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아파트 ‘줍줍’ 현상이 가짜인 이유는
[앵커]
앞서 리포트에서 전해드린 것처럼 무순위 청약 접수에서 ‘수백대 일’의 경쟁률이 속출하는 것을 두고, 현금부자가 아파트 ‘쓸어 담기’, 즉 ‘줍줍’에 나선 것 아니냔 분석이 나왔는데요. 이게 계약으로 그대로 이어진다고 보기엔 힘든 상황입니다. 부동산팀 유민호기자와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유기자, 무순위 청약 현황 간략히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최근 금융결제원에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이번 달 중순까지 전국에서 분양단지 20곳이 무순위 청약을 받았는데요.
이 가운데 17곳이 1순위, 2순위 등 원래 청약 경쟁률보다 무순위 경쟁률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기 구리시에서 분양한 ‘한양수자인 구리역’은 무순위 청약 경쟁률 191대1을 기록했고요.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 무순위 청약에서도 213대1의 높은 경쟁률이 나왔습니다.
관련 자료를 내놓은 직방 관계자는 “무순위 청약은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이 가능하고, 다주택자도 참여할 수 있어 본 청약보다 더 치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무순위 청약에서 이렇게 수백대 일의 높은 경쟁률이 나오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네. 아무래도 진입 장벽이 낮고, 과거처럼 분양현장을 직접 찾아 줄을 서서 기다린다거나 하는 불편함이 사라진 게 높은 경쟁률의 이유일 겁니다.
하지만 애초에 무순위 청약으로 당첨될 수 있는 물량. 즉 미계약 물량이 적은 것도 경쟁률이 높아지는 요소입니다. 앞서 사례로 든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본 청약에서 117가구 공급에 3,600여명이 몰리면서 3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요.
이 단지에서 미계약 물량으로 풀린 것은 29가구뿐입니다.
여기에 무순위 청약으로 6,000여명이 몰려서 200대1이 넘는 경쟁률이 나온 겁니다.
이를 두고 무순위 ‘열풍’, ‘과열’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리포트에 나온 것처럼 아무리 현금 부자들이 나선다지만, 서울에서 미분양까지 나오면서 이른바 ‘완판’까지 가기엔 어려워 보이는 상황인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아무리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높게 나와도 단기간에 100% 계약까진 달성하는 건 서울에서도 쉽지 않습니다.
관건은 역시 돈입니다. 분양가가 높다 보니 이른바 ‘시세 차익’을 예전만큼 거둘 수 없기 때문인데요. 아무리 현금이 많아도 수익을 낼 수 없다면, 아파트를 사는 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요즘 재건축 아파트 위주로 반짝 회복세를 보인다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은 별다른 상승 요인이 없는 상황입니다. 입지가 좋지 않거나 합리적인 분양가에 나오지 않는다면, 단기 완판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동대문구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는 무순위 청약에 1만4,000여명이 몰렸는데, 이달 초 무순위 예비 당첨자 중에서도 계약 포기가 속출해 모델하우스에서 다시 현장추첨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대출규제 때문에 현금부자만 아파트 줍기에 나서 돈을 벌지 않느냐며 만든 신조어인 ‘줍줍’은 사실 부동산시장에서 대세가 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마치 ‘줍줍’이 모든 무순위청약에서 그런 양 호도하는 것은 부동산 규제의 부작용을 과장, 왜곡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지울 수 없어 보입니다. 유기자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기자]
네. 감사합니다. /유민호기자 yo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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