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위험 해외 선물·옵션 투자, 이벤트 열전으로 부추기는 증권사들

금융·증권 입력 2025-01-22 17:06:09 수정 2025-01-22 17:06:09 김보연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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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김보연 기자] 증권사들이 해외선물옵션 수수료 인하 이벤트 경쟁을 잇따라 벌이고 있다. 

코리아디스카운트로 국내 증시 부진이 길어지면서 한 방에 큰 돈을 벌 수 있는 레버리지 효과가 큰 상품을 노리는 '불개미'들이 대거 해외파생상품 투자에 유행처럼 뛰어들고 있어서다. 

증권업계도 발빠르게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단기간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초고위험 파생상품 거래를 증권사들의 마케팅 열전 아래 부채질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자자의 해외 파생상품 거래 규모는 8조6,124억달러, 우리 돈으로 1경2,393조2,938억원이 넘는다. 8조달러에 미치지 않았던 전년(7조8,590억 달러)보다 거래 규모가 10% 가까이(이날 오후 4시 환율 기준 9.59%) 늘었다. 






해외 투자 선호가 주식뿐만 아니라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으로 확산한 모습이다. 파생상품은 지수·원자재·통화 등 기초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상품으로 선물과 옵션이 있다. 미래 시점에 정한 가격으로 인수 또는 인도할 것을 약속하는 거래로 레버리지 효과가 크기 때문에 현물 거래와 비교했을 때 적은 자본으로도 큰 수이을 얻을 수 있으나 반대로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투자다. 

특히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해외파생상품 연도별 전체 투자자 대비 개인 투자자 비중은 지난 2019년 68.7%에서 5년 후인 지난해 83.6%까지 늘어났다. 국내 증시가 장기간 부진하자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해외 선물로 눈을 돌린 모습인데, 지난해 해외 파생상품 전체 거래대금 8조6,124억달러 가운데 개인이 7조2,046억달러를 차지했다.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금융상품을 운용하면서 헤지(위험회피) 목적으로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증권사 등 기관투자자보다 개인의 거래 규모가 훨씬 크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개인 거래 상위 품목을 보면, 나스닥 지수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원유, 달러 등 기초자산을 기반으로 한 상품이 인기다. 지난해 가장 많이 거래된 상품은 나스닥100 E-mini(2조9,007억달러)와 사이즈를 작게 한 마이크로 E-mini 나스닥100지수(1조9,367억달러)다. 그 뒤로 금(2,736억달러), 크루드오일 WTI(2,358억달러), S&P 500 E-mini(1,850억달러) 순이다. 

위험도가 높아 투자자 보호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증권사는 진입장벽이 높아진 국내 파생상품 대신 규제가 없고 수수료 수익이 높은 해외 파생상품을 권유하면서 위험한 투자 고리가 만들어진 상황이다. 파생상품을 거래하려면 주식거래 계좌와 별도로 해외 선물옵션 전용 거래 계좌를 개설해야 하고, 파생상품 거래 수수료는 일반 주식 거래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아예 면제해 고객을 유치하는가 하면, 신규 고객이나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이용자들에게 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이외 가격 사이즈가 작은 '마이크로', '미니' 상품 중개를 개시하는 등 해외 파생상품 진입장벽을 낮추는 마케팅에 속속 나섰다. 
 





전일 유진투자증권 자회사 유진투자선물은 새해를 맞아 해외선물 거래를 위한 수수료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주요 상품 60여 종을 할인된 수수료로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인데, CME 마이크로 지수 0.39달러, CME 지수 1.99달러, 에너지·귀금속·통화·금리 2.49달러, 농산물 2.80달러의 계약당 이벤트 수수료로 60거래일동안 거래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미국주식옵션 누적 10계약 이상 거래한 고객을 대상으로 거래지원금 10달러를 선착순 1,000명에게 지급할 뿐더러 주간 누적 100계약 이상 거래고객대상 선착순 100달러 제공 이벤트를 진행한다. 아울러 거래 수수료도 기존 계약당 7.5달러에서 0.89달러로 할인하며, 원래는 이용료를 내고 확인할 수 있는 미국주식옵션 실시간 시세이용료도 3개월동안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NH투자증권은 미국주식옵션을 처음 접하는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주식옵션 실시간 시세를 제공하며, 매월 100계약 수수료 무료 이벤트에 나섰다. 한국투자증권도 해외 선물·옵션 수수료를 깎아준다. 할인 적용시 1계약 당 수수료는 마이크로 해외선물 0.5달러, 일반·미니 해외선물 1.99달러, 해외옵션 2.5달러로 낮아진다. 기간 내 1계약 이상 체결 시 수수료 할인 혜택이 6개월 자동 연장되며 연장 혜택은 최대 3회, 2년까지다. 






이외 삼성증권, KB증권, DB금융투자, 키움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 역시 비슷한 프로모션을 내걸었다.

이들이 수수료 인하 등 마케팅에 나선 이유는 최대한 많은 고객을 확보하면 장기적으로 탄탄한 수익원이 된다는 계산 때문이다. 미국 주식 투자 열풍이 시작될 때도 이들이 수수료 인하 경쟁에 나섰는데, 이후로도 수수료를 완전히 정상화하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100% 이상 벌며 증권사의 주 수입원이 됐다. 

문제는 국내 파생상품과 달리 해외 파생상품 투자는 구조도 복잡하며 레버리지 효과가 커 높은 위험을 수반하지만 금융투자협회의 사전교육, 모의거래 등 투자자 보호 장치가 없다는 부분이다. 특히 손실 규모가 위탁증거금에 한정되지 않고 원금을 초과할 수도 있다. 증거금을 충당하지 못할 경우엔 회사가 임의로 처분할 수 있다. 

증권사들의 마케팅 아래 초고위험 상품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투기를 부채질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위원은 "고위험 상품이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위험을 관리하기 힘들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이같은 상품 투자를 장려하는 방식들의 마케팅을 펼치는 증권가도 신중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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