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치유하는 고전의 힘…책 ‘마흔에 시작하는 30일 주역’

건강·생활 입력 2025-10-29 09:20:42 수정 2025-10-29 09:20:42 이금숙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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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이금숙기자] “흔들린다, 무너지지 않는다. 바라본다, 흘려보낸다. 큰일은 잊고, 작은 일을 행한다.”

주역(周易)의 가르침을 현대의 언어로 풀어낸 책 '마흔에 시작하는 30일 주역'이 출간됐다. 저자는 이 고전을 “불안을 치유하는 책”이라 정의하며,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주역이 전하는 ‘흔들림 속의 안정’을 이야기한다.

젊은 시절 저자가 처음 만난 주역은 황홀하면서도 황폐한 세계였다. 64괘의 질서는 투명하고 정갈했지만, 그 이면에는 혼란과 불안이 스며 있었다. 그러나 마흔의 나이에 다시 읽은 주역은 달랐다. 예언의 텍스트가 아닌, 변화의 철학으로 다가왔다. “주역은 완벽한 이론이 아니라 삶의 복잡함과 모순을 있는 그대로 담은 책”이라는 그의 말처럼, 이 책은 고전 속에서 오늘의 현실을 성찰한다.

저자는 주역의 허점을 숨기지 않는다. 서로를 비난하는 경(經)과 전(傳), 무질서한 64괘의 배열, 중심이 없는 구조. 하지만 바로 그 불완전함이 주역을 ‘살아있는 텍스트’로 만든다고 강조한다. 완성된 체계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와 순환, 그리고 그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태도다.

책은 주역을 일상의 언어로 옮긴다. ‘덜어냄’의 산택손(山澤損), ‘보탬’의 풍뢰익(風雷益), ‘믿음’의 풍택중부(風澤中孚) 등 각 괘의 의미를 철학이 아닌 감각과 정서로 풀어낸다. “엄지발가락으로 느낀다, 허벅지로 느낀다”는 구절처럼, 저자는 머리가 아닌 몸으로 세상을 느끼는 법을 권한다.

특히 마지막 괘 ‘화수미제(火水未濟)’의 해석이 인상적이다. 강을 건너다 꼬리를 적신 어린 여우처럼, 인간의 삶도 늘 미완성이다. 저자는 “완결은 정체이고, 미완은 가능성”이라 말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은 절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라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 문장은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걱정 말아요, 그대.” 불안을 인정하되, 그것에 지배당하지 않는 삶. 주역의 가르침은 고대의 예언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건네는 위로다. 저녁 바다가 저물며 더 붉게 빛나듯, 흔들림 속에서도 삶은 여전히 아름답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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