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뱅크사인 실패 논란 이유는
증권·금융
입력 2018-11-14 16:27:00
수정 2018-11-14 16:27:00
이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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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은행권 공동 인증시스템 ‘뱅크사인’이 지난 8월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소식 전해드렸죠. 서비스 출시 때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블록체인을 활용해 보안을 강화하고,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뱅크사인 서비스를 내놓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출시 3개월이 지난 지금, 이용 고객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오늘은 이 뱅크사인에 대해 금융증권부 이아라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이 기자, 은행연합회에서 공들여 만든 이 뱅크사인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요.
[기자]
네. 은행연합회 주도로 만들어진 은행 공동 인증 서비스 뱅크사인은 지난 8월 모바일 버전 서비스를 오픈했습니다. 사실 출시 당시에도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많았습니다. 은행 고객들의 모바일뱅킹 편의성을 높이려고 만들었다고 하는데, 출시하고 보니 서비스가 기존 은행 모바일뱅킹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대출 신청 등 여신 관련 업무는 뱅크사인 앱에서 처리할 수 없었습니다. 공인인증서를 이미 고객들이 잘 쓰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본인 인증 시스템을 찾을 유인도 부족한 상황이고요. 이렇다 보니 5대 은행 모바일뱅킹 대표 앱 다운로드 건수와 뱅크사인 다운로드 건수가 현격히 차이 나는데요. KB국민·신한·NH농협은 1,000만, 그리고 KEB하나, 우리은행의 앱은 500만 건이 다운로드 됐지만 뱅크사인은 5만 건 다운로드에 불과했습니다. 결과적으로 5대 은행 모바일뱅킹 앱 사용자 1,000명 중 겨우 1명이 뱅크사인을 다운 받았다고 봐야 하는 거죠.
[앵커]
그런데 이게 예견된 결과였다고요.
[기자]
네. 은행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개별 은행들이 각자 모바일뱅킹 고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죠. 디지털 분야에 돈을 얼마나 들여서 인재를 뽑고 플랫폼을 먼저 만드느냐에 은행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각 은행이 가장 핵심으로 두고 있는 사업이 바로 이 디지털·모바일뱅킹 분야이기도 합니다. 유능한 디지털 분야 직원을 스카우트 해오기도 바쁜 상황에서, “은행 공동 서비스를 만들자”라는 뱅크사인 취지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 거죠. 실제로 복수의 은행권 관계자들은 “개별 은행 모바일뱅킹 고도화 전략을 짜기도 바쁘다”며 “서비스 실효성이 떨어져 애초에 흥행이 안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연합회 차원 사업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했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은행연합회에서 각 은행 담당자가 모여서 회의를 하고 뱅크사인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긴 하지만, 각자 속사정이 있었던 거죠.
[앵커]
그럼 은행연합회는 수십억원을 들여서 왜 이 시스템을 만든 건가요.
[기자]
이 부분은 지난 정권 기조와 관련이 큰데요. 지난 정권이 산업 전반에 강조했던 게 ‘4차 산업혁명’ 그리고 ‘핀테크’ 활성화였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이 정부 기조를 따라 2016년 11월 ‘금융권 공동 블록체인 컨소시엄’이라는 걸 만들었고요. 다시 은행연합회에서 은행권 전반에 4차 산업혁명 활성화 정책에 부응하겠다며 시작한 게 바로 이 뱅크사인 서비스입니다. 마찬가지로 증권 쪽에도 금융투자협회 주도로 만든 ‘체인아이디’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은행연합회 측은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수단으로 뱅크사인을 만든 게 아니다”라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보안을 강화한 새로운 인증 시스템”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미 공인인증서를 잘 쓰고 있는 은행 고객 입장과 시각차가 있는 거죠. 오히려 있는 공인인증서도 불편하니 없애자는 고객들이 많고, 실제로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 같은 경우 공인인증서를 거치치 않고 자체 전자서명 방식을 쓰고 있는데 고객들 반응이 좋은 상황입니다.
[앵커]
큰 돈을 들여 만든 서비스인데 출시 후에 ‘실패’라고 결과가 나온 건데, 앞으로 계획에 대한 은행연합회 측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고객들 반응이 좋지 않자 은행연합회도 당황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15개 은행과 은행연합회가 함께 논의를 거쳐서 만든 서비스인 만큼, 개별 은행들도 고객들이 뱅크사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홍보도 해주고 함께 서비스를 이끌어 가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은행들 속사정을 생각해보면, 개별 은행이 나서서 뱅크사인을 홍보해줄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은행연합회 담당자에게 두 가지를 물어봤는데요. 하나는 금융투자협회에서 만든 ‘체인아이디’와 연계해서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권 공동의 시스템을 만들면 고객 유인 효과가 있지 않겠냐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공공기관에서 공인인증서처럼 뱅크사인도 본인 인증 시스템으로 사용할 수 있게 추진하고 있는지 이 두 가지를 물어봤습니다. 은행연합회 측은 두 사안 모두 “논의 진행 중”이라는 답변을 했습니다. 금투업권 쪽으로는 금융보안원이 주관하는 회의에서 IT 담당자가 표준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고, 공공기관 쪽으로는 대법원과 행정안전부를 방문해서 뱅크사인을 인증 시스템으로 도입을 검토해달라고 의견 전달을 했다고 합니다.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제안한 수준인 거죠. 성사될지도 아직 불투명하고, 된다고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앵커]
새 시스템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가 있을 수는 있지만, 실패가 어느 정도 예견된 서비스를 밀고 나간 것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뱅크사인에 대해 쏟아지는 비판을 피하려면, 이미 출시된 이 서비스를 어떻게 가공할 수 있을지 은행연합회의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이아라기자 ara@sedaily.com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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