서, 이들의 수요를 잡는 것은 곧 미래 관광객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셋째, 홍보 효과다. 반려동물 여행은 SNS에서 강력한 확산력을 가진다. 귀여운 반려동물과의 여행 사진과 영상은 자연스럽게 지역 관광지를 홍보하며, 이는 기존 광고보다 더 큰 신뢰와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기회만큼 과제도 크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인프라와 제도의 미비다. 일부 숙박시설이나 관광지는 반려동물 출입을 제한하고 있으며, 공공장소에서는 위생과 안전 문제가 꾸준히 제기된다. 반려동물을 동반하지 않은 관광객과의 갈등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반려동물 동반객과 비동반객이 서로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나누고 명확히 안내해야 한다.

둘째, 공공장소에 반려동물 전용 휴지통, 세척 시설을 마련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과 규정을 체계화해야 한다.

셋째, 지자체와 업계가 협력해 ‘펫 프렌들리 인증제’를 마련한다면 관광객은 안심하고 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지역 브랜드 가치도 높아진다.

반려동물 동반여행은 단순한 관광 소비의 확장이 아니다. 이는 사회적 포용성의 확대라는 의미도 지닌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를 관광이 앞장서 반영함으로써, 더 다양하고 따뜻한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앞으로의 관광은 더 세분화되고 맞춤형으로 진화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반려동물 동반여행은 단순한 선택지가 아니라 필수적 관광 유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한국이 반려동물 친화 관광지로 자리매김한다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관광산업은 늘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하며 성장해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반려동물을 ‘제약 요인’이 아닌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는 관점 전환이다. 펫코노미 시대, 반려동물 동반여행은 더 이상 주변적 현상이 아니다. 지역과 기업이 이 흐름을 선도적으로 수용한다면, 관광 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한윤정 관광학 박사
·전주대학교 관광학 박사

'문화 4人4色'은 전북 문화·예술 분야의 네 전문가가 도민에게 문화의 다양한 시각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매주 한 차례씩 기고, 생생한 리뷰, 기획기사 등의 형태로 진행됩니다. 본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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